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강동묵의 디톡스] 소규모사업장 중처법, 투약 중단이 필요한가?

강동묵 부산대 의대 교수

  • 강동묵 부산대 의대 교수
  •  |   입력 : 2024-03-07 19:58:29
  •  |   본지 18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중독(toxification)의 정의에는 ‘독성’과 ‘용량’이라는 두가지 주요 키워드가 존재한다. 독성은 일반인이 잘 이해하지만, 용량의 측면에서는 중세인 16세기 화학자(당시 개념으로 연금술사)였던 파라셀수스(Philippus Paracelsus, 파라켈수스라고 읽기도 한다)는 “모든 물질은 독성물질이며 다만 용량이 문제”라고 할 만큼 용량에 강조점을 두었다.

이렇게 독성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파라셀수스의 언명을 소개하면 ‘물도 독이 되는가’라는 질문을 흔히 받는다. 물도 독이 되며, 다만 용량의 문제다.

수분 섭취가 모자랄 경우는 일반인이 잘 알터이지만, 단시간에 많은 양의 물을 섭취하면 저 나트륨 혈증이 생기고 체액의 삼투압이 낮아지는 ‘수분 중독’이 구토 근육경련 혼수를 일으키며 심한 경우에는 사망까지 초래한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는 않다.

따라서 사회적 현상에 대해 디톡스(detox: detoxification, 해독)적 접근을 하려 한다면, 이러한 현상이 독성인지, 해독을 해야 할 만큼 심각한지, 어떠한 기전을 통해 독성을 발휘하고 있는지, 그리고 어떤 방법을 통해서 디톡스할 것인지를 종합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오늘의 주제인 소규모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에 대해 고민해보자.

우리나라의 중처법은 2022년 1월 27일 시행되었으나 상시 노동자 50인 미만(건설업 공사금액 50억 원 미만) 사업장은 2년의 유예기간을 두어 올해인 2024년 1월 27일 전면 시행됐다. 건설업을 포함한 소규모 사업장의 준비부족을 이유로, 여야 국회와 고용노동부 등을 중심으로 법 유예 기간을 연장하자는 정치적 협상이 시도되었으나 합의 불발로 이 법은 예외없이 적용되게 되었다.

그러면 우선 소규모 사업장의 중대재해가 ‘독성’이라고 불릴 정도로 심각한지부터 보자. 우리나라가 OECD에서 1등을 하는 불명예스러운 몇 가지가 있는데, 노동시간과 산재사망률이 대표적인 것들이다. 특히 산재사망율은 매우 큰 문제로, 소규모 사업장의 산재사망률은 심각하다. 2022년 우리나라 전체 산재 사망자 2223명 중 1327명(61.7%)이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했다.

그렇다면 그 다음 단계로, 중처법이 맞는 디톡스 방법인가를 고민해보자. 우리나라에서는 중처법 이전에도 산재사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 가지 시도가 존재했다. 특히 2018년 12월 태안화력발전소 비정규직 김용균씨의 사망사건이 계기가 되어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이 전면 개정되었고 법정의 양형기준이 강화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기소된 사건에 실형이 선고되는 경우는 극히 낮고(2.1% 정도) 산재사망률은 감소되지 않았다. 말하자면, 강력한 해독제를 썼음에도 독성이 줄어들지 않았고, 더 강력한 해독제를 써야만 환자를 살릴 수 있게 된 상황이었다. 환자가 병균에 감염이 되면 의사는 항생제를 사용하게 되는데, 항생제를 충분한 용량 또는 기간동안 사용하지 않게 되면 이 균은 항생제 내성이 생기게 되고, 부적절한 여러 가지 항생제를 불충분하게 사용하게 되면 어떠한 항생제에도 듣지 않는 다제내성 균에 의한 감염이 발생하게 되어 치료가 불가능한 경우가 생기게 된다.

우리나라는 중대재해에 대한 여러 항생제 처방에도 불구하고, 효과가 미미해 반코마이신(vancomycin)과 같은 강력한 최종적인 항생체 처방이 내려진 상태다. 중대재해에 중독된 우리나라를 살리기 위해서는 강력하면서도 가장 마지막 보루인 중처법이 처방된 상태다. 충분한 용량으로 충분한 기간동안 실시하지 않고 중간에 용량을 줄이거나 중단하는 경우, 중대재해는 다제내성 세균처럼 백약이 무효한 상태가 될 것이 명약관화하다.

그럼 2년 정도 시행한 중처법은 디톡스 효과를 보이는가를 한번 살펴보자.

