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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아침숲길] 봄볕같이 따뜻한 사람

정두환 문화유목민

  • 정두환 문화유목민
  •  |   입력 : 2024-04-02 19:42:33
  •  |   본지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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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 강에 살얼음은 언제나 풀릴거나, 짐 실은 배가 저만큼 새벽 안개 헤쳐왔네.”

봄이 되면 어김없이 흥얼거리게 되는 송길자 시인의 시에 임긍수 작곡가의 아름다운 선율로 만들어진 곡 ‘강 건너 봄이 오듯’의 한 구절이다. 봄바람이 불어오길 기다리는 마음이 몸으로 이어질 때면 필자는 어김없이 질문을 던진다. “봄이 오면 살얼음이 풀리는가? 살얼음이 풀리면 봄이 오는가?” 이 질문에 참 많은 시간을 보낸다. 그렇게 생각이 꼬리를 무는 사이 따뜻한 봄 햇살은 나의 등에 살포시 내려앉아 있었다. 주변 사람에게 같은 질문을 하면 괜한 핀잔만 돌아온다. 어찌 보면 참 부질없는 생각을 하고 있다는 느낌도 있다. 그럼에도 필자는 끊임없이 같은 질문을 되풀이한다. “봄이 오면 살얼음이 풀리는가? 살얼음이 풀리면 봄이 오는가?”

주변을 둘러보면 봄볕처럼 따뜻한 사람이 참 많다. 언제 나의 주변에 앉아 따뜻하게 온기를 넣고 있었는지도 모르게 지켜주는 사람을 주변에서 자주 만날 수 있다. 모두가 힘들다고 하는 요즈음의 삶. 그래도 희망을 잃지 말라고 응원해 주는 사람을 주변에서 가끔 만나기도 한다. 힘들어도 열심히 살아보자는 희망의 메신저들이다. 요즈음 예술계는 더욱 힘들다. 세상의 살림살이가 조금 힘들어지면 예술계에는 한파가 내린다. 학원만 보더라도 경제가 조금 어려워지면 가장 먼저 끊는 것이 예술계 학원이며, 경제가 조금 살아나도 가장 늦게 다시 시작하는 것이 예술계 학원이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김수영 시인의 시 ‘풀’의 한 구절이다. 경제보다 먼저 눕고, 경제보다 더 곡소리 난다. 예술계가 그렇다. 하지만, 예술은 사람을 따뜻하게 만드는 힘을 지니고 있다. 예술은 차가운 머리의 이성으로 작업하지만, 마음의 본성은 따뜻함을 품고 있기에 품어져 나오는 것은 따뜻함이다. 이것이 예술이다.

사람이 사람을 그리워할 때가 있다. 사람이 희망이기에 그렇다. 가슴 따뜻한 사람을 만나고 싶을 때 혹은 만났을 때 나도 모르게 온기를 느끼며 괜히 입가에 미소가 피어나는 경험을 했을 것이다. 사람들은 경제적인 이득을 중요하게 여긴다. 많은 예술가도 그렇다. 하지만, 예술가들은 경제도 중요하지만, 예술가의 작품을 이해하는 사람들을 위한 일에 훨씬 많은 애정을 쏟는다. 유명한 첼리스트 파블로 카잘스는 본인의 음악뿐만 아니라 그의 고향 카탈루니아를 위한 사랑에도 열정적이었다는 이야기를 우리는 알고 있다. 실제 카잘스는 카탈루니아 지역의 공장과 가게, 항구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음악을 듣고 즐거워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으며, 왜 그들이 자신의 문화적 재산을 향유하지 못하고 지내야 하는지를 개탄해 ‘노동자의, 노동자에 의한, 노동자를 위한 음악회’를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노동자 연주회협회를 만들어 카탈루니아 지방의 많은 시민이 음악을 즐기게 했다.

최근 부산에서도 봄볕같이 따뜻한 사람의 이야기를 들었다. 경제적 이익과 명예를 모두 가질 수 있는 자리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고향이라는 이유와 후진 양성을 위한 일이라는 두 가지 명분으로 수도권이 아닌 부산을 선택한 발레리나 김주원의 이야기다. 부산시는 부산오페라하우스를 제작 중심극장으로 운영하기 위해 많은 준비를 하는 중이었다. 이 일의 한 축으로 전문인력을 육성하기 위해 시즌 단원제를 2022년부터 시행했다. 지난 2년 동안 오케스트라와 합창단 등 음악 분야를, 올해는 발레까지 확대 시행하면서 김주원을 발레 분야 시즌 예술감독으로 위촉했다. 이 과정에서 김주원은 수도권과 부산에서 동시에 예술감독 러브콜을 받았다. 그녀는 부산이 고향이라는 이유와 부산 발레의 미래를 위해 자신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는 예술인의 사명감 같은 소명 의식으로 부산을 선택했을 것이다. 이유를 불문하고 개인적 욕망보다 사회적 가치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 그녀에게서 필자는 봄 햇살 같은 따뜻한 마음을 느꼈다.

따뜻한 사람, 봄볕 같은 사람은 기본에 충실한 사람, 사람을 귀중히 여기는 마음에서 시작할 것이다. 짧은 봄볕이 소중한 이유이기도 한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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