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인문학 칼럼] 빛과 예술

빛 활용한 ‘라이트아트’, 과학과 예술 결합 추구

몽환적 색상·공간 연출, 작품 통해 사람들 위로

배미애 갤러리이배 대표

  • 배미애 갤러리이배 대표
  •  |   입력 : 2024-04-17 19:45:22
  •  |   본지 19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빛은 인류 역사를 통틀어 희망이라는 보편적이고 상징적인 의미로 인식되어져 왔다. 빛으로만 둘러싸인 인생이 가능한 걸까? 절망과 공포 대신 희망과 풍요 안전, 그리고 안락함만이 존재하는 세상. 그러나 현실에 이런 세상은 없다. 끝을 알 수 없는 캄캄한 긴 터널 같은 현실을 살아가다 보면 우리들은 그 끝에 고귀한 한 줄기 빛이 있음을 알지 못한다. 그러나 어둠이 짙을수록 만나게 될 빛이 더 가치 있고 소중하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어둠 속에서 언젠가는 다가올 빛의 존재를 갈망하고 확신하며 살아가는 것이 우리의 삶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힘든 삶의 여정에서 사람들은 더욱더 자신의 내면에 침잠하게 되고 성찰하는 삶을 살게도 된다.

빛(光, light)은 일상에서 사람이 볼 수 있는 가시광선(Visible Light)을 뜻하나, 물리학에서는 전자기파 자체를 의미하고 생명의 필수 요소이기도 하다. 보는 것의 근원인 이러한 ‘빛’은 예술가들에게 지속적인 영감의 원천이 되어 왔으며, 작품재료가 다양해지고 기술이 변화함에 따라 미술 속에서 다양하게 표현돼 왔다. 현대 미술에서는 빛 자체를 물질화해 작품으로 만들기도 하며, 빛으로 전달할 수 있는 메시지와 표현 방식도 점차 확장되고 있다.

빛을 활용한 미술 사조의 하나인 ‘라이트아트 Light Art’는 1960년대 빛의 효과를 살려 새로운 시각이미지를 창출하려는 의도에서 탄생했으며, 빛을 매개로 과학과 예술의 결합을 추구하고, 인공조명이나 광선의 기능, 광원의 효과를 활용해 만든 작품을 통칭한다. 더욱이 빛을 활용해 광활한 공간을 경이로움으로 채우는 현대 예술가들은 인간 창조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여실히 보여주며, 작품을 통해 사람들은 어둠에서 밝음으로 인도되고 위로를 받는 가슴 벅찬 순간을 경험하게 된다.

라이트아트를 보편적인 미술 사조로서 확립한 미국 미술가 댄 플레빈(1933-1996)은 1963년경부터 네온관이나 형광등을 사용해 기하학적 형태의 작업을 시도했다. 빛으로 실제 공간을 해체하고 미술작품과 공간의 경계를 허문 그는 ‘빛이야말로 매우 분명하고, 열려 있으며, 직접적인 예술’이라고 말했다. 현대예술의 변화를 일찍 감지하고 빛을 활용해 미술 영역을 확장한 그는 라이트아트의 새로운 출발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크게 인정받고 있다.

빛을 활용해 차원을 넘나드는 환영적 공간을 연출하는 제임스 터렐(1943~)은 빛의 조각으로 우리에게 크게 감명을 주는 현대 예술가 중 한 사람이다. 그는 빛을 통한 공간의 형이상학적 체험이 얼마나 경이로우며 사람들의 지각이 얼마나 복잡한 속성을 지녔는지를 보여준다. 작품에서 그는 사물을 밝혀주는 빛이 아니라 자체의 부피와 색을 지닌 빛을 비물질적 빛으로 전환시킨다. 따라서 우리는 비물질적 실체로서 새로운 일루전으로 창출된 그의 라이트아트를 통해 현실 공간에 있지만 마치 환영의 세계로 온 것 같은 착각을 하게 된다. 그의 작품에 들어서면 아름다운 색채로 둘러싸인 공간에 도취되는 것도 잠시, 비현실적이면서도 불안정한 공간에서 마치 부유하는 듯이 떠다니는 자신을 발견하고, 경계들이 모호한 현실에서 중심을 잡고 안착하려는 의지와 함께 자신을 돌아보는 깊은 내적 경험을 하게 된다.

