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청년의 소리] 소파대파 프로젝트

성송이 씨네소파 대표

  • 성송이 씨네소파 대표
  •  |   입력 : 2024-04-28 19:30:31
  •  |   본지 21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어떤 일은 생각할 겨를 없이 일사천리로 진행된다. 작년에 엉겁결에 사무실을 매입할 때도 그랬다. 공간 마련의 꿈은 좋지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기에 한참 동안 별다른 진척이 없었다. 부동산을 돌아다녀도 마땅한 곳은 없었고 무엇보다 돈이 없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 한 건물을 소개받았고, 이후 계약을 하기까지 단 일주일이 걸렸다. 신기하게도 갑자기 약간의 돈도 생겼다. 무지막지한 ‘영끌’ 과정을 거쳐 ‘하우스 푸어’의 서막을 열게 됐지만, 그렇게 우리는 단독 주택에 입성했다.

마련한 공간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해 사업적으로도 생활적으로도 여러 비전을 세웠으나, 우리가 가장 꾸준히 한 일은 고양이 사료를 사는 일이었다. 우리는 자주 보이는 몇몇을 수호묘로 지정하고 이름도 지어주었다. 서너 마리 정도가 오가면서 밥을 먹었는데 그중 한 녀석은 몸집이 작아서 ‘소파’라고 불렀다. 소파는 가끔 마당이나 2층 계단에 드러누워 낮잠을 자기도 했지만, 조금이라도 인기척이 나면 잽싸게 도망가며 곁을 주는 법이 없었다.

약 두 달 전쯤, 주간회의를 하는데 오랜만에 소파가 찾아왔다. 몰라보게 말라비틀어진 상태로 말이다. 놀란 마음에 회의를 하다 말고 가까이 다가가니 어쩐 일인지 도망도 가지 않고 우리를 쳐다보았다. 자세히 보니 입 주변이 피와 침으로 엉겨 붙어 있었고 사료에 입을 갖다 대면서도 삼키지 못했다. 녀석을 담요에 싸서 상자에 담아 병원에 데려갔다.

소파는 최악의 병을 진단받고 말았다. 치사율이 매우 높은 ‘범백’. 입원 치료가 불가피한데 치료 후에 살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고 했다. 그리고 입원비만 200만 원이 넘을 거라고도 했다. 머릿속이 복잡했던 것 같다. 매달 근근이 살아가는 작은 회사인데, 고양이 치료로 그만한 돈을 쓰는 것이 가당키나 한 일일까? 완치가 된다 해도 그 이후는 어떻게 할 요량으로? 아프고 죽는 일은 사실 너무도 자연스러운 순리 아닌가. 해부학 교과서처럼 뼈만 남은 소파를 옆에 두고 병원 로비에 둘러앉아 못다 한 주간회의를 했다.

고민 끝에 우리는 치료를 시작해 보기로 마음을 모았다. 각자 다른 이유가 있었을 텐데, 나의 솔직한 이유는 길어도 이틀을 버티지 못할 것 같은 고양이의 상태 때문이었다. 길바닥에서 죽는 것보다 잠시라도 따뜻한 곳에서 지내다 가는 것이 낫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었다. 밥을 주고 싶은 마음 정도에서 시작한 인연이 이렇게까지 커질 수 있다니, 관계라는 것에 대해 경외감이 들었다. 함부로 품은 마음에도 책임을 져야 하는 법이다.

입원을 시키고 병원을 나서면서 약간이나마 도움을 받을 수 없을까 하고 SNS에 고양이 구조 소식과 후원 계좌를 올렸다. 1.7㎏짜리 소파를 튼튼한 고양이로 만들기 위한 ‘소파대파 프로젝트’. 그런데 놀랍게도 몇 시간이 채 지나지 않아서 후원이 들어오기 시작했고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응원을 보냈다. 후원금으로, 또는 간절한 기도로. 그리고 ‘소파’는 다음 날부터 미친 생존력을 보이며 기적적으로 살아나기 시작했다.

병원에서는 소파가 삶에 대한 의지가 매우 강한 것 같다고 했다. 하루하루 열심히 건강해졌다. 병원비는 180만 원이 나왔고 후원금은 180만 원이 모였다. 또한 놀라운 일이다. 소파는 정말로 제 스스로 살아난 셈이다. 꼬박 일주일을 병원에서 보내고 퇴원한 소파는 애교 많은 고양이가 되어 있었다. 그날 이후, 우리는 끝을 알 수 없는 동거 중이다. 사무실 독방 하나를 꿰차고 우리와 함께 거주 중인 녀석은 요즘 틈만 나면 과식하고 좋아하는 의자에 드러누워 나른한 하루를 보내고 있다.

