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인문학 칼럼] 낯선 이에게 친절하라

대학·지방 소멸위기 중첩…외국인 유학생 유치 절실

중도 탈락·불법체류 속출…정주 가능한 정책 마련을

김인선 부산대 교수·여성연구소

  • 김인선 부산대 교수·여성연구소
  •  |   입력 : 2024-02-28 19:26:24
  •  |   본지 19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Be not inhospitable to strangers lest they be angels in disguise(낯선 이에게 친절하라. 그들은 변장한 천사일지도 모르니).”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독립서점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 벽에 새긴 오랜 문구다. 우리말로 ‘셰익스피어와 친구들’이라는 이름을 가진 파리의 이 서점은 누구에게든 ‘무료 숙박’을 제공한다. 인종 성별 나이 국적에 상관없이 누구나 간단한 규칙을 지키면 이곳에 머물 수 있다. 낯선 이에게 전해진 환대 덕분에 여러 작가들이 여기서 책을 읽고 교류하며 맘껏 능력을 꽃피울 수 있었다. 100살을 넘긴 고서점의 역사는 낯선 이를 따뜻하게 맞이한 열린 마음이 어떤 마법을 발휘하는지 말해준다.

그렇다면 한국에서 낯선 이는 어떤 존재일까. 지난 9일 언론이 보도한 세한대 동티모르 유학생 사건은 이방인을 대하는 한국인의 태도를 여과 없이 보여준다. 2023년 9월 세한대는 동티모르 유학생 29명을 영암 캠퍼스 자유전공학과에 입학시켰다. 한 달 뒤 이 학생들은 진도군에 있는 전복 양식장에서 일해야 했다. 인력업체가 이들의 등록금 일부를 대납해 한국에 입국시켰기에 학생들에게 근무지 선택이 허용되지 않았던 것이다. 이 사건이 공론화된 후에도 세한대는 인력업체에 책임 떠넘기기 급급하다.

국내 유학생(어학연수생 포함) 규모는 2012년 8만6878명에서 2022년 16만6892명으로 배로 증가했다. 대학의 입장에서 ‘정원 외’로 학교에 들어오고, 등록금 인상에도 제한이 없는 유학생은 재정난을 해소할 손쉬운 방안이기 때문이다. 대학교육연구소 분석 결과, 193개 대학 중 2023학년도 학부 등록금을 인상한 곳은 17곳(8.8%)에 그쳤으나, 유학생의 등록금을 인상한 대학은 69곳(35.8%)이었다.

세한대 사건은 2023년 11월 27일 한신대가 우즈베키스탄 유학생 22명을 강제 출국시킨 지 두 달이 지나지 않아 보도돼 충격이 컸다. 그러나 이 사건들이 과연 극소수 대학의 일탈에 불과한 것일까. 도대체 대학들은 왜 이런 편법을 자행하고 있을까.

실상 대학의 고충 또한 상당하다. 외국인 유학생에 대한 현행 지원 제도가 미흡한 데다 취업을 원하는 학생들의 무단이탈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교육부가 외국인 유학생의 불법 체류율과 중도 탈락률을 줄이고자 시행한 교육국제화역량 인증제도는 불법 체류율 10%를 넘는 대학에 1년간 유학생 유치를 제한한다. 이것이 유학생이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되는 주요인이다. 급기야 출입국관리소의 임무인 감시와 처벌을 대학이 대행하며 용역업체 직원까지 동원하기도 한다.

학령인구의 가파른 감소가 우려를 낳고 있다. 2024년 대학 진학 인구는 37만 명으로 2000년 86만 명의 절반이 채 되지 않는다. 그나마 수도권 사정은 나은 편이다. 통계청은 2040년 비수도권 대학 신입생 정원이 40%(8만 명) 이상 미충원될 것으로 예측한다. 대학이 사라지면 청년인구의 유입이 중단될 것이기에 지역사회의 사정은 더 절박하다. 외국인 유학생마저 없다면 지역 소멸에 도달할 지자체가 한둘이 아니다.

정부는 이런 상황을 타개하고자 2027년까지 외국인 유학생을 30만 명까지 증원하겠다고 공표했다. 작년 8월 ‘유학생 교육경쟁력 제고 방안’(스터디 코리아 300K 프로젝트)을 발표해 세계 10대 유학 강국이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무엇보다 유학생 유치가 지역소멸 위기를 해소한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유학생 규모만 확대한다고 상황이 나아질까? 오히려 무분별한 정원 확대가 문제를 악화시킬 공산이 크다. 한국에 오는 유학생 중 한국에서 정주를 꿈꾸는 이들도 많다. ‘2023년 이민자 체류 실태 및 고용조사 결과’에 따르면 유학생 10명 중 6명 이상이 졸업 후 한국에 계속 체류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는 3년 전보다 8.3% 증가한 수치다.

