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이 감지되면 누구나 피할 방법을 찾게 된다. 금융시장에서도 금리 주가 환율 변동에 따른 손실 위험을 피하려고 다양한 노력을 한다. 선진국일수록 금융 위험 회피에 적극적이며 다양한 금융상품을 개발하고 있다. 현대 금융시장에서 저렴하고 효율적인 위험 관리 수단으로 선물과 옵션 상품이 꼽힌다.
19세기 중반 이후 농축산물 분야에 주로 이용되던 선물거래는 1972년 환위험관리 영역을 통해 금융시장까지 확대되었다. 고정환율제의 미 달러 환율이 1971년 닉슨 대통령에 의해 변동환율제로 변경되었다. 미 달러에 연동된 주요 환율도 급변하게 되자 유럽, 일본 등은 관세장벽을 높이고 각종 무역규제로 환변동 위험을 피하고자 했다. 반면 미국에서는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밀턴 프리드먼의 연구를 기초로 시카고상업거래소(CME)에 영국 일본 독일 등 7개국 외화에 대한 선물거래를 도입하여 환위험을 관리했다. 1972년에 개발된 외환선물은 이전에 상상조차 어려웠던 혁신적 상품으로 금융선물거래의 시초였다.
1차 오일쇼크 이후 금리가 급변하자 미국 정부, 의회, 시장 관계자들은 외환선물의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금리위험 분야로 선물거래를 확대하고자 했다. 연방정부 감독기구로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를 1975년에 신설하고 개별상품 단위의 규제에서 금융상품과 선물거래소까지 규제를 확대하고 불공정거래 감독도 강화했다.
CFTC 설립 직후 세계 최초의 채권선물이 승인되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BOT)는 1975년 10월에 잔존만기 2.5년 이상의 주택담보대출유동화증권(GNMA) 선물을 상장했고 한 달 뒤 CME는 3개월 미국 단기국채 선물을 상장했다.
CBOT는 1977년 장기국채의 정례 발행 개시에 따라 GNMA선물 경험을 활용하여 그해 8월 장기국채(T-Bond) 선물을 도입했다. 이 선물 상품은 잔존 만기 15년 이상 30년 미만의 장기국채를 인수도 하는 상품이다.
T-Bond 선물 도입 초 거래가 활발하지 않았으나, 1979년 10월부터 연방준비위원회(FRB)의 통화량 축소로 기준금리가 1981년에 19%까지 폭등하자 금리 위험회피거래의 증가에 힘입어 세계 최고의 채권선물로 성장했다.
과거 미국 장기국채는 장외시장에서 당사자 간 상대매매로 간헐적으로 거래되어 가격(금리) 정보를 알기 어려웠다. T-Bond 선물 도입 후 거의 실시간으로 가격(금리) 정보가 전 세계로 전파되고 거래소에서 다자간 경쟁거래가 가능해지면서 T-Bond 금리가 전 세계 채권금리의 대표금리로 발돋움했다. 미 정부는 국채 딜러들의 국채 선물을 활용한 금리 위험관리에 따라 낮은 금리로 국채를 발행할 수 있게 되었다. CBOT는 이후 10년, 5년, 2년 등 중기국채 선물도 상장했다.
T-Bond 선물의 성공으로 영국 호주 캐나다 일본 독일 등도 경쟁적으로 국채 선물을 도입했다. 영국은 1982년 11월에 금융선물거래소(LIFFE)를 설립하여 장기국채 선물을 도입하고, 이후 독일 등의 유럽 국채선물도 상장했다. 호주는 1984년에 10년 국채 선물, 일본은 1985년에 10년 국채 선물, 독일은 1991년 장기국채 선물을 우선 도입하고, 단계적으로 단기, 중기, 초장기 등 다양한 만기의 국채선물을 상장했다.
우리나라는 1999년 9월에 3년 국채 선물을 처음 도입했다. IMF로 붕괴되었던 채권시장을 정상화하고, 국고채 발행/유통 촉진 및 채권포트폴리오 위험관리, 국채투자 연관상품 개발에 상당한 기여를 했다. 발행만기 장기화 추세에 맞춰 5년과 10년 국채선물도 2003년과 2008년에 도입하여 국채시장 선진화를 이끌고 있다.
1980년대 이후 최근의 인플레이션으로 2022년 중반부터 각국 채권금리가 급등했다. 특히 국내는 전체 국채 발행의 35%를 차지하는 20년 이상의 초장기국채 금리변동위험이 우려되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2월 19일부터 30년 국채 선물 거래를 시작할 예정이다. 30년 국채 선물이 선진국처럼 채권금리변동 위험관리 효율화, 초장기국채 연관상품 개발 및 일반인의 국채투자상품으로 활발히 활용되길 희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