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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선거와 심판

김해원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헌법학자

  • 김해원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헌법학자
  •  |   입력 : 2024-04-09 18:58:16
  •  |   본지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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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를 앞두고 심판의 목소리가 요란하다. 여당은 난데없는 ‘운동권 심판’과 ‘이조 심판’을, 야당은 ‘정권 심판’을, 여당 탈당자는 ‘한동훈·윤핵관 심판’을 외쳤다. 선거가 목전인 지금도 유권자를 향한 정적 심판의 요구는 세차고 사납다. 하지만 정작 심판받겠다는 자들은 보이지 않고, 그래서 우리는 난감하다.

물론 심판할 일들은 수두룩하다. 이태원 참사, 오송 지하차도 참사, 서이초 교사의 죽음과 채 상병 사망사건, 대장동·백현동 개발비리 의혹, 검찰권 남용과 고발 사주 공모 의혹, 민생토론회를 가장한 대통령의 선거범죄 의혹과 피의자를 대사로 임명해 해외로 도피시켰다는 의혹, 김건희와 그 가족에 대한 특혜·비리 의혹, 법무부 장관을 지낸 자들의 자녀입시 비리 의혹, 금융상품(홍콩 ELS)의 불완전판매와 의료대란 등등. 하지만 이러한 일들과 관련해서 여야가 유권자 앞에서 각기 잘한 점을 앞다투어 뽐내지는 못하더라도, 잘못과 부족함을 뉘우치고 개과천선을 실천하며 표로써 자신을 선택해달라고 심판을 청하는 것이 호객꾼처럼 심판을 외친 자의 도리 아니겠는가. 그래야 최선이 아닌, 차악을 고민할 수밖에 없는 우리의 초라함이 조금이라도 달래질 수 있지 않겠는가.

심판은 과거의 일을 자세히 조사해 잘잘못을 가린다는 말이다. 따라서 심판이 선거를 지배하면, ‘현재’는 주변화되고 ‘미래’는 기약할 수 없다. 실제로 이번 선거에서 현재의 핍진한 민생은 대파‘쇼’로 희화화되고, 기후위기·과학발전·인구감소 등에 따른 시대적·산업적 전환기 대책이나 국제관계의 변화무쌍 속에서 평화·통일·번영을 꾀할 미래지향적 정책은 종적을 감췄다. 특히 선거가 미래를 향한 현재의 정치적 승부이자 축제여야 한다면, 과거를 현재화하는 사법 친화적 활동인 심판이 선거의 본질이 되어서는 안 된다. 선거판은 남 탓하며 정적의 허물을 고발·탄핵하는 난장판이 아니라, 정책의 각축장으로 거듭나야 한다.

그러나 현재와 미래를 위한 정치가 사법화되어 이제 우리는 선거도 심판의 이름으로 할 수밖에 없는 과거 회귀적 존재로 전락했고, 우리의 현재와 미래는 이미 과거에 저당 잡혀 침탈당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선거를 통해 우리가 심판해야 할 것은, 무엇보다도 ‘정치의 사법화’여야 할 것이다. 감사원이나 검·경찰과 같은 적극적 사법기관에 기댄 반복적 ‘입틀막’으로 정적과 정치를 위협·유린하고, 무능력과 탐욕에 따른 책임을 과거 정권에 전가하는데 급급한 과거지향적·과거의존적 권력에 대한 민주적 응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국회의원은 국익을 우선해야 할 국민의 대표임을 기억해야 한다(헌법 제46조 ②). 따라서 우리는 특정 선거구 주민의 이익을 앞세우거나 전·현직 대통령이나 유력 정치인과의 인연을 강조하며 이들과 사진 찍어 내걸기에 급급한 후보자를 특별히 경계할 필요가 있다. 자칫하다가는 주민 의식과 국민 의식의 분별을 망각하고 주권자인 우리의 지위와 존엄을 스스로 내팽개치는 자기 파괴적 선택, 즉 주민 봉사에 걸맞은 자를 국회의원으로 내보내거나 특정 인물의 호위무사로 기능할 자를 우리의 대표로 선택하는 우를 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국회의원선거에서는 후보자와 더불어 국회와 정부의 관계도 함께 살펴야 한다. 국회의원은 입법권을 행사하며 예산을 심의·확정하고 대통령과 행정부를 견제·통제하며 국가기관구성에 관여하는 국회의 구성원이기 때문이다(헌법 제41조 ①). 따라서 국회가 제정한 법률은 무시하고 의결된 법률안에 대해 자주 거부권을 행사했으며, 독립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에 이례적으로 개입하여 위원을 면직시키고 법률에 따른 국회의 추천자를 위원으로 임명치 않았고, 나라의 곳간보다는 부자와 대기업을 위한 감세 정책을 중시하고 취약계층과 연구개발(R&D)을 위한 예산 삭감에 진심을 보인 현 정부에 대한 칭찬 또는 질책을 투표로 표현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윤석열 정권은 이번 선거 후에도 당분간 지속될 우리의 현재이자 미래이며, 이를 견제 혹은 지원할 제22대 국회는 선거로 새롭게 등장할 우리의 미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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