50인 이상 사업장에 대해 중처법이 시행된 첫해인 2022년, 산재사망자는 2021년 대비 5.7%(39명), 중대재해 건수는 8.1%(54건) 감소했고, 2023년 1~3분기 사망자는 10%(51명) 줄었다. 산재사고는 추락 끼임 부딛힘 등 재래형 원인에 기인한 3대 기본 안전수칙 미준수 사고가 가장 많은데, 법 시행 이후 이러한 사고도 2021년 67.8%에서 2022년 65.4%로, 2023년 1~3분기 61.2%로 낮아지는 추세를 보인다.

이러한 산재 사망건수의 감소와 재래형 재해 감소의 원인이 중처법의 결과라고 해석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다만, 우리사회는 산재사망이라는 독성에 중독되어있고, 이를 디톡스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방법을 시작한 이상 장기간 강력하게 처방을 유지하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을 시도하는 것은 환자를 포기하는 길이 될 수 있다. 물론, 이 디톡스에 더해서 환자의 영양상태를 좋게 하고, 운동을 통한 기초체력을 향상하며, 이 요법이 필요함을 설명해 복약 지도를 잘 따르게 하는 등 보조적인 방법을 같이 쓰는 것은 도움이 될 것이다.

소규모 사업장 중대재해, 처벌이 능사는 아닐 수도 있지만, 중처법이 시행된 이상 이제는 다른 방법은 상태를 악화시킬 뿐이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행정직은 35명, 우린 1명? 사회복지직 승진 소외에 뿔났다
  2. 2현대건설 컨소시엄, 가덕신공항 부지공사 단독 응찰(종합)
  3. 3기초의회 원 구성, 이번에도 감투싸움
  4. 4“향후 20년 성범죄 근절 노력” 25일 밀양시장 머리 숙인다
  5. 5글로컬대 본선 앞둔 지역대, 해외까지 지·산·학 교류 보폭
  6. 6볼거리 많아진 부산모빌리티쇼…르노코리아 ‘오로라’ 최초 공개
  7. 7부산시 과장급 7명 3급 승진 인사
  8. 8양산 원동습지 생태공원 내달 문 연다
  9. 9창원대 우주항공 캠퍼스 추진…사천시 “경상국립대 배제 아냐”
  10. 10與, 7개 상임위원장 수용…추경호 원내대표직 사의
  1. 1與, 7개 상임위원장 수용…추경호 원내대표직 사의
  2. 2연일 ‘채상병 특검법’ 띄우는 한동훈…대립각 세우는 나경원·원희룡·윤상현
  3. 3[정가 백브리핑] 두 달 만에 6개 법 발의·입법준비…부산시 ‘국회입법 협력서비스’ 호응
  4. 4이재명, 대표직 사퇴…연임 도전 수순
  5. 5여야 원 구성 또 결렬…與 7개 상임위 수용여부 24일 결정
  6. 6대대적 물갈이 예고…부산시의회 인기 상임위 경쟁 치열
  7. 7음주보다 벌금 낮은 마약·약물 운전…與 김도읍 처벌 강화 법안 대표발의
  8. 8[단독]나경원, 당권주자 중 처음 부산 당심 공략
  9. 9결심 굳힌 이재명…‘또대명’ 명분이 고민
  10. 10與 “협상 중단”…野 “더는 못 미뤄” 25일 본회의 강행 예고
  1. 1현대건설 컨소시엄, 가덕신공항 부지공사 단독 응찰(종합)
  2. 2볼거리 많아진 부산모빌리티쇼…르노코리아 ‘오로라’ 최초 공개
  3. 3미분양주택 늘고 미수금 증가…부산 건설업체 자금사정 악화
  4. 4유망한 스타트업 발굴…롯데百 팝업·입점 기회 준다
  5. 5서동에 의류제조 특화센터…부산경남봉제조합서 운영
  6. 6BPA ‘인니 물류거점’ 문 열었다
  7. 7도시·건축 아이디어 교류, 부산서 국제건축워크숍
  8. 8“한성기업 식품비중 확대…매출 1조 초석 놓겠다”
  9. 9부동산PF 정상화 나선 캠코…저축銀 사채 786억 원 인수
  10. 10주가지수- 2024년 6월 24일
  1. 1행정직은 35명, 우린 1명? 사회복지직 승진 소외에 뿔났다
  2. 2기초의회 원 구성, 이번에도 감투싸움
  3. 3“향후 20년 성범죄 근절 노력” 25일 밀양시장 머리 숙인다
  4. 4글로컬대 본선 앞둔 지역대, 해외까지 지·산·학 교류 보폭
  5. 5부산시 과장급 7명 3급 승진 인사
  6. 6양산 원동습지 생태공원 내달 문 연다
  7. 7창원대 우주항공 캠퍼스 추진…사천시 “경상국립대 배제 아냐”
  8. 8두바이금융센터 위한 법도 제정…자율권 보장으로 미래금융 박차
  9. 9지인이 몰래 차 몰다 사고…대법 “차주도 책임”
  10. 10리튬전지 1개 불 붙자 순식간에 확산 추정…화약고 된 공장
  1. 1‘민모자’ 양희영, 34살에 첫 메이저 퀸
