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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도설] 민정수석 부활?

  • 이노성 기자 nsl@kookje.co.kr
  •  |   입력 : 2024-04-16 19:48:03
  •  |   본지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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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정부 첫 해인 2003년 3월. 문재인 청와대 민정수석이 부산을 찾았다. 지율 스님이 KTX 노선의 금정산·천성산 관통에 반대해 33일째 곡기를 끊었을 때다.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는 “노 대통령의 선심성 공약(천성산 재검토)이 갈등을 초래했다”고 비판했다. 지율은 문 수석이 ‘KTX 노선 재검토위원회’ 구성을 약속하고서야 단식을 풀었다. 문 수석은 또 화물연대 파업 중재에도 깊이 관여했다. 국민이 ‘민정수석이 무슨 일 하는지’ 관심 갖게 한 계기였다.

과거 민정수석은 민심을 국정에 반영하고 공직기강의 컨트롤타워 노릇을 했다. 검찰에 대한 대통령의 민주적 통제도 보좌했다. 권력이 집중된 탓에 늘 언론의 관심을 받았다. 잘하면 빛나지 않고 못하면 ‘독박’을 써야 해 ‘독이 든 성배’로 불렸다. 역대 대통령이 측근을 임명한 이유다. 노 전 대통령은 문재인 전 대통령을 2003년과 2005년 두차례 민정수석에 앉혔다. 박근혜 정부의 우병우 민정수석은 ‘왕수석’으로 불리다 ‘국정 농단’ 사건에 연루돼 감방 신세를 졌다. 문재인 정부 민정수석을 지낸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역시 고초를 겪었다.

전두환 노태우 대통령은 민정수석과 사정수석을 따로 뒀다. 김대중 대통령은 ‘군림하는 청와대’의 상징인 민정수석을 폐지했다가 1999년 6월 부활했다. 여론 수렴 기능을 강화하라는 재야의 건의를 수용한 것이다. 검사 출신의 윤석열 대통령은 민정수석 기능을 내각에 넘겼다. 한동훈 초대 법무장관에게 검찰 통제와 공직자 인사검증은 물론 상설 특검 발동자 기능을 겸하게 했다. 권한이 워낙 집중된 탓에 ‘왕장관’이라 해도 손색 없었다. 한 장관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고위 공직 후보자들의 인사검증 부실 문제가 제기됐을 때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은 프로토콜(정해진 절차)에 따라 기계적으로 자료를 수집하고 의견 없이 대통령실로 넘긴다”고 했다가 논란을 낳았다. 단순히 실무 작업만 해 책임이 없다는 취지였다.

윤 대통령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실 기능을 줄여 통폐합하는 대신 ‘법률수석’ 신설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여권에선 “민심을 다양하게 듣겠다는 취지”라고 하지만 곧이곧대로 들리지 않는다. 민심 청취가 목적이라면 오히려 시민사회수석실을 확대해야 하기 때문이다. 야권은 “민정수석 기능을 부활해 검찰 장악력을 높이는 한편 ‘특검 정국’에 대응하려는 포석 아니냐”고 의심한다. 윤 대통령은 16일 국무회의에서 “민심을 경청하겠다”고 말했다. 그 첫걸음이 법률수석 신설인지 지켜볼 일이다.

이노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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