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청년의 소리] 내가 바퀴벌레가 된다면 어떻게 할 거야?

김미양 작가·‘입가에 어둠이 새겨질 때’ 저자

  • 김미양 작가
  •  |   입력 : 2024-03-31 18:45:51
  •  |   본지 21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작년 이맘때 SNS에서 유행처럼 번졌던 질문이다. “엄마, 내가 바퀴벌레가 된다면 어떻게 할 거야?” “자기야, 내가 바퀴벌레가 된다면 어떻게 할 거야?” 카프카의 ‘변신’을 연상케 하는 이 물음은, 외형이 달라진다 해도 ‘나’라는 존재를 있는 그대로 봐주길 바라는 마음이 담긴 일종의 애정 테스트다. 그리고 그 물음 속에는, 바퀴벌레가 인간보다 흉측한 생물이라는 전제가 깔려있다.

어린 시절, 낚싯대를 든 아버지 따라 방파제에 갔다가 스스슥 움직이는 바퀴벌레 떼를 보고 기겁을 한 적이 있다. 샌들 신은 맨발에 더듬이가 닿을까 어찌나 무서웠던지. 아버지는 바퀴벌레가 아니라고 했지만 ‘그것’의 이름을 따로 알려주지는 않았다. 한참 시간이 흐른 뒤 부산에 와서야 알게 된 그것의 이름은 ‘갯강구’. 그리고 지난겨울 우연찮게 또 한 번 갯강구에 대해 배우게 되었다.

“저희 호텔은 내부 시설에 대한 정기적인 방역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갯강구는 바퀴나 파리와 같은 해충이 아니라 갑각류입니다. 연안의 갯바위, 방파제 사이의 ‘부지런한 청소부’입니다.”

영도구 동삼2동의 호텔 엘리베이터에서 본 문구다. 안내문이 붙기까지의 전후 사정은 다 알 수 없으나, ‘방역’과 ‘해충’이라는 단어로 미루어 짐작건대 갯강구를 해충으로 오해한 방문객들의 항의가 꽤 잦았던 모양이다. 어린 시절의 나처럼 그 생김새만 보고 소스라치게 놀라는 사람들이 있었을지도. 하지만 갯강구는 연안의 음식물 찌꺼기와 각종 유기물을 먹고 살아가는 ‘부지런한 청소부’라고 한다. 부끄럽게도, 전에는 몰랐던 사실이다.

동삼2동은 긴 세월 동안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삼아온 토박이분들이 많은 동네다. 그러나 바다 일부가 매립되고 몇 년 전부터 대단지 아파트와 호텔이 지어지기 시작해, 이젠 항구에 우뚝 선 고층 건물들이 작은 어선들을 내려다보는 형국이 되었다. 매립 전 갯벌에서 지렁이를 잡아 낚시했던 과거를 아직 기억하는 주민분들께 갯강구는 갯지렁이만큼이나 친숙한 생물일 터. 하지만 휴양을 위해 바닷가 호텔을 찾은 관광객의 시선 속 갯강구는 혐오스러운 해충에 불과한 것이다. 비록 오해가 빚어낸 해프닝이라고는 해도, 내겐 꽤 씁쓸한 깨달음이었다. 나 역시 그동안 갯강구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했으니까. ‘징그러운 그것’으로만 여겨왔을 뿐, 한 번도 자세히 들여다보려 하지 않았으니까.

어촌에 고층 건물이 들어서면 전에 없던 빌딩풍이 생겨나고 바람길과 물길이 바뀌어 어업에도 영향을 끼친다고 한다. ‘오션뷰’를 위해 새로운 아파트를 짓고 나면, 그로 인한 변화는 바다와 함께 호흡하며 살아온 원주민들이 고스란히 감당해야 할 몫이 된다. 영도뿐만 아니라 부산 곳곳에서 벌어지는 문제다. 이러한 개발을 지켜보는 나의 입장은 언제나 모순적이었다. 센텀시티의 마천루가 부산 대표 이미지로 인식되는 것은 아쉽다. 그러나 전세보증금을 걱정하는 청년으로서, 신축 아파트에 살아보고픈 욕심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지역의 다양한 삶의 형태가 보존되길 바라면서도, 바다가 훤히 보이는 루프톱 카페에 올라 커피 한 잔을 마실 때면 나 또한 관광객이 되어 부산을 소비한다.

