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권 우주항공시대, 첨단 엔진 국산화 박차’. 지난달 국제신문이 집중 보도한 시리즈다. 우주항공청이 5월 개청하지만, ‘첨단 엔진’은 동남권 지역민에 생소하다.

하지만 항공우주업계는 “지금 서둘러야 한다”고 절박감을 호소했다. 이런 주장이 다소 생뚱맞게 느껴지는 측면도 있었다. 우주항공 관련 현안들이 해소되는 시기여서다. 지난해 연말 우주항공청 설치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했고, 수개월 전에는 우리 기술로 만든 누리호 3차 발사에 성공했다. 정부는 “7대 우주 강국에 올랐다”고 자평했다. 장밋빛 전망은 넘쳐났다.

항공분야에서도 ‘한국형 전투기’ KF-21보라매가 완성 단계다. 지난해 10월 서울공항에서 펼쳐진 시범비행은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실상을 알수록 위기감이 들었다. 국내 우주항공 산업의 미래는 낙관할 수 없다. 물론 후발주자로서 현재 성과도 상당하다. 그러나 안주하면 미래는 불투명하다. 특히 엔진 기술력은 선진국에 비해 한참 낮다. 엔진은 우주발사체와 전투기 등 유·무인기의 핵심이다. 국가 안보와 주권, 경제 위기와 직결되는 문제다. 국제신문이 관련 시리즈에 나선 이유다.

누리호는 50년 전 미국이 활용한 구형 액체 로켓이다. 기술력이 떨어지니 비용 대비 효용은 턱없이 낮다. 미국 우주기업인 스페이스X의 초대형 발사체 ‘팰컨 헤비’의 위성체 ㎏당 발사 비용은 2020년 기준 951달러(약 126만 원)다. 같은 무게의 위성체를 누리호로 우주에 보내려면 9억7860만 원이 든다. 경쟁 자체가 되지 않는다.

더구나 지금 전 세계가 재사용 발사체 개발에 매달린다. 현재는 스페이스X가 독점한다. 우리나라는 첫 발을 떼지도 못했다. 전문가들은 완전한 재사용이 아닌 공중 재추진 수준의 발사체 개발도 10년 뒤에야 가능할 것이라고 한다.

‘전투기의 심장’으로 불리는 엔진 수준도 선진국에 수십 년 뒤진다. KF-21에도 미국 GE사 엔진이 탑재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GE사와 제휴를 통해 라이선스 방식으로 생산한 것이다. 원천기술은 GE사에 있고, 조립과 생산만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맡는다. 한국항공우주산업(카이·KAI)의 FA-50 경전투기도 GE사 엔진이다.

우주항공 기술은 안보적 측면에서 일부 국가가 독점한다. 정치외교적 문제나 기업들 간 이해관계로 우리나라에 부품 공급을 중단하는 사태도 배제할 수 없다. 우주항공 시장에서 소외될 수도 있다. 우주 경제는 2040년 약 3363조 원, 항공엔진 시장은 2037년 3003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추산된다. 현재 우리나라의 우주시장 점유율은 1%에 불과하다. 첨단 엔진 국산화율은 40%, 우주 발사체는 60% 수준이다.

위기는 언제나 기회다. 손을 놓고 있느냐, 극복하느냐 차이다. 선택은 동남권 몫이다. 우주항공시대는 동남권에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가능성을 제시한다. ‘구슬 서 말도 꿰어야 보배’라고 한다. 동남권에 이미 ‘우주항공 구슬’은 넘쳐난다. 경남은 국내 항공우주산업 분야 생산액이 전국 최고다. 2021년 기준 34억 달러로 전국의 68.8%를 차지한다. 생산액 점유율도 68.6%다. 경남도내 사업체 수는 2020년 기준 97곳으로 전국 63.4%다. 종사자 수는 1만1495명으로 전국의 72.5%에 해당한다.

앵커기업(주도하는 기업)도 경남에 자리 잡았다. 창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사천 KAI를 중심으로 항공기 엔진, 항공우주선 보조장치, 군항기 생산 등 첨단항공부품산업 관련 업체 1308곳이 있다. 우주항공 첨단 엔진 국산화는 동남권이 꿰어낼 ‘보배’다.

국제신문 제안에 윤석열 대통령과 지역 민관정도 반응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3일 경남 사천을 찾아 경남 ‘우주산업 클러스터’에 항공을 넣어 범위를 확대했다. 국민의힘 경남도당은 ‘첨단 엔진, 소재 특위’를 출범시켰다. 그리고 ‘첨단항공엔진 국산화 국책사업 지정, 소재 부품 산업단지 조성’을 정부에 요청했다. ‘K-첨단엔진’을 탑재한 ‘찐’ 한국형 발사체와 유·무인기가 우주항공시대를 누비길 기대한다.

박태우 서울경제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