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한 가수의 공연에 다녀왔다. 가창력이 대단한 가수인 데다 정말 좋아하는 곡이 있어 공연은 꼭 챙겨보려고 하는데 마침 부산이라 반가운 마음에 달려갔다. 이 가수는 항상 공연 중 시간을 내서 어려운 형편에 놓여있는 아이들의 후원자가 되어 주면 좋겠다며 이야기를 한다. 몇 년째 공연을 빠지지 않고 다니는데 그때마다 후원에 대해 말했다. 부담스럽지 않게 하지만 늘 진심을 담아서 여러분이 동참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여러분이 동참해 주시면 저도 여러분과 같이 하겠다는 의미로 첫 달 후원금은 제가 내드립니다”는 독려 멘트도 덧붙인다. 가수든 연기자든 많은 이의 사랑과 관심을 받는 사람이라면 말 한마디, 행동 하나가 조심스러울 법 하지만 그는 콘서트마다 이 이야기를 하고, 후원에 동참해 주신 분들이 이 만큼이라며 감사 인사를 전한다.
사람&이야기 지면을 구성하다 보면 팬클럽이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의 이름으로 기부하는 사례를 만난다. 누군가의 팬으로 그를 응원하고 그를 먼발치에서나마 보기 위해 콘서트나 팬 미팅 티켓을 구매하고 그 사람의 굿즈를 사 모으는 팬은 많다. 하지만 그의 이름으로 어려운 이를 도우려고 성금을 모아 사회 봉사단체에 지원하고 쌀을 보내거나 직접 참여해 봉사를 하는 일은 그렇게 흔하지 않다. 그래서 이런 메일을 받으면 사회에서 좀은 부정적인 이미지로 비춰지는 팬심이 긍정적이며 발전적으로 발현되는 구나 싶어 반갑다.
재미있는 것은 스타를 통한 선한 영향력에 기반하지 않더라도 다양한 형태의 기부를 아주 많이 한 분들의 인터뷰를 보면 하나같이 “내 기분 좋아지려고, 내가 좋아서 했다. 하면 할수록 자꾸 하게 된다”고들 한다. 남을 돕는 일로 내가 행복해 져서 나도 모르게 반복한다는 고백이다. 자신의 선행에 대해 언급하는 것이 민망해서 그렇게 말하는 분도 있지만 분명히 기부가 가지는 강력한 힘이 있다. 그리고 그 일은 한 번 하면 두 번 하고 싶고 이 이상으로 끌리는 행복한 중독이 있나 보다.
얼마 전에는 장기기증을 하고 받은 장례 지원금을 기부한 분이 있었다. 자신의 귀한 몸을 나눠 다른 이에게 생명으로 전달하고 그로 인해 받게 된 지원금까지 다시 학교 발전 기금으로 내놓은 분이었다. 유족은 “생전 고인이 원하시던 대로 했을 뿐”이라고 했다. 어려운 이웃을 위해 기꺼이 내가 가진 것을 내놓는 마음. 돌아가신 이후로도 이러니 살아 계실 때 어떤 삶을 사셨을까 생각해 보게 됐다. 전혀 모르는 분이지만 아마도 ‘함께 살아가는 일’에 대한 고민과 실천이 있으셨을 듯 하다.
함께. 우리. 같이. 나눔. 참 아름답고 뭉클한 우리말인데 내 삶에는 과연 이 말이 있었던가 생각해본다. 누군가와 만날 때 그 사람을 내 감정의 테두리 어디까지 들일까부터 고민하고 곁을 쉽게 내주지 않는 내 성격에는 어울리지 않는 단어다. 도움을 주는 일이나 받는 일 모두에 인색했다. 매일 읽고 정리하는 것이 다른 이의 선행과 도움, 배려와 베풂인데도 나와 가까운 일이라는 인식이 없었다. 그저 나와 다른 이들의 봉사와 헌신을 보며 감탄만 했다. 내게 매번 감동을 주는 노래를 선사해 주는 가수의 설득에도 여전히 나는 후원자가 되지는 않았다.
매일 독자여론 메일함에는 따뜻한 이야기가 날아든다. 누구는 착한 일을 하면 조용히 할 것이지 동네방네 자랑하느냐며, 그런 것 알리려고 좋은 일 하느냐고 비아냥 댄다. 하지만 자랑 좀 하면 어떤가. 한 사람이 이웃을 돕고 그 일이 좋게 소문이 나면 그는 한 번 더 하고 싶어질 테고, 그의 지인 중 누군가는 관심을 가질지도 모른다. 기사가 나면 어디 나도 한 번 해볼까 하는 사람이 생길 수도 있다. 그게 선한 영향력 아닐까. 소셜네트워크의 릴레이 챌린지처럼 선행이나 기부 챌린지가 이어지는 건 반가운 일이다. 남을 도울 용기가 있는 사람은 얼마나 멋진지. 나같은 소인배는 그저 소중한 메일 중 놓치는 건 없는지 더 꼼꼼히 읽고 또 읽을 뿐이다. 혹여 내가 개심해서 나눔에 동참한다면 다른 신문사의 오피니언 메일에 내용을 보내야겠다.
사연을 보낼 때 우리를 위해 함께 나눔할 준비가 돼 있지 않던 저도 용기를 내서 한 번 해 보았다는 내용을 덧붙이면 담당기자가 더 유심히 읽어줄까. 쓸데없는 고민 대신 오는 메일을 더 지면에 잘 다룰 수 있는 방법이나 고민해야겠다.
최영지 독자여론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