다시, 갯강구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미얀마 북부에서 9900만 년 전의 암모나이트가 발견되었는데, 그 암모나이트를 가두고 있던 호박 속에는 40여 종의 생물과 함께 갯강구도 들어 있었다고 한다. 이 자료에 따르면, 갯강구는 호모 사피엔스가 등장하기 훨씬 전부터 존재했던 생물종이다. 갯강구 어르신이 볼 때 우리 인간은 귀여운 코흘리개에 불과할 것이다. 잠깐 살다 흙으로 돌아갈 존재들이 바다 위에 콘크리트를 붓고 철근을 심어 더 높은 집을 지으려고 애를 쓴다. 아무리 좋은 위치에서 바다 조망을 선점했다 한들, 바다는 그 누구의 소유도 될 수 없는데 말이다. 문명 그 이전에도 지구는 존재했음을 생각해 보자. 갯강구와 바퀴벌레 입장에선 인간이 이주민이고 ‘굴러온 돌’이다.

기온 상승으로 해수면이 높아지는 현실 앞에, 이제 우리에겐 ‘내가 바퀴벌레가 된다면’이라는 물음보다 더 큰 상상이 필요해졌다. 갯강구를 친구 삼고 갯지렁이를 동료 삼던 과거처럼, 인간과 다른 외형을 가진 존재들과의 아름다운 공생을 고민할 차례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근교산&그너머] <1485> 경북 영주 ‘무섬길’
  2. 2곽규택 “산은, 대한항공이 통합 LCC 부산 설립 거부시 호반지원해야”
  3. 3롯데 전설 故 최동원, 야구인 최초 ‘올해의 스포츠영웅’
  4. 4“북항돔 공모사업 목숨 걸고…” 전재수 시장 완수 의지 밝혀(종합)
  5. 5부산불꽃축제 숙박비 2배가 기본…여전한 ‘바가지’(종합)
  6. 6신천지 의혹 역풍 휩싸인 김민석…계파갈등 격화(종합)
  7. 7태종대 명물 다누비 사라지나…市, 대체 운송수단 검토
  8. 8尹 선거법 2심도 ‘당선 무효형’…형 확정 땐 국힘 397억원 반환(종합)
  9. 9조선의 궁인데…이름도 옷도 서양식 K-사극, 판타지 세계관 확장 통할까
  10. 10“양산 충렬사·현충시설 관리인, 10년 연속 특정인 선발 특혜”
  1. 1곽규택 “산은, 대한항공이 통합 LCC 부산 설립 거부시 호반지원해야”
  2. 2신천지 의혹 역풍 휩싸인 김민석…계파갈등 격화(종합)
  3. 3전재수 시정 첫 행감…국힘, 기관장 인선 등 파상공세 예고
  4. 4부울경 全 국회의원 회생촉구 서명…노동청, 지광 출석 요구
  5. 5“왜 사회적 지탄 대상 되려하나” 김대식, 지광에 회생 동의 촉구
  6. 6김대식, 조작기소법 졸속 처리…“부산글로벌특별법도 조속 처리해야”
  7. 7與 ‘조작기소특검법’ 5일 처리 추진…국힘 “모든 안건 필버”(종합)
  8. 8국힘 “미래기금, 총선용 사금고” 민주 “세수 변동 대비 안전장치”
  9. 9양당 모두 400억 토해낼 위기..선거법 개정 화두로
  10. 10청해부대 작전구역 확대·초계기 투입…파병연장안 조만간 국회 제출
  1. 1비스텝 원장 6개월 공석 될 판…내년 사업 어쩌나
  2. 2철새도래지서 즐기는 하이엔드 커피
  3. 310월 세계 선박 발주량 반토막…韓 점유율은 22% ‘존재감’
  4. 4고속철도 통합 이후 하루 32만 명 탑승… 전년 동기보다 12.6% ↑
  5. 5쿠팡 Inc 올해 누적적자 2조 육박 ‘역대 최대’(종합)
  6. 6벡스코 ‘26분 정전’ 원인은 합선…노후 전력설비 개선 추진
  7. 7美 의회 장악 민주, AI 규제하나…韓 반도체 업계 촉각
  8. 8대양전기공업 배당성향 30%로…주주가치 제고
  9. 930대그룹 美 계열사 10년새 232% 급증
  10. 10“극지연구 데이터 사업화, 기업 신성장 동력으로”
  1. 1“북항돔 공모사업 목숨 걸고…” 전재수 시장 완수 의지 밝혀(종합)
  2. 2부산불꽃축제 숙박비 2배가 기본…여전한 ‘바가지’(종합)
  3. 3태종대 명물 다누비 사라지나…市, 대체 운송수단 검토
