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은 인류 역사를 통틀어 희망이라는 보편적이고 상징적인 의미로 인식되어져 왔다. 빛으로만 둘러싸인 인생이 가능한 걸까? 절망과 공포 대신 희망과 풍요 안전, 그리고 안락함만이 존재하는 세상. 그러나 현실에 이런 세상은 없다. 끝을 알 수 없는 캄캄한 긴 터널 같은 현실을 살아가다 보면 우리들은 그 끝에 고귀한 한 줄기 빛이 있음을 알지 못한다. 그러나 어둠이 짙을수록 만나게 될 빛이 더 가치 있고 소중하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어둠 속에서 언젠가는 다가올 빛의 존재를 갈망하고 확신하며 살아가는 것이 우리의 삶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힘든 삶의 여정에서 사람들은 더욱더 자신의 내면에 침잠하게 되고 성찰하는 삶을 살게도 된다.
빛(光, light)은 일상에서 사람이 볼 수 있는 가시광선(Visible Light)을 뜻하나, 물리학에서는 전자기파 자체를 의미하고 생명의 필수 요소이기도 하다. 보는 것의 근원인 이러한 ‘빛’은 예술가들에게 지속적인 영감의 원천이 되어 왔으며, 작품재료가 다양해지고 기술이 변화함에 따라 미술 속에서 다양하게 표현돼 왔다. 현대 미술에서는 빛 자체를 물질화해 작품으로 만들기도 하며, 빛으로 전달할 수 있는 메시지와 표현 방식도 점차 확장되고 있다.
빛을 활용한 미술 사조의 하나인 ‘라이트아트 Light Art’는 1960년대 빛의 효과를 살려 새로운 시각이미지를 창출하려는 의도에서 탄생했으며, 빛을 매개로 과학과 예술의 결합을 추구하고, 인공조명이나 광선의 기능, 광원의 효과를 활용해 만든 작품을 통칭한다. 더욱이 빛을 활용해 광활한 공간을 경이로움으로 채우는 현대 예술가들은 인간 창조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여실히 보여주며, 작품을 통해 사람들은 어둠에서 밝음으로 인도되고 위로를 받는 가슴 벅찬 순간을 경험하게 된다.
라이트아트를 보편적인 미술 사조로서 확립한 미국 미술가 댄 플레빈(1933-1996)은 1963년경부터 네온관이나 형광등을 사용해 기하학적 형태의 작업을 시도했다. 빛으로 실제 공간을 해체하고 미술작품과 공간의 경계를 허문 그는 ‘빛이야말로 매우 분명하고, 열려 있으며, 직접적인 예술’이라고 말했다. 현대예술의 변화를 일찍 감지하고 빛을 활용해 미술 영역을 확장한 그는 라이트아트의 새로운 출발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크게 인정받고 있다.
빛을 활용해 차원을 넘나드는 환영적 공간을 연출하는 제임스 터렐(1943~)은 빛의 조각으로 우리에게 크게 감명을 주는 현대 예술가 중 한 사람이다. 그는 빛을 통한 공간의 형이상학적 체험이 얼마나 경이로우며 사람들의 지각이 얼마나 복잡한 속성을 지녔는지를 보여준다. 작품에서 그는 사물을 밝혀주는 빛이 아니라 자체의 부피와 색을 지닌 빛을 비물질적 빛으로 전환시킨다. 따라서 우리는 비물질적 실체로서 새로운 일루전으로 창출된 그의 라이트아트를 통해 현실 공간에 있지만 마치 환영의 세계로 온 것 같은 착각을 하게 된다. 그의 작품에 들어서면 아름다운 색채로 둘러싸인 공간에 도취되는 것도 잠시, 비현실적이면서도 불안정한 공간에서 마치 부유하는 듯이 떠다니는 자신을 발견하고, 경계들이 모호한 현실에서 중심을 잡고 안착하려는 의지와 함께 자신을 돌아보는 깊은 내적 경험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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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아트컬렉티브그룹 팀랩(TeamLab)이 홍콩 타마르 공원의 잔디밭을 가로질러 빅토리아 항구까지 설치한 대형 설치 작품 ‘계속 서 있는 공명하는 생명’과 ‘공명나무’는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공감대를 가지고 서로 위로하는 현장을 만든 빛의 예술이다. 사람의 움직임에 따라 색상과 소리가 지속적으로 변하는 수백 개의 다채로운 발광 계란형 원구와 빛으로 둘러싼 나무가 원구에 비치어 펼치는 변화무쌍한 빛의 숲은 장관이다. 사람들은 아름답고 몽환적인 색상과 평온을 가져다주는 소리의 풍경을 같은 공간에서 함께 공유하면서 자신과 더불어 타인의 존재에 대한 존귀함을 깨달아간다. 빛이 전혀 없는 완벽한 어둠은 생경하지만 가치 있는 경험을 가져다준다. 일본의 건축가 안도 다다오(1941~)가 나오시마의 오래된 절터에 만든 칠흑 같은 깜깜한 내부를 가진 삼나무 건물 ‘미나미테라(南寺)’에 제임스 터렐은 빛의 세계를 숨겨놓았다. 사람들은 이 어둠 속에 들어서는 순간 두려움과 불안함, 절망으로 헤매며 의지할 무언가를 간절하게 찾는다. 빛은 이미 존재하고 있지만 어리석게도 사람들은 그 사실을 알지 못한다. 시간이 좀 흐르고서야 어둠에서 벗어나려는 간절함에 응답이라도 하듯 한 줄기 빛이 천천히 드러나기 시작한다. 자신의 내면에 자리 잡았던 절망과 두려움은 빛과 만나는 순간 사라지고 삶의 의지는 다시 살아난다. 제임스 터렐과 그의 빛의 예술에 감사하며 예술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 새삼 깨닫는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