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이제명의 오션 드림] 부산항, 글로벌 물류 허브 플러스 알파

이제명 부산대 교수·수소선박기술센터장

  • 이제명 부산대 교수·수소선박기술센터장
  •  |   입력 : 2024-02-29 19:34:37
  •  |   본지 18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파나마운하는 대서양과 태평양을 연결하는 수로로, 수에즈운하와 더불어 세계 해상 교통망에서 가장 중요한 운하다. 구간별로 높낮이 차를 가진 도크 시설을 만들고, 도크 별로 물을 채웠다 빼는 방식으로 운하와 해수면의 높이를 순차적으로 맞춰가며 선박을 이동시킨다. 도크를 채우는데 필요한 물은 가툰 호수라는 육지의 인공 호수에서 끌어다 쓴다.

작년 10월 73년 만의 대가뭄으로 가툰 호수의 물이 말라 버렸고, 운하는 정상 운영되지 못했다. 하루 선박 통행량을 31척에서 18척까지 제한하는 방침이 나왔다. 역대급 가뭄에 운하가 통행 제한 상태가 된 것이 이유이지만, 경제 통상의 측면에서 보면 전 세계 해상무역 25%가 영향을 받는 결과를 초래했다. 해양 물류에 문제가 생기면 세계 경제가 어떻게 흔들리는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3년 전에는 말레이시아에서 네덜란드로 향하던 400m 길이의 초대형 컨테이너 운반선 ‘에버그린호’가 좌초되면서 수에즈운하를 막아버린 적이 있다. 물류가 마비되고 막대한 경제 손실이 발생했다. 2021년 3월 23일부터 7일간 운하는 막혀 있었고, 이 기간에 화물 운송 차질로 인한 피해가 시간당 4억 달러의 손실이었다고 하니 1주일간 발생한 경제 손실은 어림잡아도 대략 1조 1000억 원이 넘는다. 해양 물류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또 다른 사례다.

작년 12월 수에즈운하와 접한 홍해에서 예멘 후티반군이 민간 상선에 대한 무차별적 공격을 함으로써 해상무역 항로가 또다시 막혔다. 이후로도 수시로 선박 운항이 제한되고 있으니 세계 해상무역의 12%를 담당하는 홍해의 물류 기능 상실이 수에즈운하 사태와는 비견되지 않을 정도로 심각할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더구나 이 해역은 세계적으로 가장 중요한 원유 수송로의 하나여서 국제 에너지시장이 요동치는 상황까지 불러왔다.

대륙은 분리되어 있고 해양은 연결되어 있으니 해양을 통한 대량 운송을 기본으로 하는 국제 무역이 활발해질수록 경제효과와 직결되는 ‘항로 안정성’은 점점 더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바다를 이용하는 방법이 바닷길이라면 ‘바닷길의 시작과 끝은 어딜까’라는 생각이 든다. 네덜란드 일본 이탈리아. 이들 국가가 매우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공통된 정책이 있다. ‘항만 개발’. 바닷길의 시작이자 종착점으로서의 항만의 중요성을 알아보고, 항만 개발을 국가의 주요 정책으로 일찌감치 선정했다.