하지만 제도와 문화는 이런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인재 유치”를 외치지만 정작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지원에는 소극적이다. 폐쇄적인 사회 분위기도 한몫한다. 한국 사회에서 이주민은 여전히 이방인일 뿐이다. 전문가들은 처벌과 감시 중심의 제도를 취업과 정주 쪽으로 바꾸는 근본적인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모은다.

세한대 사건은 한국의 소수 대학에서 벌어진 이례적인 사건이 아니다. 한국 대학의 위기와 지방소멸의 위기가 중첩된 징후적인 사건이자 정부 외국인 정책의 근원적 전환을 요구하는 긴급한 신호다.

유학생은 그저 값싼 노동력이 아니다. “변장한 천사일지도 모른다.” 한국 사회에 묻는다. 과연 낯선 이를 따뜻하게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한국 사회에도 100년 전 ‘셰익스피어와 동료들’의 이방인들이 경험한 아름다운 마법이 펼쳐지길 기대한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아파트분양 성적표 희비…상승여력 높은 단지 청약 몰렸다
  2. 2‘에어컨 없는’ 올림픽 선수촌…韓선수단, 쿨링재킷 입는다
  3. 3[이원 기자의 Ent 프리즘] 선미·나연·권은비…올 여름 ‘서머퀸’ 누가 될까
  4. 4억울한 옥살이 3년, 노래로 풀어낸 사연
  5. 5동아대 의대 휴진 결정…‘빅5’ 병원 무기한 셧다운 확산
  6. 6옛 부산외대 땅 개발 ‘일단 정지’
  7. 7[르포] 건네받은 생수 벌컥벌컥…“펄펄 끓는 땅, 박스 없인 못 앉아”
  8. 8데이터센터 전기 신청 폭증…땅값상승 노린 허위도 기승
  9. 9초량상가시장 건물 경사로 와르르…위엔 80세대 아파트 ‘아찔’
  10. 10‘백상 커플’ 수지와 첫 연기 호흡 “오랜 연인 케미? 반말 처음 해봐”
  1. 1‘1의원 1보좌관제’, 부산시의회 의장 선거 주요 이슈로
  2. 2이성권(사하갑) 의원, 우동기 지방시대위원장에 2차 공공기관 이전 조속 추진 요청
  3. 3檢 ‘쌍방울 대북송금’ 이재명 기소…제3자 뇌물 등 혐의
  4. 4李 서울~수원 오가며 주 4회 법정 설 수도…당무차질 불가피
  5. 5野 반쪽 법사위 ‘채상병특검법’ 상정 강행…與 “거부권 건의”
  6. 6김종양 '창원 방위·원자력 융합 산업단지 신속 추진법' 1호 법안 발의
  7. 7韓-카자흐 핵심광물 공급망 MOU “韓기업 우선 개발”
  8. 8민주 당헌·당규 개정, 당내 우려에도 ‘착착’
  9. 9野 “대통령 정적 죽이기”…與 “李 지키려 사법부 장악”
  10. 10당정 “내년 3월말까지 공매도 금지기한 연장”
  1. 1아파트분양 성적표 희비…상승여력 높은 단지 청약 몰렸다
  2. 2데이터센터 전기 신청 폭증…땅값상승 노린 허위도 기승
  3. 3차등요금제·특화지역 추진 빨라진다…'분산에너지법' 본격 시행
  4. 4부산원아시아페스티벌에 110만 관객 ‘역대 최대’
  5. 5삼정타워서 쇼핑 축제 즐기세요
  6. 6세계 ‘데비안 개발자’ 부산서 학술행사
  7. 7쿠팡 "공정위 결정 착수땐 로켓배송 어렵다"
  8. 8재개발 때 국공유지 관리청 명시적 반대 없으면 사업 동의로 간주
  9. 9국내 기업 10곳 중 4곳, 번 돈으로 이자 감당 못해
  10. 10여당서 '비수도권 준공 후 미분양 주택' 과세특례 재추진
  1. 1억울한 옥살이 3년, 노래로 풀어낸 사연
  2. 2동아대 의대 휴진 결정…‘빅5’ 병원 무기한 셧다운 확산
  3. 3옛 부산외대 땅 개발 ‘일단 정지’
  4. 4[르포] 건네받은 생수 벌컥벌컥…“펄펄 끓는 땅, 박스 없인 못 앉아”
  5. 5초량상가시장 건물 경사로 와르르…위엔 80세대 아파트 ‘아찔’
  6. 6부산 사상구 감전동 폐수처리 공장 인근서 폭발…2명 부상
  7. 7“차등전기료 부산에 기회…첨단기업 유치할 경쟁력 갖춰야”
  8. 8“공공건물에 소아과 개원하실분” 인프라 부족에 부산 동구 나섰다
  9. 9맛집·대형음식점도 못 믿어…부산시특사경 15곳 적발
  10. 10100억 횡령 우리銀, 금감원 조사 착수…임원에 관리책임 물을까
  1. 1‘에어컨 없는’ 올림픽 선수촌…韓선수단, 쿨링재킷 입는다
  2. 2MVP 매탄고 임현섭 “팀원 대표로 수상…프로팀 진출 포부”
