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기후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시간은 얼마나 남았을까?
2015년 파리 기후변화협약에서 전 회원국이 2100년까지 산업혁명 이전의 지구표면 평균온도 대비 1.5℃ 이상 상승을 억제한다는 데에 합의할 때만 해도 여유가 있는 듯 싶었다. 그러나 온난화의 속도는 예상을 훨씬 뛰어넘어 수년 내에 한계치에 도달할 수 있다는 예측이 벌써 나오고 있다. 심하면 당장 올해 그 선을 넘어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2023년은 세계 기상관측 역사상 지구가 가장 뜨거웠던 해로, 2016년의 종전 최고기록을 경신했다. 그런데 불행히도 이상기후 현상은 앞으로 더 강하게, 더 빈번히 나타날 것이라는 정부 간 기후변화협의체(IPCC)의 전망을 보면 이 기록도 그리 오래갈 것 같지는 않다.
해양의 표층수온 변화 역시 지구표면 온도와 같은 경향이었다. 지난 1월 보고된 미국 해양대기청(NOAA)의 지구기후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의 전 지구 해수면 평균온도는 종전 최고였던 2016년의 기록을 뛰어넘었으며, 20세기 평균수온 대비 0.91℃나 높았다고 한다.
온 세상의 바다가 뜨거웠던 만큼 우리 바다도 예외는 아니었다. 국립수산과학원(이하 수과원)이 1990년부터 인공위성을 통해 바다 표층수온 관측을 시작한 이래 2023년은 연평균 수온이 가장 높았던 해로서 지난 20년간(2001~2020년)의 평균보다 0.6℃나 높았다. 그리고 100년 전부터 측정된 해양관측자료를 보아도 우리나라 바다는 2000년대 중반 이후 여름철 수온 상승이 도드라지게 나타나고 있다.
해양의 온난화는 천천히 나타나지만 그 영향은 오랫동안 지속되는 것이 특징이다. 수온이 상승하면 해양생물은 생육에 적합한 새로운 서식지를 찾아 이동하는 것이 당연한 이치다. 기존 물고기 어장이나 해조류 서식지가 이동하고, 열대나 아열대 해역에서 새로운 종들이 유입되는 등 해양생태계의 변화는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수산업 또한 그 영향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수과원은 2019년에 수산분야 기후변화 평가 백서를 발간했고, 2022년부터는 해마다 관련 동향 및 연구결과 종합보고서를 발간해 기후변화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현재 상황을 요약하자면 ‘우리 바다에서 온난화의 영향은 해양환경은 물론 수산자원 양식 식품안전 등 수산업 전 분야에서 이미 나타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기후위기에 대응·적응을 위한 연구도 이전부터 추진되어 왔다. 수과원은 지난해에 전담 연구부를 만들어 바다의 변화를 여러 경로로 감시·관측하고, 예측·전망을 보다 정확·정밀화할 수 있도록 다학제적 체제를 갖추었다. 기후변화로 인한 생태계 변동의 과학적 예측을 기반으로 수산자원의 지속가능한 생산력을 파악하고, 또 이를 고도화하여 자원관리 정책을 지원하고 있다. 보다 넓은 수온 범위에서 생육할 수 있는 양식품종을 육종하고, 동시에 자연의존형보다는 첨단기술집약형의 친환경 스마트 양식법도 개발 중이다. 또한 기후변화로 인해 식품안전에 위협이 되는 잠재적 위해요소에 대한 감시도 강화하고 있다.
그 외 국내의 대학과 연구기관 등에서도 해양기후변화의 진단 예측 생태계 변화 등 관련 연구가 진행되고 있음은 물론이다. 수과원과 이들 기관은 서로 교류와 협력을 통해 수산분야 기후위기 대응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물론 이 정도의 연구만으로 기후위기 대응 준비가 완전하다고 할 수는 없다. 기후위기의 불확실성은 우리가 미처 예상치 못한 문제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과학에 근거한 대응·적응기술의 개발이라는 기본방향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어쩌면 올해의 지구표면 평균온도는 전 세계가 합의했던 ‘산업혁명 이전 대비 1.5℃ 이내’라는 마지막 선을 넘을 수도 있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그렇게 넉넉하지 않으므로 산·학·연은 역량을 더욱 결집해 이 위기를 잘 극복해 나가야 하겠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