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의 22대 총선 공약에서 균형발전과 지방분권 의지를 찾아보기 힘들다. 국제신문이 두 정당의 중앙당과 지역별 공약집을 분석한 결과다. KDB산업은행 등 주요 공공기관의 지역 이전 약속이 중앙당 공약에서 사라진 게 대표적이다. 지방재정 확대나 권한이양 등 분권을 실제화 할 수 있는 정책도 아예 없거나 원론적인 선에서 언급된 게 고작이다. 양당 모두 ‘지역 함께 성장’(국민의힘), ‘혁신성장과 균형발전’(더불어민주당)을 말하지만 구체성이나 신선함은 현저히 약하다. 이런 상태로 지역민의 선택을 기대하는 게 과연 옳은지 의문이 들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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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일 부산 사상구에서 열린 ‘국민의힘으로 사상살리기’ 애플아울렛 지원유세에서 김대식 사상구 후보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왼쪽),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지난 1일 부산을 방문해 사상구에 출마한 배재정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유세를 돕고 있다. 국제신문 DB |
공공기관 지방 이전은 총선마다 단골로 나오던 공약이다. 지난 21대 총선 직전 이해찬 당시 민주당 대표가 전격적으로 제기했다가 허언으로 끝나 호된 비판을 받기도 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이 탄력을 받았으나 민주당의 관련법 개정 반대로 멈춘 상태다. 그런데 이번 총선을 앞두고서는 국민의힘과 민주당 모두 중앙당 공약에는 없고, 지역 공약으로만 포함하고 있을 뿐이다. 국가 차원의 대형 프로젝트임에도 지역 민원 수준으로 사안을 축소해버린 것이다. 민주당의 이율배반은 특히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재로선 산은 이전의 결정적 걸림돌이 민주당 자신인데, 부산 공약에 ‘핵심 공공기관 부산 이전 추진’을 슬쩍 끼워 넣은 것이다. 이쯤 되면 공약이 아니라 우롱이다.
지역 특화 공약 발굴에 성의가 없는 건 국민의힘이나 민주당이나 별반 차이가 없다. 국민의힘의 공약은 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 제정, 가덕신공항 조기 개항 및 BuTX 추진, 북항 1~3단계 재개발, 경부선 철도 지하화, 서부산의료원 설립 등이다. 이미 결정돼 추진 중인 사안의 나열이다. 민주당이라고 다르지 않다.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6 대 4로 확대하겠다고 약속하지만, 문재인 정부 5년을 허송하고 이제 와서 똑같은 말을 반복하니 신뢰하기 어렵다. 구체적인 실행방안 없이 선언적인 계획을 제시하거나 현재진행형인 사업을 공약이라고 내세우기는 민주당도 마찬가지다. 결국 양당 모두 균형발전 의지가 약하다는 결론에 이를 수밖에 없다.
이번 총선은 역대 어떤 선거보다 저질스러운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 정당사의 흑역사로 기록된 위성정당을 다시 한번 허용함으로써 범죄 혐의자들이 꾸린 정당이 기성 정당을 위협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그 와중에 거대 양당은 정정당당한 정책 대결이 아닌 상대방 흠집내기에 더 열정적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흔들리는 부산 민심을 다잡기 위해 1주일이 멀다 하고 부산을 방문하고, 민주당도 상승기류를 탔다며 문재인 전 대통령까지 동원해 기세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정작 그들의 정책에서 지역에 대한 진지한 고민은 찾아볼 수 없다. 부산 시민이 그저 표로 보일 뿐 시민의 삶을 진정으로 개선해야겠다는 생각은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