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국회의원 300명을 뽑는 날이 밝았다. 윤석열 정부의 후반기 국정 방향과 의회 권력을 결정하는 선택의 시간이다. 유권자의 고민은 깊다. 심판론이 득세하면서 인물 경쟁이 실종됐기 때문이다. ‘대파’와 ‘삼겹살’이 정책보다 더 주목받는 현실이다. 비례대표 위성정당 꼼수 창당과 ‘친윤불패’ ‘비명횡사’ 공천은 국민을 실망시켰다. 막말과 편법·투기 의혹을 받는 후보도 넘친다. 윤석열 대통령은 민생토론회를 24차례 강행해 ‘관권 선거’ 논란을 자초했다. 대의 민주주의에서 ‘나쁜 정치’를 청산하는 도구는 투표다. 참정권을 통해 미래를 바꾸는 날이 오늘이다. 정치 무관심은 특권 정치를 정당화한다.

4.10 총선을 하루 앞둔 9일 부산 동래중학교에 설치된 개표소에서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들이 장비를 점검하고 있다. 이원준 기자

유권자의 한 표는 많은 정치적 함의를 가진다. 리더십 교체가 첫 번째다. 더불어민주당이 150석 이상 차지해 원내 1당을 유지하면 정권 심판론이 먹혔다고 해석할 수 있다. 야당이 180석 이상을 얻는 순간 윤 대통령은 ‘식물 대통령’으로 전락한다. 입법을 통한 국정과제 실천은 꿈도 꿀 수 없다. 야당의 200석 이상 석권 시나리오는 여권에 악몽이다. 야당 단독으로 개헌은 물론 윤 대통령 탄핵소추가 가능해진다. 대통령 거부권도 무력화된다. 반대로 야당 심판을 앞세운 국민의힘이 승리하면 윤 대통령 국정 운영은 탄력을 받는다. 대선과 지방선거에 이은 ‘정권 교체’가 완성된다. 누구의 ‘심판론’이 더 옳았는지 오늘 밤 확인된다. 총선 결과는 차기 권력에도 영향을 미친다. 누군가는 미래 권력으로 인정받겠지만 누군가는 퇴장을 강요 받을 것이다.

‘누구에게 일할 기회를 줄 것이냐’는 고민은 곧 더 나은 삶을 위한 성찰이다. 고물가와 경제 위기의 파도가 닥친 지 오래다. 남북관계 한파는 녹을 줄 모른다. 비수도권은 소멸 직전인데 균형발전은 진척이 없다. 저출생은 국가의 지속가능성마저 위협한다. 언론 자유와 비정규직 정책의 운명이 투표에 달렸다. 두껍게 쌓여만 가는 양극화와 계층 격차의 벽을 부수려면 전문성과 공감능력을 갖춘 정치세력을 뽑아야 한다. 정치가 꼴 보기 싫어 기권하면 ‘차악’을 넘어 악당이 여의도에 입성할 기회를 열어주는 것이다. 주권 포기의 결과는 민생이 실종돼도 해법을 찾지 못하는 나쁜 정치다. 선거가 남의 일이 아닌 이유다.

낙동강벨트와 한강벨트를 중심으로 50곳 이상이 초경합지로 분류된다. 보수세가 강한 부산 판세도 요동친다. 18개 지역구 상당수가 박빙으로 분류된다. 한 표의 무게가 당락을 결정할 만큼 커졌다. 우리 국민은 역대 최고의 총선 사전투표율(31.28%)로 주인의식을 보여줬다. 아직 3034만 명은 권리를 행사하지 않았다. 그들이 투표소로 향할 때 물밑으로 흐르는 민심의 무서움이 폭발할 것이다. 정당과 후보 공약을 다시 따져보고 미래를 선택하자. 선거관리위원회는 투·개표 공정성이 확보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길 바란다. 육안으로 확인하는 수개표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하면 민주주의 과정이 의심받을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