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4일 통영 욕지도 남쪽 바다에서 대형쌍끌이저인망 139t 어선 제102해진호가 뒤집어져 선원 11명 중 한국인 4명만 모두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일어났다. 이틀 뒤 같은 해역에서 똑같이 위치발신장치를 끄고 불법조업을 하던 대형쌍끌이저인망 어선 2척이 해양경찰 경비함정 추격으로 검거돼 사고 원인을 확인시켜주었다.
이렇게 명백한 사고 원인도 해양수산부, 그리고 대부분 언론에서는 제대로 지적하고 있지 않다. 일부에서 궂은 날씨 탓으로 돌리고 있으나 사고 당일 바다는 잔잔했다. 해수부에서는 며칠 뒤 어민들과 함께 안전조업 캠페인을 벌였다. 육지와 달리 바다에서 일어나는 일은 눈으로 보기 어려워 사람들은 잘 모르고, 당사자인 어민들은 입을 다문다. 이번 사고 원인을 쉽게 설명하기 위해 육지에 일어나는 사고에 비유해보자.
만약 정부에서 교통사고를 줄이려고 택시들은 전국 어디에서든지 시속 20㎞ 이하로 운전해야 한다는 법을 만든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우선 이 속도로 운전하면 제대로 돈을 벌 수 없어 절반 정도 기사들은 직업을 그만 둘 것이다. 나머지는 속도위반 카메라 단속을 피해 불법이지만 시속 20㎞ 이상으로 운전을 하면서라도 계속 생계를 유지하려 할 것이고. 그러다가 어느 날 경찰차에 적발되어 추적이 시작되고 시속 150㎞로 도망가던 택시는 아차 하는 순간 인도로 돌진하여 행인들을 치고 운전기사는 죽을 것이다.
정부에서는 안전불감증이 사고 원인이라고 안전캠페인을 벌인다. 또 모든 택시에 위치발신장치를 붙여 시속 20㎞를 넘으면 자동적으로 단속되는 교통선진화 방안을 추진할 거라고 발표한다. 사정을 잘 아는 택시기사들이 사고 원인을 언론에 밝히려고 하면 그 동안 주어왔던 택시보조금을 없애겠다고 은근히 협박을 한다.
이번 어선 사고 원인을 두고 이와 똑같은 대응이 나왔다. 그러나 비유를 든 택시와 마찬가지로 어선들이 침몰하는 사고 원인은 대부분 안전불감증이나 날씨가 아니라 어민들이 현실에서는 도저히 지킬 수 없는 이중삼중 규제이다.
사고 어선은 남해군 동경 128도를 기점으로 그 동쪽에서는 고기를 잡아서는 안된다는 조업구역 규제 단속에 걸렸다. 해경 경비함정을 피해 도망가려고 급히 그물을 갑판 위로 끌어올렸는데 잡힌 정어리 40t을 풀어 어창으로 옮기지도 못한 채 가다가 배가 무게중심을 잃고 뒤집어졌다.
필자는 15년 전부터 삼치가 기후변화로 북상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대응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국제논문과 언론 홍보를 통해 꾸준히 알렸다. 그러나 기후변화를 애써 무시해온 해수부는 삼치를 할당량을 정해 더 못잡게 하는 총허용어획량(TAC) 대상 어종에 포함시켰다.
이는 택시가 시속 20㎞ 이하로만 운전해야 한다는 것과 다르지 않은 규제이다. 올해 동남해 바다에 삼치 떼가 지천이라고 한다. 말쥐치에 이어 오징어마저 잡히지 않아 부도 위기에 몰린 부산 저인망어업이 모처럼 삼치로 숨 좀 돌리려고 하니 벌써 올 1월에 1년치 할당량을 초과해 더 잡을 수가 없다. 해수부가 정하는 할당량이라는 것은 오징어가 제법 잡혔던 지난 5년 삼치 평균어획량과 비슷하다. 오징어가 잡히지 않는 요즘 이 할당량 이하로 삼치를 잡으라는 것은 어업을 그만 두든지, 아니면 목숨 걸고 불법조업하라는 말과 다르지 않다.
삼치만 제대로 잡을 수 있게 내버려두었다면 사고 어선은 굳이 조업금지구역으로 들어갈 필요조차 없었을 것이다. TAC중심 어업선진화, 동경 128도, 금지체장과 혼획금지와 같은 탁상공론 어업규제를 없애지 않으면 앞으로 어선 사고는 더 자주 일어날 것이다. 게다가 만약 제102해진호 선장이 구출되어 살았다면 중대재해처벌법으로 1년 이상 징역형을 받았을 것이라고 한다. 눈으로 볼 수도 없는 수산자원을 보호하겠다는 추상적인 의도가 아무리 선하더라도 현실에서는 어민을 사지로 몰아넣고 어촌 소멸을 재촉하고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