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과학에세이] 벽 허물기

김정선 동서대 총괄부총장

  • 김정선 동서대 총괄부총장
  •  |   입력 : 2024-02-12 19:12:49
  •  |   본지 22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미국의 초당파 싱크탱크 퓨 연구센터의 2023년 조사에 의하면 미국인들 중 과학을 신뢰한다고 답을 한 사람들은 57%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상당히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 고등교육에 대한 신뢰는 더 낮은 37%였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미국 저명 학회지 ‘사이언스(Science)’의 편집장은 2월 사설을 통해 과학인들 스스로의 노력이 더 필요하다고 했다. 그동안 과학자들이 본인의 연구와 일에만 몰두하면서 과학적 소통이 원활하지 못했고, 과학인들은 신뢰와 존경을 얻기 위한 노력을 더 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번 주 시작되는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권위 있는 미국 과학진흥회 (AAAS) 연차 총회의 주제가 ‘벽이 없는 과학을 향해’라는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Science는 AAAS가 출간하는 학술지다.

우리에게 ‘벽’을 없앤다는 말은 최근 대학들이 처한 난제를 해결하기 위한 법으로 제시되고 있는 ‘벽 허물기’라는 말과 일맥상통한다고 할 수 있다. 대학의 전통적 학문체계나 조직의 파격적인 변화를 가져오고, 학과나 전공을 초월한 융합형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정책이다. 이미 과학계에서는 ‘오픈 사이언스’ 라는 이름으로 과학 분야 간, 그리고 과학과 예술이나 인문 분야까지의 ‘벽’을 없애고, 연결하는 과정을 거쳐, 생산된 지식과 연구성과들을 사회의 모든 구성원들이 공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국제기구인 유네스코 등을 통해 진행되어 왔다. 그러나 오픈 사이언스가 과학 출판물의 공개적 접근이라는 좁은 의미 이상의 진전이 없던 중, 유네스코 2021년 총회에서 ‘오픈 사이언스 권고’안을 193개국의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포괄적이고 구체적인 가이드라인과 함께 권고안은 4개의 핵심축으로 구성되었는데, 오픈 사이언스 지식, 오픈 사이언스 인프라, 사회구성원의 열린 참여, 그리고 다른 지식체계와의 열린 소통이 그것이다.

미국 연방정부는 ‘다양한 문화를 인정하고, 개인의 안전을 보호하면서 협력하고, 재현성과 평등을 추구하여, 모두에게 과학적 연구 성과를 제공하는 원칙과 실천’을 위해 NASA를 포함한 17개 부처의 통합 정보채널을 2023년 개설했다. 독일에서는 2009년 베를린 장벽 붕괴 2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로 학문 간 경계를 허물고 차세대들의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발굴할 수 있는 과학 콘퍼런스를 아인슈타인 재단을 통해 후원했다. 이 콘퍼런스의 이름은 ‘무너지는 벽 실험실’ 대회(일종의 과학기술 경진대회)로 이후 연례행사가 되어 많은 나라에서 참가하는 오픈 사이언스 실천의 사례이기도 하다. 더불어 유네스코가 2015년 세계여성과학인의날(IDWGS)을 제정한 것도 동일한 맥락이라 할 수 있는데, IDWGS의 W는 여성인 Women의 첫 자, G는 여학생인 Girls의 첫 자로 여학생들이 미래의 과학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열린 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취지가 반영된 것이다.