  4. 4尹 선거법 2심도 ‘당선 무효형’…형 확정 땐 국힘 397억원 반환(종합)
  5. 5“양산 충렬사·현충시설 관리인, 10년 연속 특정인 선발 특혜”
  6. 6[속보]만취 승용차로 가게 돌진, 현장에 차 두고 집에서 자던 40대 검거
  7. 7기장 리조트 참사 시공사 대표 중형 구형
  8. 8“제조업 AI 전환 적극적 추진…‘부산의 심장’ 활력 되찾겠다”
  9. 9전남광주 순천대·경북 경국대 ‘지역의대’ 신설
  10. 10오늘의 날씨- 2026년 11월 5일
  1. 1롯데 전설 故 최동원, 야구인 최초 ‘올해의 스포츠영웅’
  2. 2거인 4인방 APBC(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 첫 우승 이끈다…한동희·최준용 중책
  3. 3코르다, LPGA 올해의 선수상 조기 확정
  4. 4동의대 미식축구부 타이거볼 4강 진출
  5. 5레이예스 맑음…이이무라 흐림…‘로·비’ 안갯속
  6. 62027 아시안컵 내년 12월로 연기…차기 감독 선임 여유
  7. 7KLPGA 상금왕·대상 놓고 ‘림-솔(서교림·김민솔) 대전’
  8. 8MLB 애틀랜타 김하성, 퀄리파잉 오퍼 못 받아
  9. 9[뭐라노] 롯데가 스마트 야구를?
  10. 10박항서 향해 “김치맨”…태국 관중들 인종차별
우리은행
주민자치 모범현장 가다
‘주민대표’가 건축 세부사항까지 의견…지방의회 심사 반영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코뿔소 없음과 진공
지역이 기획, 국가가 지원하는 R&D 시대 열자
국제칼럼 [전체보기]
국조 대상은 조희대가 아니라 증시 참사다
개·고양이 학대는 이제 그만
기고 [전체보기]
‘성범죄 취업제한’의 사각지대
‘2028 세계디자인수도 부산’의 과제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세레나데, 다정한 위로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탈서울’ 안 된다던 원안위, 세종행에 왜 침묵하나
AX·반도체 전시회 5개 동시에 열렸는데…
도청도설 [전체보기]
선출 권력 통제
등골 프로텍터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왜 제대로 비워지지 않는지 살펴야
개정 응급의료법이 ‘미수용 방지법’?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건강 불평등 해소한다더니…취약지역 외면한 의료버스
AI 악용 부정행위, 수능 공정성 지킬 대책 시급하다
세상읽기 [전체보기]
낯설고도 궁금했던 부산과의 첫 만남
일상으로의 초대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두 미술관, 각자의 역할을 묻다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복지의 ‘필요 원칙’과 포퓰리즘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기다림에도 비용이 든다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대규모 대미 투자, 기회인가 위협인가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사람은 갔어도 명당은 남아 있다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은 어떻게 마음에 남는가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십시일반(十匙一飯), 나눔이 만드는 연말의 온도
시민 주거안정에서 지역경제 활성화까지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