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프리츠커상, 안데르센상은 유독 한국인에게 문턱이 높다. 노벨상이야 설명을 보탤 것도 없다. 프리츠커상은 ‘건축계 노벨상’, 안데르센상은 ‘아동문학의 노벨상’으로 통하니 그 권위를 짐작할 수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2000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이후 한국인 노벨상 도전은 현재진행형이다. 올해 53회 프리츠커상은 일본인 건축가 야마모토 리켄에게 돌아갔다. 이 사람은 경기도 성남시 연립주택단지인 ‘판교 하우징’ 조성에 참여했다. 그를 포함해 이 상을 받은 일본인이 9명이다. 한국과 견줘 “0 대 9라면 너무 격차가 벌어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우리나라 수상자는 아직 없다.
이금이는 올해로 작가 생활 40년을 맞은 한국 아동문학계 대표 주자다. ‘너도 하늘말나리야’ ‘밤티마을 큰돌이네 집’ ‘유진과 유진’ ‘거기, 내가 가면 안 돼요?’ 등 그동안 50권 넘는 작품을 펴냈다. 유년 시절 전래동화를 들려주던 할머니가 동화작가의 자양분이었다고 한다. 이 작가에게 올 4월은 기대와 실망이 교차하는 잔인한 달이지 싶다. 안데르센상 도전과 수상 불발을 두고 하는 말이다.
안데르센상은 덴마크 동화작가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1805~1875)을 기려 1956년 제정된 아동문학상이다. 국제아동청소년도서협의회가 2년마다 글·그림 작가를 한 명씩 선정해 시상한다. 이 작가는 한국인으로는 처음 글 부문 최종 후보(6명)에 올랐다. 결손 가정, 성폭력 등 아동문학의 금기라 할 소재들을 작품 속에 녹여 냈다. 또 해외로 갈 수밖에 없었던 여성의 삶에 천착했다. 우리 이야기의 지평을 넓힌 공을 인정 받은 것이다.
하지만 이탈리아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에 참석한 이 작가는 지난 8일 이 상을 오스트리아 작가가 받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는 “게임보다 더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들겠다”며 아쉬움을 털어냈다. 2022년 이수지 작가가 한국인 첫 안데르센상 그림작가 부문 수상자가 된 것처럼 글 작가 수상을 한걸음 앞당겼다는 데 만족했다. 그의 작품 활동은 우리 아동문학계가 국내는 물론 해외로 확장하는 디딤돌이다. 12일 도서관의 날과 12~18일 도서관 주간을 맞아 열리는 여러 도서관 행사에서 확인할 수 있다.
22대 국회의원 300명이 11일 가려졌다. 승자의 겸양과 패자의 승복만큼 정치가 성숙해질 것이다. 화살이 과녁에 꽂히지 않으면 화살을 탓할 것인가, 과녁을 탓할 것인가. 스스로를 돌아보며 마음을 다스리는 이가 진정한 승자다. 이금이 후보처럼.
정상도 논설주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