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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칼럼] 인도에서 띄우는 편지

생사 반복 윤회사상 영향, 인도인 동물들에게 관대

‘인간 환생’ 복 받은 우리, 자신의 행복에 책임져야

박선정 인문학당 달리 소장

  • 박선정 인문학당 달리 소장
  •  |   입력 : 2024-01-24 20:00:29
  •  |   본지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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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한복판을 자유로이 걷는 소의 풍경이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어디 소뿐이겠나. 개도, 말도, 당나귀도, 심지어 원숭이도 오간다. 같은 길 위로 사람들도 오간다. 누더기를 걸친 걸인으로부터 누런색 천으로 온몸을 감싼 순례자는 물론이고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여행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그 길을 공유한다. 이곳은 인도다.

2023년을 기점으로 인도는 세계 최대 인구를 가진 국가가 되었다. 대략 14억 명을 넘는다. 사용하는 언어도 제각각이어서 통계치조차 늘 다르다. 역사 또한 엄청나다. 지금으로부터 5000년 전에 인더스강을 중심으로 고도로 발달된 문명이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후 다양한 외세로부터의 침략과 지배를 겪으면서 많은 변화를 경험한다. 1947년 8월 15일, 영국의 89년 통치를 끝으로 현재의 민주 독립국가이자 IT 강국으로 우뚝 서고 있다. 그리고 그러한 독립의 중심에는 마하트마 간디가 있다. 그는 인도인들의 삶의 철학과 정신에 가장 합당한 저항 운동을 찾아냈다. 바로 비폭력 저항이었다.

작금의 인도는 또 다른 면에서 비폭력 저항을 하고 있는 듯하다. 가난과 극도의 빈부격차, 그리고 사회적 모순과의 싸움이다. 이러한 모습은 인도 최대의 금융 경제 도시라 할 수 있는 뭄바이에서 잘 드러난다. 인도 전역에서 일자리를 찾아온 이주민들이 늘어나면서 세계 최대의 인구 밀집 도시가 되었고, 일부 지역에는 거대한 슬럼가가 형성되었다.

필자는 하라비에 거주하는 한 가족의 초대를 받고 이들의 거처에서 차를 마시는 인연을 맺었다. 4인 가족이 함께 사는 이들의 집은 2층에 위치하고 있다. 한 평 반 남짓한 방 한 칸에 부엌 시설과 씻을 수 있는 공간이 함께 있고 이들은 한방에서 생활을 한다. 화장실은 재래식 공동화장실로 하천 옆에 따로 지어져 있다. 나를 초대한 소녀가 공부하던 책이 방 한켠에 쌓여 있다. 돈을 벌면 대학을 들어갈 거라는 그녀의 목소리가 미소만큼이나 희망에 가득 차 있다.

주택지역을 나와 하라비의 공장 지역으로 들어서자 소규모의 작업장들이 촘촘히 들어서 있다. 플라스틱이 담긴 거대한 꾸러미를 이고 지고 가던 사람들의 목적지가 바로 이곳이었다. 그렇게 수거된 플라스틱은 이곳에서 녹여지고 재활용돼 새 제품으로 탄생한다. 가죽제품을 비롯한 제조업에서부터 각종 염색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산업이 이곳의 아주 작은 공간에서 사람의 손과 발에 의해 만들어지고 있다. 어쩌면 이곳이야말로 인도의 심장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한편으로는 이처럼 열악한 일터에서 아주 적은 수익으로 종일 반복되는 일을 하는 이 사람들은 과연 삶을 무어라 생각할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이러한 질문에 대한 해답을 리쉬케시라는 도시에서 찾은 듯하다. 리쉬케시는 히말라야산맥 아래 위치하고 있으며 갠지스강이 시작되는 뿌리에 해당하는 곳이다. 전 세계 수많은 순례자와 요가 명상가들이 찾는 성지다. 이곳에서 필자는 한 달 요가 명상 프로그램에 참가했는데, 그 과정에서 만난 한 철학자의 말이 이러하다. “인도인 다수가 믿는 힌두교는 근본적으로 윤회 사상을 담고 있다. 인도인들이 동물에게 관대한 것을 넘어 심지어 숭배하는 것 역시 여기에서 비롯된다고 볼 수 있다. 현생의 나는 다행히 인간이지만 다음 생에는 동물이 될 수도 있다고 믿는다. 우주 만물 모두에 대한 존경과 존중으로 이해해 주면 좋겠다. 그리고, 이 모든 윤회의 꼭대기에는 인간이 있다. 지금의 나는 바로 그 인간으로 태어난 존재다.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다른 어떤 생명도 아닌 인간으로 태어났으니 말이다. 따라서 나는 지금 불평하거나 화를 내면서 인간으로 태어난 나의 시간을 낭비할 겨를이 없다. 이 순간을 최대로 누리고 즐기고 또 다음 생에도 인간으로 태어나기 위해 선하게 열심히 살아야 한다. 인간으로 태어난 복을 받은 우리는 각자 자신의 행복에 책임을 져야 한다. 그것이 우리의 의무이자 다르마다.” 인도인의 근원 속에 자리한 이러한 철학은 단지 종교적으로만 해석되지 않는다. 인간의 모순된 삶에 대한 무한한 긍정과 받아들임, 그리고 선하게 살아야 하는 이유에 대한 깊은 철학으로 이해된다.

정신의 나라라는 명성과 달리 수많은 편견과 오명을 함께 지닌 나라가 인도다. 그런데도 여전히 수많은 세계인들이 이 순간에도 무언가를 찾으러 이곳으로 향한다. 어떤 이들은 실망할 것이고, 어떤 이들은 더한 편견을 가진 채 떠날 것이고, 어떤 이들은 얻을 것이고, 또 어떤 이들은 다시 찾아올 것이다. 그럼에도 수천 년의 역사를 지닌 채 14억의 다양한 인구가 각자의 철학과 문화를 지닌 채 함께 살고 있는 이 넓은 땅을 고작 한 달이 조금 넘는 기간 머무른 찰나의 여행자인 필자가 어떻게 제대로 이해할 수 있겠는가. 그러니, 인도에서 보내는 이 글은 필자가 어느 간이역에서 띄우는 편지 정도로 읽어주길 당부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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