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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도설] 나훈아와 인생이모작

  • 정상도 기자 jsdo@kookje.co.kr
  •  |   입력 : 2024-02-27 19:05:13
  •  |   본지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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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나훈아가 은퇴를 선언했다. “고마웠습니다!”란 한마디 울림이 크다. KBS 2020년 추석 특집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에서 그는 코로나19사태로 시름에 젖은 국민에게 힘을 불어넣었다. 가황(歌皇)의 위로였다. 부산 동구 초량 2동 출신 부산 사나이의 저력이었다. 그의 말대로 꿈을 만드는 사람이 가수라면, 그는 직분을 다했다. 그때 “느닷없이 내려갈 수도 있다”고 하더니, 27일 은퇴 선언도 느닷없다.

본명 최훈기 대신 예명인 나훈아로 살아온 그에게 곡절이 왜 없었겠나. 그래서 ‘아! 테스형 세상이 왜 이래/왜 이렇게 힘들어’라고 고백했지 싶다. 그 고백이 바로 우리 이야기다. 그의 이름 속 ‘훈’과 당시 드물게 여겨지던 성인 ‘나’를 조합한 나훈아가 시대의 아이콘이 된 이유다. “마이크를 내려놓는다는 것이 이렇게 용기가 필요할 줄은 미처 생각지 못했다”는 그의 마지막 콘서트는 오는 4월 열린다. 그가 ‘박수칠 때 떠나라’는 쉽고 간단한 말의 깊은 진리의 뜻을 따르자고 한다니, 우레와 같은 박수는 우리 몫이다.

그는 1966년 ‘천리길’로 데뷔한 이후 가수로 58년이란 숫자를 쌓았다. ‘고향역’ ‘머나먼 고향’ ‘잡초’ ‘무시로’ ‘홍시’를 비롯한 숱한 히트곡에 더해 나훈아를 기억하는 각별한 단면은 따로 있다. 이른바 삼성 비자금 의혹을 폭로한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을 생각한다’에 나오는 이야기다. 이건희 전 삼성 회장 일가가 마련한 행사에 많은 연주자와 연예인이 초청됐다. 그 당시 톱클래스의 보증수표로 통했던 이 행사를 거절한 유일한 연예인이 나훈아였다. ‘대중가수인 나의 공연을 보려면 나의 공연장에 와라’는 것이 나훈아의 고집이었다. 그만큼 그는 자신의 노래에 진심이었다.

나훈아가 공연을 접었다고 하지만, 가요계 울타리를 벗어나기가 쉽지 않으리라 짐작할 수 있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셈법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100세 시대, 70대 후반인 그도 인생이모작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 가요계 파이를 키우며 후배를 위해 활동하든, 예상 밖의 시도를 하든 앞으로 행보 하나 하나가 주목의 대상이다. 그의 노래를 흥얼거리며 인생이모작을 시도하는 많은 시니어가 특히 그렇다.

국제신문이 주도하는 ‘인생이모작포럼 : 한 번 더 현역’에 발맞춰 부산시장노년일자리지원센터가 구직 플랫폼을 출시했다. 기업 연계 경비 보안 취업 프로그램이다. 나훈아가 ‘기장갈매기’로 부산을 노래하듯, 인생이모작에 나서는 부산 시니어 응원가를 선물한다면 큰 힘이 되겠다.

정상도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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