  2. 2‘효자’ 양궁·펜싱 기대…수영 황금세대도 금빛 물살 가른다
  3. 3‘10초 프리즈’ 김홍열, 올림픽 간다
  4. 4퓔크루크 극장골…독일 16강 진출
  5. 5정현수 사사구 남발…선발투수 데뷔전서 조기 강판
  6. 6호날두 골 대신 골배달, 대회 통산 8도움
  7. 7김하성 10호 홈런…3연속 두자릿수 포
  8. 8부산시장배 세계합기도선수권 성황
  9. 9김민규 2년 만에 한국오픈 정상 탈환…박현경 4차 연장서 윤이나 꺾고 우승
  10. 10롯데 지시완 최설우 김서진 전격 방출 통보
우리은행
후보가 후보에게 묻는다
부산 서동
4·10 총선 지역 핫이슈
원도심 숙원 고도제한
강동묵의 디톡스 [전체보기]
노동자 건강을 위한 국제사회의 경향
소규모사업장 중처법, 투약 중단이 필요한가?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더 많이 두들겨 보아야 할 산복도로라는 돌다리
옛 부산세관 복원, 진정한 새로운 전통이 되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불완전함의 가치
연대(連帶)의 중요성과 과학자의 역할
국제칼럼 [전체보기]
길 들이기와 길 들지 않기
‘3요’와 칸 레드카펫을 빛낸 조연들
기고 [전체보기]
‘남북호’, 부산항의 헤리티지와 원양산업 미래
갑진년 김해시의 ‘값진 주민과의 대화’
기자수첩 [전체보기]
영화에 대한 열렬한 환호와 예우…‘축제의 궁전’ 품격이 달랐다
영화의전당 대표 연임…소통 외치는 현장에 귀 기울여야
김석환의 이미 도착한 미래 [전체보기]
아직 명당 덕을 덜 본 것일까?
노무현이 옳았다
김용석의 시사탐방 [전체보기]
신문은 살아 있고, 칼럼은 말을 건다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공존과 양립으로서의 국악 컬래버
디아스포라의 노래 영천아리랑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천덕꾸러기’ 북항재개발 이대로는 안된다
소통을 이기는 무기는 없다
데스크시각 [전체보기]
가덕신공항과 박형준의 정치적 미래
도청도설 [전체보기]
경정(更正)
노줌마존
메디칼럼 [전체보기]
일하는 사람의 1차 의료, 근로자 건강진단
100세시대의 건강관리법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대만과 밀크피시
조식전쟁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뇌력(腦力)을 키우는 다섯 가지 비결
뇌, 팩트 체크!
사설 [전체보기]
첫 장맛비에 옹벽 가로수 피해…수해 없는 여름 보내길
국민의힘 7개 상임위장 수용…‘일하는 국회’ 경쟁하라
세상읽기 [전체보기]
다시 아날로그의 세계를 생각한다
포위된 정치, 제22대 국회에 대한 기대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건강주치의 제도가 의료 개혁의 핵심인 이유
의대 입학정원 갈등의 올바른 해법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기회의 바다, 우리네 함장은 어디로 키를 잡을까
부산항, 글로벌 물류 허브 플러스 알파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푸틴의 행보와 러시아 경제
경제문제가 풀려야 인구문제가 풀린다
인문학 칼럼 [전체보기]
인문 정신은 언제나 곡선으로 간다
호모 사피엔스의 바다
전호환의 두잉세상 [전체보기]
‘나만의 생각’을 길러주려면
한국교육의 새 지평을 여는 IB교육학회 창립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건강과 재물을 얻는 명당아파트
차재원의 정치평설 [전체보기]
‘당원 중심주의’의 함정
비례대표 제도는 죄가 없다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오페라 와인
와인이란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바로크 음악
낭만오페라의 종언! 푸치니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꽃피는 부산항’에서
처음 보는 ‘무릉도원’
CEO 칼럼 [전체보기]
가덕도신공항 경제권
우리는 역사적 사명을 띠고 태어났다
  • 유콘서트
  • 국제크루즈아카데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