일본의 아트컬렉티브그룹 팀랩(TeamLab)이 홍콩 타마르 공원의 잔디밭을 가로질러 빅토리아 항구까지 설치한 대형 설치 작품 ‘계속 서 있는 공명하는 생명’과 ‘공명나무’는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공감대를 가지고 서로 위로하는 현장을 만든 빛의 예술이다. 사람의 움직임에 따라 색상과 소리가 지속적으로 변하는 수백 개의 다채로운 발광 계란형 원구와 빛으로 둘러싼 나무가 원구에 비치어 펼치는 변화무쌍한 빛의 숲은 장관이다. 사람들은 아름답고 몽환적인 색상과 평온을 가져다주는 소리의 풍경을 같은 공간에서 함께 공유하면서 자신과 더불어 타인의 존재에 대한 존귀함을 깨달아간다. 빛이 전혀 없는 완벽한 어둠은 생경하지만 가치 있는 경험을 가져다준다. 일본의 건축가 안도 다다오(1941~)가 나오시마의 오래된 절터에 만든 칠흑 같은 깜깜한 내부를 가진 삼나무 건물 ‘미나미테라(南寺)’에 제임스 터렐은 빛의 세계를 숨겨놓았다. 사람들은 이 어둠 속에 들어서는 순간 두려움과 불안함, 절망으로 헤매며 의지할 무언가를 간절하게 찾는다. 빛은 이미 존재하고 있지만 어리석게도 사람들은 그 사실을 알지 못한다. 시간이 좀 흐르고서야 어둠에서 벗어나려는 간절함에 응답이라도 하듯 한 줄기 빛이 천천히 드러나기 시작한다. 자신의 내면에 자리 잡았던 절망과 두려움은 빛과 만나는 순간 사라지고 삶의 의지는 다시 살아난다. 제임스 터렐과 그의 빛의 예술에 감사하며 예술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 새삼 깨닫는 순간이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서 미분양 1군 브랜드 486가구 통째 전세로 공급(종합)
  2. 21만석으로 줄여라? BPA 초라한 아레나돔 고집
  3. 3가덕 첫삽 끝내 연내로 후퇴…당정 “공사비 8500억 증액”(종합)
  4. 4김해공항 10개월째 수장 공백…제2 출국장 부분 운영 여전
  5. 5“국제신문 위기는 민의 위기” 지역사회 잇단 지지
  6. 6[사설] 신세계타운, 센텀시티의 새 도약과 부산의 미래 이끌길
  7. 7“좋은 젊은 피 많아…잠재력 극대화”
  8. 8“지광은 국제신문 떠나라” 직원 빗속 상경투쟁
  9. 9면접 보고 그날 합격 통보…BIFC 채용행사
  10. 10선거법 위반 혐의 양산시 특보 숨진 채 발견
  1. 1주민자치회 정식 출범 원년…유럽 모범사례 현장을 가다
  2. 2박수영 ‘국쫌만’ 300회…888건 민원 풀어
  3. 3820조 예산전쟁 개막…여야 ‘3대 메가·미래기금’ 격돌 예고
  4. 4‘주민대표’가 건축 세부사항까지 의견…지방의회 심사 반영
  5. 5“7개 정당 19명 치열하게 토론…대화·설득으로 의견 일치 봐”
  6. 6민주, 조희대 ‘계엄 동조’ 여부 정조준
  7. 7서범수 의원, 농지 훼손·환경오염 막는 강화 법률 개정안 발의
  8. 8이 대통령 '순방 외교' 공방, '돼지 눈엔 돼지" 표현 논란도
  9. 9사천 공군기지 훈련기 공중 충돌 뒤늦게 알려져…부상자 없어
  10. 10北, 집속탄두 위력 과시…‘축구장 18개 면적’ 초토화
  1. 1부산서 미분양 1군 브랜드 486가구 통째 전세로 공급(종합)
  2. 21만석으로 줄여라? BPA 초라한 아레나돔 고집
  3. 3가덕 첫삽 끝내 연내로 후퇴…당정 “공사비 8500억 증액”(종합)
  4. 4면접 보고 그날 합격 통보…BIFC 채용행사
  5. 5편의점 번진 요거트 인기…세븐일레븐 ‘요즘’과 맞손
  6. 6부산은행 김해공항점 계속 운영
  7. 7조선 빅3 공동납품망 완성…부산 기자재 플랫폼 안착(종합)
  8. 8롯백 편집숍 ‘시시호시’ 부산 감성 입었다
  9. 9중산층 10명 중 4명 벌이 줄었다
  10. 10‘고부가 데이터’ 노린 AI해킹…새로운 보안 패러다임 급부상