  3. 3협회장배 고교축구, 수원 매탄고 우승
  4. 4달라진 한현희…시즌 첫 QS, 이적 후 최다 9탈삼진
  5. 5막강 공격력 매탄고, 4년 만에 ‘고교 월드컵’ 제패
  6. 6백승주 매탄고 감독 “선수들, 경기 주도권 잡는 플레이 펼쳐”
  7. 7원정 중국 관중 비매너 야유에…손흥민 ‘3-0 손동작’ 침착한 응수
  8. 8롯데 나균안, 키움전 선발 등판…다시 일어설 수 있을까
  9. 9한국 근대5종 세계선수권서 남녀 계주 동반우승
  10. 10U-19 축구대표팀 중국에 일격 당했다
우리은행
후보가 후보에게 묻는다
부산 서동
4·10 총선 지역 핫이슈
원도심 숙원 고도제한
강동묵의 디톡스 [전체보기]
노동자 건강을 위한 국제사회의 경향
소규모사업장 중처법, 투약 중단이 필요한가?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더 많이 두들겨 보아야 할 산복도로라는 돌다리
옛 부산세관 복원, 진정한 새로운 전통이 되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준설, 유일한 치수대책은 아니다
융합의 안목
국제칼럼 [전체보기]
‘3요’와 칸 레드카펫을 빛낸 조연들
AI시대 유토피아? 디스토피아?
기고 [전체보기]
갑진년 김해시의 ‘값진 주민과의 대화’
부울경 메가시티가 먼저다
기자수첩 [전체보기]
영화에 대한 열렬한 환호와 예우…‘축제의 궁전’ 품격이 달랐다
영화의전당 대표 연임…소통 외치는 현장에 귀 기울여야
김석환의 이미 도착한 미래 [전체보기]
아직 명당 덕을 덜 본 것일까?
노무현이 옳았다
김용석의 시사탐방 [전체보기]
신문은 살아 있고, 칼럼은 말을 건다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디아스포라의 노래 영천아리랑
우리 융복합 음악의 시초 고구려악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천덕꾸러기’ 북항재개발 이대로는 안된다
소통을 이기는 무기는 없다
데스크시각 [전체보기]
가덕신공항과 박형준의 정치적 미래
도청도설 [전체보기]
파크 콘서트
스페이스 광개토
메디칼럼 [전체보기]
일하는 사람의 1차 의료, 근로자 건강진단
100세시대의 건강관리법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대만과 밀크피시
조식전쟁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뇌력(腦力)을 키우는 다섯 가지 비결
뇌, 팩트 체크!
사설 [전체보기]
때 이른 더위에 긴 여름 더 걱정…폭염대책 빈틈없어야
부산 의대 교수들도 휴진 결의, 환자 어디로 가야 하나
세상읽기 [전체보기]
‘고립주의’ 미국, 돌아온 ‘정글’…한반도 해법은
부산 청년 수도권 유출, ICT 계열이 가장 심각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건강주치의 제도가 의료 개혁의 핵심인 이유
의대 입학정원 갈등의 올바른 해법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기회의 바다, 우리네 함장은 어디로 키를 잡을까
부산항, 글로벌 물류 허브 플러스 알파
이해인 수녀 '기도의 창가에서' [전체보기]
12월의 기도편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경제문제가 풀려야 인구문제가 풀린다
중국의 한국시장 시장교란
인문학 칼럼 [전체보기]
인문 정신은 언제나 곡선으로 간다
호모 사피엔스의 바다
전호환의 두잉세상 [전체보기]
‘나만의 생각’을 길러주려면
한국교육의 새 지평을 여는 IB교육학회 창립
차재원의 정치평설 [전체보기]
‘당원 중심주의’의 함정
비례대표 제도는 죄가 없다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오페라 와인
와인이란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바로크 음악
낭만오페라의 종언! 푸치니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꽃피는 부산항’에서
처음 보는 ‘무릉도원’
CEO 칼럼 [전체보기]
우리는 역사적 사명을 띠고 태어났다
드론으로 변화할 부산의 미래
  • 유콘서트
  • 국제크루즈아카데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