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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의 소리] 생명을 구하는 자유

이윤영 ‘인디고잉’ 편집장

  • 이윤영 ‘인디고잉’ 편집장
  •  |   입력 : 2024-03-10 19:32:39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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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청소년들과 함께 ‘마당을 나온 암탉’을 읽었다. 청소년들은 이 소설을 읽고 ‘자유’를 키워드로 뽑았다. 소설의 주인공인 암탉 ‘잎싹’이 양계장에서 알만 낳아야 하는 주어진 상황에 순응하지 않고 새로운 운명을 향해 나갔다는 점에서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잎싹’이 품었던 꿈에 주목했기 때문이다. 닭장에 갇혀 지내던 ‘잎싹’은 계절이 변하면 새잎을 피우고 꽃을 틔우는 아카시아 나무를 보며 저도 그렇게 살고 싶다는 소망을 가졌다. 그 간절한 마음을 포기하지 않았기에 죽음의 문턱에서도 기운을 낼 수 있었고, 마당을 나와 새로운 세계로 나갔다. 비록 평생 인간을 위해 알을 낳느라 더 이상 스스로 어미 닭이 될 수 없었지만, 버려진 알을 품어 청둥오리를 훌륭하게 키워낸 점, 끝내 자신의 몸을 배고픈 족제비 새끼들의 먹이로 내어준 점 등 잎싹의 인생은 스스로 이름 붙인 ‘잎사귀’처럼 자신을 가장 아름답게 피워냄과 동시에 다른 존재들에게도 이로운 영향을 미쳤다. 이 과정 전체가 하나의 아름다운 ‘자기실현적 자유’라는 것이 청소년들의 생각이다.

청소년들은 잎싹과 같은 삶을 살고 싶다고 말했다. 자신의 소망과 꿈을 품고 살아가는 것, 위험과 어려움이 도사리고 있다고 해도 용감하게 세상 밖으로 뛰어나올 수 있는 것, 나의 자유와 자유의 실현을 통해 다른 존재들에게 더 좋은 영향을 끼치는 것. 그것이 자신들이 살고 싶은 삶이라고 말이다. 당장 그 바람을 실현하고 싶지만, 현실은 닭장 안에서 주어진 밥을 먹고 시키는 대로 살아가는 닭의 모습이다. 닭장 속 닭보다는 낫더라도, 소설 속 마당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잘 수행하며 규율과 규칙을 따르는 가축들처럼 느껴지기도 한단다. 학년이 올라가면서 점점 성적에 연연하는 자기 자신과 친구들이 두렵다고도 말한다. ‘잎싹’처럼 살고 싶은 꿈과 그렇지 못한 자신의 모습에 자괴감을 느끼기까지 한다. 왜 청소년들은 자신의 바람대로 닭장 밖으로 뛰쳐나가지 못하는가?

조금씩 이유는 다르겠지만 대부분의 경우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 주변에서 가해지는 공포 때문이다. 시험 성적을 잘 받지 않으면, 학원을 가지 않고 선행 학습을 하지 않으면, 남들 만큼 해내지 못하면, 인생에서 낙오자로 살 각오를 해야 한다는 그런 위협 말이다. 다양한 삶의 가능성을 보거나 듣거나 경험할 방법이 없으니, 오직 정해진 길로 가야만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게 된다. 최근 의대에만 지나치게 편중되는 대입 경향이 대표적인 현상이다. 그래서 지금 우리 사회를 뒤흔들고 있는 의대 정원에 대한 사회적 갈등도 청소년들에게는 먼 이야기다. 그들에게 주어진 과제는 여전히 열심히, 피 터지게 공부해서 의대 입학을 하는 것이니 말이다.

지금 우리 사회에 팽배한 수많은 갈등의 양상은 누가 살아남느냐 하는, 오직 ‘생존’을 위한 발버둥에서 비롯한 것처럼 보인다. 모두가 돈을 잘 벌기 위해 의대를 가야 한다는 논리가 아닌, 다른 선택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사회가 된다면, 서로를 헐뜯기 바쁜 지금의 세태는 생각보다 더 수월하게 해결될 수 있다. 청소년들이 원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더 큰 자유다. 누구의 편을 들기보다, 무엇이 우리가 생을 걸고 지켜내야 할 꿈과 소망인지 생각한다면, 무엇이 우리가 펼쳐내고 선택하고 책임져야 할 자유인지 생각한다면, 이렇게 닭장에 갇힌 채 서로 죽고 죽이는 싸움을 하지 않을 수 있다.

올해 20살이 되는 한 학생이 열심히 공부해 서울대 인류학과에 갔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청소년 시절 함께 읽었던 책이 도움이 되었다고, 감사하다는 인사와 함께 말이다. 그런데 부모님은 의대를 가기를 희망해 갈등이 좀 있었고, 어려웠지만 자신의 소신대로 인류학과에 간다고 했다. 그 학생의 삶을 열렬히 응원한다. 비록 어렵고 힘든 시련들이 많이 펼쳐지겠지만, 소설 속 ‘잎싹’처럼 마당을 나와 세계로 한 걸음을 내딛는 모든 청춘들을 응원하고 지지한다. 우리 모두 주어진 틀 안에 갇혀 더 큰 세상을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자. 닭장 밖으로 조금만 걸어 나가면 끝없이 펼쳐지는 숲과 늪, 강과 바다, 하늘이 있다는 것을 잊지 않는다면 닭장을 나와, 마당을 나와, 나의 생명으로 다른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숭고한 자유를 우리 모두 누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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