  1. 1김해공항 10개월째 수장 공백…제2 출국장 부분 운영 여전
  2. 2“국제신문 위기는 민의 위기” 지역사회 잇단 지지
  3. 3“지광은 국제신문 떠나라” 직원 빗속 상경투쟁
  4. 4선거법 위반 혐의 양산시 특보 숨진 채 발견
  5. 5선박 2척 버티기…수영만요트장 재개발 착수 해 넘기나
  6. 6여전한 특수학교 님비 “주민체육시설 끼워 짓자” 고육책
  7. 7국힘 과반 양산시의회, 민감한 3개 안건 부결 왜?
  8. 8경비·미화 넘어 AI·관광 전문가로…은퇴 뒤 더 빛나는 삶
  9. 9대학·마을에 스며든 이전 기관…지자체는 정주지원 화답
  10. 10“부산형 상병수당, 고령노동자도 줘야”
  1. 1“좋은 젊은 피 많아…잠재력 극대화”
  2. 2“실책·기복 없어야 강팀…거인 맞춤 훈련 강화할 것”
  3. 3단거리 최강馬 위너클리어 짜릿한 역전승…국제신문배 우승
  4. 4삼성, KIA 6-1 꺾고 2년 만에 한국시리즈 진출
  5. 5BNK, 여자농구 개막전 ‘디펜딩챔프’ KB 완파
  6. 6‘친정 팀 복귀’ 이동욱 감독, “기본기 다져 승리하는 팀으로 만들겠다”
  7. 7“AG 환희 잊고…리그 첫 경기부터 승수쌓기 총력”
  8. 8마침내…밀워키, 월드시리즈 첫 우승(종합)
  9. 9괜찮을까…모레노호, ‘96라인’·손흥민 모두 품었다
  10. 10여자프로농구 절반이 女감독
우리은행
주민자치 모범현장 가다
‘주민대표’가 건축 세부사항까지 의견…지방의회 심사 반영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지역이 기획, 국가가 지원하는 R&D 시대 열자
진짜 질문의 시작
국제칼럼 [전체보기]
개·고양이 학대는 이제 그만
부캉이에게 부끄러운 북항 재개발 민낯
기고 [전체보기]
‘성범죄 취업제한’의 사각지대
‘2028 세계디자인수도 부산’의 과제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세레나데, 다정한 위로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탈서울’ 안 된다던 원안위, 세종행에 왜 침묵하나
AX·반도체 전시회 5개 동시에 열렸는데…
도청도설 [전체보기]
호감과 비호감 사이
클릭으로 여는 독도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왜 제대로 비워지지 않는지 살펴야
개정 응급의료법이 ‘미수용 방지법’?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신세계타운, 센텀시티의 새 도약과 부산의 미래 이끌길
대통령의 SNS 신중함과 절제로 국정 신뢰 지켜야
세상읽기 [전체보기]
SNS라는 광장, 우리는 서로의 말을 듣고 있는가
반복된 일상에서 마음의 여유를 찾는 법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두 미술관, 각자의 역할을 묻다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복지의 ‘필요 원칙’과 포퓰리즘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기다림에도 비용이 든다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대규모 대미 투자, 기회인가 위협인가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사람은 갔어도 명당은 남아 있다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은 어떻게 마음에 남는가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시민 주거안정에서 지역경제 활성화까지
청년 떠나는 지방, 수도권 인구 분산해야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