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이 초고령사회에 접어들었으나 노후 준비나 일자리 부족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노년층이 많다. 그만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초고령사회는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이 20%를 넘는 현상인데 내년이면 그 수치가 24.7%에 달한다. 하지만 은퇴한 부산시민 중 20%만이 ‘국민연금 외에 따로 노후 준비’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국제신문이 ‘우리의 노후 안녕할까요…올드 푸어 다이어리’ 시리즈 취재를 위해 은퇴한 부산시민 70명을 대상으로 대면 및 전화를 통한 심층 인터뷰를 한 결과다. 노후 준비를 안 한 이유는 극명하게 엇갈렸다. 봉급이 많아 두둑하게 연금을 받거나 자산이 많은 경우 별다른 필요를 못 느꼈다고 한다. 그러나 대부분은 IMF 시기에 직장을 잃고 그 이후 자산 축적을 못해 노후 대비를 할 수 없었던 게 현실이다. 연금이나 거주하는 주택 외에 2억 원이 넘는 주식 저축 부동산 등 처분가능한 노후 자산이 있는 이들은 15.7%(11명)에 그친 것을 봐도 알 수 있다.

은퇴 후 경제적 위기에 처하는 노인들이 많아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사진은 택배일을 하는 어르신 모습. 국제신문DB

이처럼 고령화 속도는 매우 빠른데, 노인 빈곤은 더 심각해졌다. 노후 준비를 제대로 못한 상태에서 정년을 맞는 직장인이 수두룩하고 국민연금만으로는 노후를 안전하게 보낼 수 없다. 고령층의 불안은 더 커지고 있다. 2022년 처분가능소득 기준(가처분소득)으로 65세 이상 노인 인구의 상대적 빈곤율(노인빈곤율)은 38.1%였다. 전년보다 0.5%포인트 더 높아진 수치다. 성별로는 여성(43.4%)이 남성(31.2%)보다 훨씬 빈곤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가운데 노인 소득 빈곤율이 40%대에 달할 정도로 높은 국가는 한국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연금소득이 충분하지 않은 현행 노후 소득보장 체제 아래서 노인빈곤율은 상당 기간 높은 수준에 머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연금 소득대체율(연금 가입 기간 평균소득 대비 받게 될 연금액의 비율)은 31.6%로, OECD 평균(50.7%)의 3분의 2에도 못 미친다.

평생 일했지만 가족을 부양하느라 연금도 퇴직금도 마련하지 못한 이들이 많다. 노후 준비가 안돼 늙어서도 일터로 내몰리는 게 부산 노인들의 서글픈 현주소다. 무엇보다 일하는 노인 상당수가 젊은 시절 일했던 분야와 무관한 허드렛일에 몰려 안타깝다. 부산시가 파악한 폐지를 줍는 노인은 1600명 이상이다. 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노인 일자리도 저임금 단순노무직에 그쳐 만족도가 낮았다. 정부 일자리 정책에 대한 취재진 질문에 21%만이 ‘만족한다’고 했고 45%는 ‘불만족하거나 매우 불만족스럽다’고 답한 것이다. 특히 정부 노인 일자리 사업에 참가하면 기초노령연금이 줄거나 기초생활수급자에서 탈락할 수 있어 불만이었다.

노인 빈곤은 더는 지체할 수 없는 현안이다. 연금 재정에 국고를 투입하는 형태로 국민연금 소득 대체율을 높이는 연금 개혁을 서둘러야 하는 까닭이다. 정부와 지자체가 양질의 노인 일자리를 대거 창출해 복지 실효성을 높여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