네덜란드 로테르담 항구는 유럽의 관문으로 불리며 유럽 최대의 항구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게다가 라인강 지류 니어마우스강과 연결되어 있으니 육지와 해양 전방위 물류 거점 위상까지 차지함은 당연하다. 최근에는 지정학적 지위에 만족하지 않고 스마트·친환경 등의 첨단 항만으로의 대변신을 꾀하고 있다. 항만 전체를 물류와 환경 분야 첨단 기술의 초대형 실증 거점으로 만들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수상 도시의 대명사로 불리는 이탈리아 베네치아. 휴양과 소비만 연상되는 이 곳에 초대형 유람선 전문 건조회사이자 유럽 최대 규모의 핀칸티에리 조선소가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회피산업으로 폄하 받는 조선업과 화려한 관광산업이 같은 공간에 존재한다는 사실이 꽤 흥미롭다. 하나의 도시에 산업용 대형 항만이 관광 허브로서의 항구도시 영역을 침범하지 않고 상생할 수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일본에서는 오사카부 교토부 와카야먀현 등을 포함해 2부 6현 4시로 구성된 간사이 광역연합이 ‘광역연합 2.0’ 버전 향상을 통해 구체적 모양을 갖춰가고 있다. 오사카·간사이 엑스포를 기점으로 일본 제2의 메가시티를 구성하려는 전략으로 읽힌다. 핵심은 오사카만을 중심으로 하는 경제 혁신이다. 물류 기능을 확대함은 물론 항만 매립과 개발, 기업 유치, 해양관광 활성화에 이르기까지 항만의 기능과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이들 사례의 공통점은 항만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역할 부여에 있다. 단순한 무역과 물류 기점으로서의 항만 기능을 뛰어넘어 해양과 연계한 ‘복합 경제 허브’로서의 공간 창출을 도모하고 있다. 세계가 이미 항만과 해양 이용에 대한 다채로운 시각을 갖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항만이 바닷길의 시·종점 역할에만 그친다면 물류 외에는 기대할 것이 없다는 한계점에 대한 인식을 바탕에 두고 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항구도시를 방점 삼아 부산엑스포를 유치하려 했던 우리에게 이들 사례는 많은 시사점을 제시한다. 비록 유치에는 실패했지만, 기획과 준비단계에서의 성과는 절대 적지 않다. 가덕신공항과 신항 배후단지 등을 연계한 ‘트라이포트’ 구축과 이를 이용한 국제물류 허브 완성이라는 대단위 정책도 수립됐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여전히 물류에 치우쳐 있다는 것이다. 경쟁국들이 이미 추진했던 밋밋한 과정은 건너뛰고, 우리의 역량을 집대성해 세계를 놀라게 할 그림을 제시할 수는 없을까. 글로벌 물류 허브는 당연한 것 아닌가. 여기에 더해서 관광과 산업과 첨단기술을 아우르는 ‘대한민국 경제 허브’로서의 부산항 그림을 보고 싶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텐퍼센트’도 뽑혔다…부산 미래 이끌 서비스 강소기업 10곳
  2. 2“폐업할 돈 없어 적자에도 문 연다” 좀비가 된 자영업자들
  3. 3해운대구 좌동 그린시티 ‘노후계획도시 선도지구’ 될 수 있다
  4. 4대연터널 ‘꾀·끼·깡·꼴·끈’ 황당 문구…전국적 조롱거리(종합)
  5. 5연산교차로 명소화 120억 등 대형사업 돈 어디서 구하나
  6. 6‘친문’주류 부산 민주당 지역위원장직에 ‘친명’ 도전장
  7. 7포스코 부산대 지고 서울대 뜨고
  8. 8수산대 졸업한 사천 청년, 팔라우 국가 경제 초석 다지다
  9. 9HJ重, 친환경 컨선 2척 동시명명식…상선 기술력 입증
  10. 10오스만 말기 술탄과 열강 개입…고종 닮은꼴?
  1. 1‘친문’주류 부산 민주당 지역위원장직에 ‘친명’ 도전장
  2. 2노무현 서거 15주기…여야 인사 봉하 집결
  3. 3한·일·중 정상회의 4년 5개월 만에 개최…26, 27일 서울서(종합)
  4. 422대 국회, 부산엑스포 유치 실패 국조할까
  5. 5조국혁신당 조직 재정비…‘당원 늘리기’ 초점
  6. 6[속보]한중일 정상회의 4년5개월 만에 26일 서울에서 개최
  7. 7尹, 채상병 특검법에 거부권…정국 급랭
  8. 8親文, '노무현 추도식' 앞두고 회고록 논란에 뒤숭숭
  9. 9與 중진 긴급소집 “특검법 부결이 당론” 본회의 총동원령
  10. 10총선 당선인 1인당 평균재산 33억여 원
  1. 1‘텐퍼센트’도 뽑혔다…부산 미래 이끌 서비스 강소기업 10곳
  2. 2“폐업할 돈 없어 적자에도 문 연다” 좀비가 된 자영업자들
  3. 3포스코 부산대 지고 서울대 뜨고
  4. 4HJ重, 친환경 컨선 2척 동시명명식…상선 기술력 입증
  5. 5대한항공 부산 테크센터, 공군 공중급유기 첫 창정비
  6. 6고물가, 집값 하락…부산 가계소비 회복세 둔화될 듯
  7. 7빚더미 앉은 부산 소상공인들…신보 올해만 697억 대신 갚아
  8. 8때 이른 더위에…유통·호텔가 ‘쿨 마케팅’
  9. 9최금식 선보공업 회장, 금탑산업훈장 받아
  10. 10기준금리 3.5% 동결
