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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도설] ‘스몸비’ 차단 횡단보도

  • 이노성 기자 nsl@kookje.co.kr
  •  |   입력 : 2024-03-26 19:34:43
  •  |   본지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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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전화 내려놓고 주위를 둘러봐.” 미국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가 지난해 아들에게 한 잔소리다. “아래(스마트폰)만 보는 아이를 좋아하는 부모는 없다”는 우즈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국내 청소년의 스마트폰 과다 의존율은 이미 40%를 넘었다. 자다가도 일어나 메시지를 확인(몽유 문자병)하거나 스마트폰이 없으면 불안해 하는 노모포비아(No mobile-phone phobia)는 이미 ‘현대병’으로 자리잡았다. 현대인의 스마트폰 스크롤(화면을 위 아래로 움직임)을 거리로 환산하면 하루 평균 13.2m에 달한다는 영국 논문도 있다. 한 달이면 에펠탑(330m) 높이를 웃도는 396m를 엄지와 검지로 밀어 올리는 셈이다.

스마트폰 중독은 집 밖에서 더 위험하다. 동영상을 보거나 게임을 하면서 걸을 때 교통사고 확률이 크기 때문이다. 스마트폰과 좀비의 합성어인 ‘스몸비족’(Smombie)이 등장한 지도 오래다. 미국도로안전청은 2016년 보행자 사망사고 건수가 1년 전보다 9% 증가한 원인을 ‘스마트폰 사용’으로 분석했다. 오죽하면 2017년 하와이주 호놀룰루시가 횡단보도를 건너다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면 벌금 15~99달러를 부과하는 ‘산만한 보행법(distracted walking law)’을 제정했을까. 프랑스의 센포르는 올해 2월 거리나 공원 같은 공공장소에서 스마트폰 사용을 금지하는 헌장을 제정했다.

스마트폰에 코 박고 걷는 풍경은 우리도 다르지 않다. 서울연구원이 2020년 만 15세 이상 1000명에게 물었더니 69%가 ‘보행 중 스마트폰을 사용한다’고 응답했다. 국토교통부의 ‘2023 교통문화지수’에 따르면 횡단보도 ‘스마트기기 미사용 준수율’은 85.48%였다. 14% 이상이 길을 건널 때 스마트폰을 들여다 본다는 의미다. 이어폰의 ‘소음 차단’ 기능을 켰다면 경적을 듣지 못해 위험이 더 커진다.

부산 남구가 연포초등학교 앞 어린이보호구역에 스몸비족 차단 횡단보도를 설치했다. 너비 35m인 광폭 횡단보도 바닥에 보행신호등과 정지선 센서뿐만 아니라 위험 경고 음성장치까지 설치했다. 어린이가 횡단보도로 접근하면 자동으로 스마트폰에 팝업창을 띄워 화면을 가리는 기술도 눈에 띈다. ‘스쿨존’ 앱을 깔면 이용할 수 있다고 한다. 최근 5년(2018~2023년) 동안 전국에서 발생한 보행 어린이 사상자는 1만5221명에 달한다. 스쿨존 인명피해는 13%인 1979명을 차지했다. 이중 75.5%가 길을 건너다 발생했다. 미국처럼 스마트폰 사용량 증가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크다. 아이를 보호하기 위해 남구처럼 예산을 쓴다면 세금이 아깝지 않다.

이노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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