미국의 과학사학자 나오미 오레스케스 박사는 그녀의 책 ‘왜 과학을 신뢰하는가?’를 통해 우리가 허물어야 할 또 다른 벽을 소개하고 있는데, 과학은 항상 옳고 완벽하다는 과학인들의 오만이나 일반인들의 무조건적인 믿음이다. 한 예로, 1873년 미국 하버드 의과대학의 클라크 교수는 여성이 남성과 동일한 고등교육을 받을 경우, 난소 등의 생식기능에 해가 될 것이라는 지금은 너무나 황당한 ‘과학적’ 이론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리가 과학을 신뢰할 수 있는 이유는 과학적 방법의 완벽성 때문이 아니고, 벽이 없는 개방된 시스템을 통한 엄격한 검증과정들을 거치면서 발전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렇듯 벽을 허문다는 것은 과학의 근본적인 속성 중의 하나이다. 그러나, 단순한 물리적인 병합 이상의 열려있는 검증과정을 통과했을 때 그 가치의 의미가 인정받게 될 것이다. 지구상의 난제 해결은 소통과 문화적인 차이를 극복한 이해의 과정을 통해 신뢰가 쌓여가는 과학에 맡겨야 하지 않겠는가.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알짜’ 동래 롯데百 매물 나왔지만…부동산 침체에 지역건설사 손사래
  2. 2강서구 ‘3대째 토박이’ 계신교? 아낌없는 예우·지원 챙겨가이소
  3. 3비움으로 쾌적한 거리…지역색으로 채운 간판
  4. 4센텀2지구 ‘200억대’ 1단계 공사, 지역업체 위해 쪼개 입찰
  5. 5해운대구 좌동 그린시티 지역난방료 인상 2년 만에 또 최대 15% 오른다
  6. 6노숙인 품어준 부산 유일 진료소, 보조금 끊겨 문 닫을 판
  7. 7부산 미분양 아파트 두 달 연속 5000가구 넘었다
  8. 8[속보] 트럼프 “대만, 美반도체사업 전부 가져가”
  9. 9‘클래식부산’ 초대 사업소장 공모
  10. 10대기업 맞섰던 부산개인택시조합, 카카오 가맹 절차 밟나
  1. 1예산권 보장 지방의회법 제정 본격화, 행정통합·맑은 물 사업 등 지원 총력
  2. 2복지부, 부산 숙원 ‘침례병원 공공화’ 재활의료 확대 검토
  3. 3조승환·박성훈, 중앙부처 경험 살린 의정 활동 눈길
  4. 4“공명선거 합시다” 민주 부산시당위원장 후보들 서약
  5. 5朴시장, 국회 찾아 글로벌허브법 협조 요청
  6. 6‘尹탄핵청문’ 두고 여야 적법성 공방
  7. 7정연욱, 1호 법안으로 '광안리해수욕장관광특구지정법' 발의
  8. 8최근 3년새 부산 10대 ADHD환자 50%이상 급증…김대식 "공부잘하는 약 오남용" 지적
  9. 9조지호 서울경찰청장, 경찰청장 내정
  10. 10與 김희정, “HUG ‘든든전세 사업’ 지방으로 확대해야”
  1. 1‘알짜’ 동래 롯데百 매물 나왔지만…부동산 침체에 지역건설사 손사래
  2. 2센텀2지구 ‘200억대’ 1단계 공사, 지역업체 위해 쪼개 입찰
  3. 3부산 미분양 아파트 두 달 연속 5000가구 넘었다
  4. 4“다대포 매력에 풍덩” 부산바다축제 26~28일 열린다
  5. 5HUG “보증 취소 전세사기 피해자 확정판결 전 구제 검토”
  6. 6벼랑끝 자영업…은행빚 연체율 급등
  7. 7‘트럼프 효과’ 꿈틀대는 증시·가상화폐
  8. 8날개 단 'K-뷰티'…상반기 화장품 수출 48억 달러 '역대 최대'
  9. 9주식투자땐 경영 참여 가능, 채권은 자금만 빌려주는 것
  10. 10휴가철 장거리 운전땐 보험특약 꼭 체크
  1. 1강서구 ‘3대째 토박이’ 계신교? 아낌없는 예우·지원 챙겨가이소
  2. 2비움으로 쾌적한 거리…지역색으로 채운 간판
  3. 3해운대구 좌동 그린시티 지역난방료 인상 2년 만에 또 최대 15% 오른다
  4. 4노숙인 품어준 부산 유일 진료소, 보조금 끊겨 문 닫을 판
  5. 5대기업 맞섰던 부산개인택시조합, 카카오 가맹 절차 밟나
  6. 6[뉴스 분석] 전공의 92% 끝내 미복귀…“하반기 모집 때도 응시 안할 것”
  7. 7시내버스·전동킥보드 환승체제 구축 협약
  8. 8을숙도 3만㎡ 규모 유아숲체험원 조성
  9. 9옆집음식, 양정2동 취약계층에게 사랑의 밑반찬 배달
  10. 10중처법 위반 원청 대표 집유…하청근로자 1명 숨져
  1. 1부산의 아들 수영 김우민 “파리서 가장 높은 곳 서겠다”
  2. 2“황희찬, 마르세유에 이적 의사 전달”
  3. 32관왕 노린 동명대 축구 아쉬운 준우승
