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산유국 카타르의 국토 면적(1만1437㎢)은 경기도와 비슷하다. 인구는 290만 명으로 부산보다 적다. 경제력은 무시 못할 수준이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8만4000달러를 기록해 싱가포르에 이어 아시아 2위다. 세계 3위의 천연가스 매장량이 부의 원천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지난해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가문 5위로 카타르 군주인 알 타니 일가(약 173조 원)를 꼽았다.
두둑한 오일머니는 ‘국격 높이기’에 자주 동원된다. 남자 축구대표팀이 16강에 진출한 2022 FIFA 월드컵과 2023 아시안컵 개최지가 카타르 수도 도하다. 카타르 국부펀드는 2011년 프랑스 프로축구팀 파리 생제르맹(PSG)을 인수해 천문학적인 투자를 단행했다. 한때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 네이마르(브라질) 킬리안 음바페(프랑스)가 PSG 유니폼을 입고 뛰었다. 지금은 ‘탁구 게이트’로 아시안컵 4강 탈락의 불씨를 제공한 이강인 소속팀이다.
‘균형외교’는 카타르의 위상을 높인 가장 중요한 무기다. 미국과 친하면서도 미국의 적대국인 이란 하마스와도 ‘친구’다. 카타르는 하마스가 통치하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공무원 월급을 지급하는 후원국이다. 하마스 지도부 사무실뿐 만아니라 중동 최대 미군기지도 카타르에 있다. 미국 역시 카타르의 역할을 인정한다. 지난해 9월 미국-이란의 수감자 교환과 지난해 11월 이스라엘-하마스의 인질 석방이 카타르 중재로 성사됐다. 미군이 2021년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할 때도 카타르의 도움을 받았다.
미국 브루킹스연구소는 카타르가 2000년대부터 갈등 중재를 통해 영향력을 확대해 왔다고 분석한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카타르의 중재에는 높은 수준의 정치적 신뢰·지식과 감수성이 필요하다”며 “미국이 이스라엘을 대놓고 욕하지 않듯이 카타르도 하마스에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상대가 누구든 신뢰를 쌓아 균형외교를 한다는 의미다. 카타르가 상대방에게 빚을 지게 하고 나중에 실리를 챙기는 ‘이중게임’ 전술을 구사한다는 해석도 나온다.
카타르의 외교력이 20일 또 빛을 발했다. 러시아에 강제로 끌려간 우크라이나 어린이와 청소년 11명이 2년 만에 고국으로 돌아온 것이다. AFP통신은 우크라이나가 카타르에 중재를 부탁했다고 보도했다. 주우크라이나 카타르 대사 역시 “카타르는 현재까지 약 30명의 우크라이나 어린이를 귀환시키는 데 도움을 줬다”고 강조했다. 강대국에 둘러싸인 우리나라가 어떤 외교전략을 구사해야 하는지 카타르가 보여주는 것 같다.
이노성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