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온도가 문제가 되고 있다. 지난 2월 7일 유럽연합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는 2023년의 지구 평균 온도가 산업혁명 전보다 1.5℃ 이상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과학자들은 2023년을 지난 12만5000년 중 가장 온도가 높은 해로 발표했고 본격적인 기후 위기를 예고했다. 이미 기후 위기는 시작됐고, 선진국들은 자국 보호를 이유로 국경을 닫고 있다.
그 대표적인 조치가 무역에 온실가스 기준을 강화한 유럽연합, 미국발 ‘탄소국경조정제’(탄소국경세)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미국과 유럽연합 수출 비중은 2018년 20.5%에서 2023년 29.2%로 늘었다. 수출에 의존해 온 우리나라가 긴장해야 할 이유다.
탄소국경세는 유럽연합이 먼저 시작했다. 탄소국경세 대상 품목을 수출한 1700여 개의 우리나라 기업들은 3월 1일을 시작으로 온실가스 정보를 유럽연합에 분기별로 보고해야 한다. 철강 알루미늄 비료 시멘트 전기 수소 6개 품목에 포함된 온실가스 정보가 대상이다. 보고서를 제출하지 않거나 정확하지 않은 정보를 제공한 기업들은 온실가스 1t당 10유로에서 50유로의 벌금을 내야 한다.
미국판 탄소국경세는 더 심각하다. 미국 의회는 온실가스 감축을 이유로 2022년 6월 미국판 탄소국경세인 ‘청정경쟁법안’(CCA)을 제출했고, 2023년 12월에 다시 발의했다. 민주당과 공화당의 지지를 받는 청정경쟁법은 2025년 1월부터 실행할 계획이다. 대상은 미국이 수입하는 정유 철강 알루미늄 유리 종이 등 12개 품목이고, 2027년부터 자동차와 전자제품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기준치를 넘는 온실가스 1t당 55달러를 부과하고 매년 5%를 올린다고 한다.
이렇게 탄소국경세 쓰나미는 시작됐다. 우리나라 정부와 기업의 대책은 무엇일까? 필자는 지난 2월 우리나라의 B 회계법인 ESG 센터장과 국경세 논의를 한 적이 있다. 강판을 생산하는 우리나라의 S 중소기업이 유럽연합에 제출할 온실가스 보고서를 그 회계법인에 의뢰했다 한다. 그 중소기업은 탄소국경세를 왜 보고 해야 하는지를 이해하지 못했다 한다. 아울러 센터장은 현재 우리나라 컨설팅 역량으로는 유럽연합 기준으로 보고하지 못한다는 점을 걱정했다.
그런데 이 중소기업만 그럴까? 2023년 10월 ‘중소기업중앙회’가 조사한 300개 기업들 중 78.3%가 유럽연합 탄소국경세를 잘 모른다고 대답했다. 탄소국경세에 대해 우리나라의 80% 기업들은 준비가 안 돼 있다고 볼 수 있다.
유럽연합과 미국의 수입업체들은 정확하지 않은 정보를 제공하는 제조업체들과 계약을 거절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온실가스는 수출로 먹고사는 제조업체들에게 현안이 되었는데, 왜 이렇게 준비가 허술할까?
2023년 7월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 100개 기업에 2025년으로 예정돼 있던 기업들의 기후의무공시를 문의했는데 70% 이상의 기업들이 연기를 요구했다. 아울러 엄격한 국제표준 적용을 피해 느슨한 국내 기준을 적용할 것을 요구했다. 이 요구를 수용해 정부는 기후의무공시를 2026년으로 연기하고 기준도 낮추었다. 이 조치가 현명했을까? 탄소국경세는 우리나라 정부와 기업이 피하고 싶어 하는 국제표준으로 대응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현재 우리나라는 소중한 역량개발 기회를 놓치고 있다.
그럼에도 지난 2월 21일 산업통상자원부의 통상교섭본부장은 탄소국경세가 우리나라 수출기업들에 위기가 아닌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더 큰 위기 상황으로 가고 있는데 말이다.
지난 2월 16일 중국 정부는 상하이 베이징 선전 3대 증권거래소에 등록된 500대 기업들에 2026년부터 가장 엄격한 유럽연합 기준으로 기후의무공시를 적용한다고 밝혔다. 높은 기준의 국제표준을 따라잡아, 국제 무역과 국제 투자 유치에 유리한 기회를 만들기 위해서이다. 위기에서 기회를 만들기 위해 우리나라가 중국에게서 배워야 할 대목이다.
탄소국경세 대응을 위해 우리나라 정부와 기업은 국제표준을 수용하고, 시행 시기를 앞당겨야 한다. 아울러 국제표준을 실행할 역량 개발에 힘써야 할 것이다. 그래야 위기가 기회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