  4. 4“매 경기 결승이라 생각, 동아대에 우승 안길 것”
  5. 5MLB 평균타율 56년 만에 최저수준
  6. 6마지막 메이저대회 디오픈 정조준…김주형·안병훈 올림픽 메달 담금질
  7. 7부산시설공단, 무더위 잊게 만들 야간경륜 2년만에 재개한다
  8. 8스페인 12년 만에 정상 탈환…아르헨 2연패 위업
  9. 9동명대 축구 4개월 만에 또 우승 노린다
  10. 10알카라스 이번에도 조코비치 꺾고 2연패
부산시의회 후반기 출범
예산권 보장 지방의회법 제정 본격화, 행정통합·맑은 물 사업 등 지원 총력
부산시의회 후반기 출범
상임위 7곳 중 6곳이 초선 위원장, 구의회 경험 바탕 ‘전문성’ 기대감
강동묵의 디톡스 [전체보기]
산재보험 60년, 이순(耳順)이기를 바란다
노동자 건강을 위한 국제사회의 경향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더 많이 두들겨 보아야 할 산복도로라는 돌다리
옛 부산세관 복원, 진정한 새로운 전통이 되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에어컨의 대명사에 남긴 이름
정부 R&D에서 지역이 소멸되었다
국제칼럼 [전체보기]
윤리가 없는 AI가 만들 ‘위험천만한 세상’
길 들이기와 길 들지 않기
기고 [전체보기]
AI의 일상화와 창작
아빠 육아 참여, 선택이 아닌 필수
기자수첩 [전체보기]
영화에 대한 열렬한 환호와 예우…‘축제의 궁전’ 품격이 달랐다
김석환의 이미 도착한 미래 [전체보기]
‘위선’ 일망정 ‘공감’과 ‘배려’를 보고 싶다
아직 명당 덕을 덜 본 것일까?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공존과 양립으로서의 국악 컬래버
디아스포라의 노래 영천아리랑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좋은 사람 되기
실력·인성 갖춘 축구 ‘레전드’ 정용환이 그립다
도청도설 [전체보기]
김경문 양상문 롯데
대통령실 행정관
메디칼럼 [전체보기]
진료실에서 만나는 이주노동자들
미래 한국 의료는 어디로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가마보코에 매료된 조선인
대만과 밀크피시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뇌력(腦力)을 키우는 다섯 가지 비결
뇌, 팩트 체크!
사설 [전체보기]
‘서이초 1년’ 학부모도 학교도 교육 본령 자성 계기로
전공의 빈자리 메울 방안 찾아 환자에게 피해 없어야
세상읽기 [전체보기]
산복도로 조망권, 적극적인 미래전략 필요
미세·나노 플라스틱의 끝없는 ‘스텔스 공격’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건강주치의 제도가 의료 개혁의 핵심인 이유
의대 입학정원 갈등의 올바른 해법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심해 유전 140억 배럴, 영일만과 산유국의 꿈
기회의 바다, 우리네 함장은 어디로 키를 잡을까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푸틴의 행보와 러시아 경제
경제문제가 풀려야 인구문제가 풀린다
인문학 칼럼 [전체보기]
수영에서 ‘역사도시’ 부산을 보다
인문 정신은 언제나 곡선으로 간다
전호환의 두잉세상 [전체보기]
‘나만의 생각’을 길러주려면
한국교육의 새 지평을 여는 IB교육학회 창립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건강과 재물을 얻는 명당아파트
차재원의 정치평설 [전체보기]
‘당원 중심주의’의 함정
비례대표 제도는 죄가 없다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호주 와인과 보랏빛 수영장
오페라 와인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바로크 음악
낭만오페라의 종언! 푸치니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꽃피는 부산항’에서
처음 보는 ‘무릉도원’
CEO 칼럼 [전체보기]
변화하는 모터쇼와 부산모빌리티쇼의 도전
위기가 기회로!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