  1. 1해운대구 좌동 그린시티 ‘노후계획도시 선도지구’ 될 수 있다
  2. 2대연터널 ‘꾀·끼·깡·꼴·끈’ 황당 문구…전국적 조롱거리(종합)
  3. 3연산교차로 명소화 120억 등 대형사업 돈 어디서 구하나
  4. 4부산 시내버스 음주 운전, 승객 신고에 덜미
  5. 5김호중,영장심사 연기 신청…법원 기각
  6. 6'출소 3년 만에 또'…내연녀 남편 살해한 50대 항소심서도 무기징역
  7. 7경찰 정차 요구도 무시하고 13km 음주 운전한 부산국토청 공무원
  8. 8“이혼한 뒤에라도 혼인무효 가능” 대법 40년 만에 판례 뒤집었다
  9. 9경영권 다툼 일동건설 사주 일가 불법 로비도 들통
  10. 10부산시, 유엔투어리즘과 협업…글로벌 허브도시 기반 다진다
  1. 1롯데 ‘안방마님’ 장타력이 살아난다
  2. 2통영동원로얄컨트리클럽- 순금 상패·현금 등 홀인원 이벤트…사계절 라운딩의 재미 배가
  3. 3낙동중 2년 만에 소년체전 부산대표로
  4. 4흙신 나달 롤랑가로스서 ‘유종의 미’
  5. 5레버쿠젠 불패행진 저지한 아탈란타
  6. 6실외 골프연습장 파디글스- 첨단장비와 엄격한 시설 관리…150야드 비거리에 벙커연습장도
  7. 7양산동원로얄컨트리클럽- 우람한 산세·부드러운 코스의 조화…그린 넓어 ‘백돌이’도 OK
  8. 8부산컨트리클럽- 울창한 수목으로 홀마다 색다른 분위기…회원 1060명 명문클럽
  9. 9기장동원로얄컨트리클럽- 개성 있는 9홀서 다이내믹 플레이…새벽부터 밤까지 나이스 샷
  10. 10목포 소년체전 25일 팡파르…부산 금 20개 안팎 목표
우리은행
후보가 후보에게 묻는다
부산 서동
4·10 총선 지역 핫이슈
원도심 숙원 고도제한
강동묵의 디톡스 [전체보기]
노동자 건강을 위한 국제사회의 경향
소규모사업장 중처법, 투약 중단이 필요한가?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더 많이 두들겨 보아야 할 산복도로라는 돌다리
옛 부산세관 복원, 진정한 새로운 전통이 되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축복의 계절
과학계의 스승과 제자
국제칼럼 [전체보기]
‘3요’와 칸 레드카펫을 빛낸 조연들
AI시대 유토피아? 디스토피아?
기고 [전체보기]
지역 창업기획자가 부산의 미래다
해외직구식품, 현명한 선택과 소비가 필요하다
기자수첩 [전체보기]
영화의전당 대표 연임…소통 외치는 현장에 귀 기울여야
김갑수의 생각 [전체보기]
이재명 대표께
김석환의 이미 도착한 미래 [전체보기]
아직 명당 덕을 덜 본 것일까?
노무현이 옳았다
김용석의 시사탐방 [전체보기]
신문은 살아 있고, 칼럼은 말을 건다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디아스포라의 노래 영천아리랑
우리 융복합 음악의 시초 고구려악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소통을 이기는 무기는 없다
선한 영향력
데스크시각 [전체보기]
가덕신공항과 박형준의 정치적 미래
도청도설 [전체보기]
신경림의 사랑노래
워킹맘 저출생수석
메디칼럼 [전체보기]
일하는 사람의 1차 의료, 근로자 건강진단
100세시대의 건강관리법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조식전쟁
미쉐린 가이드와 ‘부산의맛’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뇌력(腦力)을 키우는 다섯 가지 비결
뇌, 팩트 체크!
사설 [전체보기]
한계상황 몰린 자영업자 줄도산 막을 대책 서둘러라
우주항공청 27일 개청, 사천서 여는 뉴스페이스시대
세상읽기 [전체보기]
지옥에서 국가명승으로
우리의 가까운 미래를 위하여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의대 입학정원 갈등의 올바른 해법
우리 시대의 올바른 복지 원칙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기회의 바다, 우리네 함장은 어디로 키를 잡을까
부산항, 글로벌 물류 허브 플러스 알파
이해인 수녀 '기도의 창가에서' [전체보기]
12월의 기도편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경제문제가 풀려야 인구문제가 풀린다
중국의 한국시장 시장교란
인문학 칼럼 [전체보기]
호모 사피엔스의 바다
세상을 뒤흔든 춤
전호환의 두잉세상 [전체보기]
한국교육의 새 지평을 여는 IB교육학회 창립
‘자신과의 경쟁’이 ‘경쟁 교육’ 대안이다
차재원의 정치평설 [전체보기]
비례대표 제도는 죄가 없다
‘자객공천’ 유감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오페라 와인
와인이란
특별기고 [전체보기]
부산의 위대한 도전은 계속 된다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낭만오페라의 종언! 푸치니
정명훈과 도쿄필하모닉 오케스트라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처음 보는 ‘무릉도원’
무호 이한복의 ‘운룡도’
CEO 칼럼 [전체보기]
우리는 역사적 사명을 띠고 태어났다
드론으로 변화할 부산의 미래
  • 국제크루즈아카데미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