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속초시가 최근 공식 SNS 계정을 통해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하늘을 이길 수가 없습니다”며 “벚꽃이 안 핍니다. 그래서 영랑호 벚꽃축제 두 번 합니다”는 소식을 전했다. 축제 기간인 지난달 30, 31일 벚꽃이 예상과 달리 개화하지 않자 ‘벚꽃축제’를 오는 6, 7일 또 열기로 한 것이다. 지난 2월 이상고온이 연일 이어지면서 올해 개화 시기가 당겨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지자체들이 봄꽃 축제 일정을 예년보다 앞당긴 이유다. 국내 최대 벚꽃축제인 진해군항제는 개막일을 역대 가장 빠른 지난달 23일로 정했다. 하지만 축제 초기엔 꽃이 피지 않았다. 평년보다 꽃샘추위가 심했고 봄비도 잦아 개화가 예상보다 늦어졌다. 다행히 지난 주말 벚꽃이 만개하며 상춘객들이 진해의 봄을 만끽했다.
우리나라 사과값이 주요 95개국 중 가장 비싸다는 조사 결과가 나온 배경에도 이상기후가 있다. 국가·도시별 통계비교 사이트 넘베오가 얼마전 사과 1㎏ 가격을 조사했는데 한국이 6.82달러(약 9200원)로 1위를 기록했다. 물가가 높은 일본 미국 싱가포르와 비교해도 비싼 수준이다. 지난해 꽃이 필 무렵 냉해가 발생했고 여름철에는 비가 많이 오면서 사과 수확량이 급감했다. 특히 온난화로 사과 산지가 계속 북상하면서 재배 면적이 줄어들어 걱정이다. 사과는 서늘한 기후에서 잘 자라는 과일이다.
기후위기가 우리 생활을 위협하면서 정치인이 나서 기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환경시민단체 ‘기후정치바람’이 지난 1월 전국 1만7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 3명 중 1명 꼴인 33.5%가 기후위기 민감도가 높고 실제 투표 의향도 있는 ‘기후유권자’였다. 기후가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뜻이다. 시민사회·환경단체로 구성된 ‘사천남해하동 기후유권자연대’는 지역 출마자들에게 탄소세 신설 등 기후 관련 공약 채택과 실천을 당부했다. 60세 이상 노인으로 구성된 기후단체 ‘60+기후행동’도 “기후위기에 적극적인 후보를 뽑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여야 정치권이 기후유권자의 요구에 발 빠르게 호응하는 까닭이다. 주요 정당들은 빠짐없이 10대 공약에 기후 의제를 포함 시켰다. 국민의힘은 기후대응기금 대폭 확대, 원전과 재생에너지의 균형있는 확충 등을 내놨다. 더불어민주당은 기후에너지부 신설, 2040년 석탄발전소 가동 중단 등을 약속하며 기후 분야 인재를 적극 영입했다. 정당들이 얼마나 진정성을 갖고 기후정치를 실행할지 지켜봐야겠다.
이은정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