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5일 산업통산자원부는 이산화탄소(CO₂) 포집·수송·저장 및 활용에 관한 법률(CCUS법) 기업 설명회 및 간담회를 가졌다. 지난 1월에 제정된 CCUS법의 주요 내용과 ‘2024년 제1차 재정사업평가위원회’에서 예비타당성조사 대상으로 선정된 ‘동해가스전 활용 탄소포집·저장(CCS) 실증사업’을 설명하고, 기업의 의견을 듣는 자리였다.
CCUS법은 이산화탄소를 효율적으로 포집·저장하거나 기술개발과 산업화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한 법률이다. 이산화탄소 포집시설이나 수송관의 설치·운영, 저장 후보지의 탐사·선정, 포집·저장·활용 집적화단지 지정·운영 등을 담고 있다. 또한 CCUS 진흥센터 설립이나 전문기업 지원 등 산업 육성에 관한 내용도 포함돼 있다.
‘동해가스전 활용 CCS 실증사업’은 울산과 부산에서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허브터미널에서 압축·액화한 후 해저 파이프를 통해 동해 폐가스전 고갈 저류층에 주입·저장하는 사업이다. 이산화탄소를 연간 120만 t씩 6년(2025년~2030년)간 저장하는 사업으로, 총사업비 2조 9529억 원(국비 8169억 원, 지방비 888억 원, 민간 투자 2조472억 원) 규모다.
이와 같이 우리나라 CCUS 사업은 시행과 산업육성을 위한 법적 기반도 마련되고 있고, 국내 최초로 상용 규모의 ‘동해가스전 활용 CCS 실증사업’도 첫발을 내디뎠지만 넘어야 할 산은 많다.
먼저 총사업비 가운데 상당 부분이 민간투자로 설계된 것이 부담이다. 사업의 경제성이 낮다는 점을 고려할 때 민간이 선뜻 나서기가 망설여지는 것이 현실이다. 이날 설명회에서도 CCS 실증사업에 참여하는 기업이 입을 손실을 최소화해 줄 정부의 인센티브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 CCUS법은 참여기업에게 인센티브를 줄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으나 구체적인 방법과 내용은 올해 마련될 하위법령에 미뤄져 있다. 내년부터 실증사업이 시작되므로 인센티브 지급의 세부 기준과 구체적 내용이 시급히 확정돼야 한다. 뿐만 아니라 사업의 인허가에 관한 사항, 시설 설계기준, 시설 설치·운영 등 CCUS 사업 계획과 실행에 필요한 세부적인 하위법령을 통해 완비돼야 한다.
한편, 주민 수용성은 CCUS 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한 사회적 합의 기반을 형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주민 수용성 확보를 위해 CCUS 사업의 안전 및 환경 관련 정보제공, 저장 시설 설치 및 운영 모니터링에 이해관계자 참여 보장, 지역주민 지원 등에 대한 법적 근거를 두는 것이 중요하다. 그동안 정부가 신재생에너지 비중 확대를 위해 공을 들인 해양풍력발전 사업도 추진 과정에서 주민 수용성 문제로 사업이 지연되거나 좌초됐다. 이 때문에 정부는 2020년 ‘주민과 함께하고 수산업과 상생하는 해상풍력발전 방안’을 발표하고, 전기사업법 등 관련 법률도 정비했다. 외국에서도 재생에너지 사업에서 주민 수용성 확보를 핵심과제로 인식하고 사전 준비를 했다. 미국 에너지부는 2013년에 주민 수용성 증진을 위해 ‘이산화탄소 저장 프로젝트의 주민 지원활동 및 교육지침’을 개발했고, 영국 해양에너지관리국도 해상풍력발전 등 재생에너지 프로젝트 승인과정에 대한 시민 이해도 제고 및 참여 확대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우리나라 CCUS법은 주민 수용성과 관련해서는 저장사업자의 모니터링 계획 수립 및 공공 모니터링 체계 구축만 규정하고 정보 제공이나 주민참여 보장 등은 빠져 있다. 그런데 실증사업은 내년부터 시작될 예정이어서 주민 수용성 확보 활동은 당장 시작돼야 한다. 현재로 유일한 대안은 해상풍력발전이나 외국 CCS 사업 사례를 참고해 우리나라 ‘CCUS 주민 수용성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실증사업부터 시범 적용하는 것이다.
지역 주민이 CCS 사업의 안정성에 대한 불안감을 극복하고 사업 진행에 동의할 수 있도록 투명한 정보공유, 지역 주민과 이해관계자의 참여, 사업 이익의 지역사회 환원 등에 대해 정부 차원에서 실질적인 행동에 나설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