고양이를 발견하고 구조하고 도움을 구하고 후원을 받기까지의 모든 일이 생각할 겨를도 없이 지나갔다. 그때 정말 살기 위해 찾아왔던 것일까? 회의를 하고 있던 바로 그 시간이 아니었다면 우리는 서로를 발견하지 못했을 것이다. 도움이 필요한 누군가를 기꺼이 돕는 것과 또 온 힘을 다해 살아나는 것. 여기에 담긴 일련의 마음들이 아마도 올 한 해를 버티는 근육으로 자리 잡을 것 같다. 사실 소파는 작은 파도가 모여 큰 파도로 이룬다는 뜻이 담긴 우리 회사의 이름이기도 하다. 여기 두 소파가 조만간 ‘대파’가 될 수 있기를 바라며, 지면으로나마 작은 꼬맹이의 미친 생명력을 모두와 함께 나누고 싶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문 前 대통령 거제 생가 복원키로
  2. 2신세계, 센텀 롯데百 인수…쇼핑·문화·관광 복합타운 만든다(종합)
  3. 3[시사난장] 풀숲에 버려진 ‘영도다리의 뼈’
  4. 4“영도 절영초 통폐합 추진 중단하라”
  5. 5신세계 야외주차장도 복합개발 속도…센텀 유통지형 요동
  6. 6김해 시내버스 개편…장유 등 23대 증차
  7. 7“국제신문 살리는 게 지역 민주주의 지키는 일”
  8. 8고리원전에 가짜 베어링 납품 업체들, 1년째 수사 표류
  9. 9팔만대장경 다시 판각…해인사 50년 대장정
  10. 10행사 한창인데 벡스코 정전…전력관리체계 도마(종합)
  1. 1“영도 절영초 통폐합 추진 중단하라”
  2. 2“능인, 경영능력에 의문” 부산국힘 내주 지원안 머리 맞댄다
  3. 3국힘 부정선거론 다시 띄우기…민주 “선동에 열중” 비난
  4. 4李 비판 유시민에 김민석 “대응 불필요”
  5. 5李 대통령 지지율 1%p 하락 39%…민주 국힘 경합
  6. 6송파 247만 장 검증, 신분확인·촬영요구로 시작부터 차질(종합)
  7. 7국민의힘 곽규택 의원 등 동구 주요 당직자, 북항 돔구장 정부 공모 참여 환영
  8. 8대한항공 말흐리기…실체없는 통합LCC 부산 허브
  9. 9[뉴스 분석] 종교인·언론사주가 국회 권위 훼손…도덕성 논란까지
  10. 10李 대통령 지지율 2%p 오른 46%…조희대 탄핵 반대 45%
  1. 1신세계, 센텀 롯데百 인수…쇼핑·문화·관광 복합타운 만든다(종합)
  2. 2신세계 야외주차장도 복합개발 속도…센텀 유통지형 요동
  3. 3행사 한창인데 벡스코 정전…전력관리체계 도마(종합)
  4. 4미분양·빈집 누적…부산 안서도 주택 위기 제각각
  5. 5부산시, 쿠팡 등 3곳 1630억 투자 유치
  6. 6삼성전자 분기 영업익 107조 역대 최대…반도체로만 106조(종합)
  7. 7AI드론으로 참치 찾는 선박 부산 출항
  8. 8롯데, 영도대교 복원 인연 축제로 잇는다
  9. 9‘덕후 천국’ 부산에 떴다…롯데百 전국 첫 IP 전문관
  10. 10가계대출 금리 5% 턱밑…고정형 주담대 사상 첫 5% 뚫어
  1. 1문 前 대통령 거제 생가 복원키로
  2. 2김해 시내버스 개편…장유 등 23대 증차
  3. 3“국제신문 살리는 게 지역 민주주의 지키는 일”
  4. 4고리원전에 가짜 베어링 납품 업체들, 1년째 수사 표류
  5. 5팔만대장경 다시 판각…해인사 50년 대장정
  6. 6기말고사에 EBS 유사 문항, 처음 아니었다
  7. 7착취 당한 男 장애인 구조해도…부산엔 임시거처조차 없다
  8. 8국회 복지위 ‘침례병원 정상화’ 정부 결단 촉구
  9. 9검증 체계 없는 유가보조금…줄줄 샌다
  10. 10본사 비대위·퇴직자, 지광 고소…실질경영자에 ‘체불 책임’ 추궁
  1. 1마침내…밀워키, 월드시리즈 첫 우승(종합)
  2. 2괜찮을까…모레노호, ‘96라인’·손흥민 모두 품었다
  3. 3“AG 환희 잊고…리그 첫 경기부터 승수쌓기 총력”
  4. 4여자프로농구 절반이 女감독
  5. 5롯데 수석코치 허문회, 2군 감독 박승민
  6. 6모레노, 은퇴소동 ‘96라인’ 달랜다…대표팀 내홍 풀까
  7. 7부산시대 2년차 읏맨 “홈팬 응원에 성적으로 보답”
  8. 8밀워키, 창단 58년 만에 WS 우승…5차전서 4-1로 탬파베이 제압
  9. 9경남 생활체육 대축전 30일 개막…3일간 31개 종목 열전
  10. 10롯데, 공격서 수비로 중심 이동…주전 새판짜기 예고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지역이 기획, 국가가 지원하는 R&D 시대 열자
진짜 질문의 시작
국제칼럼 [전체보기]
부캉이에게 부끄러운 북항 재개발 민낯
부산 관광, 마냥 좋기만 할까
기고 [전체보기]
‘성범죄 취업제한’의 사각지대
‘2028 세계디자인수도 부산’의 과제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탈서울’ 안 된다던 원안위, 세종행에 왜 침묵하나
AX·반도체 전시회 5개 동시에 열렸는데…
도청도설 [전체보기]
클릭으로 여는 독도
지긋지긋한 론스타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개정 응급의료법이 ‘미수용 방지법’?
25년을 간직한 리플렛 세 장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국회 출석 거부하며 장외 사실호도 일삼는 지광
AI 해킹 범죄 고도화…수사 공백 해소 시급하다
세상읽기 [전체보기]
반복된 일상에서 마음의 여유를 찾는 법
한국 경제 떠받치는 중장년, 이제 다시 봐야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두 미술관, 각자의 역할을 묻다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복지의 ‘필요 원칙’과 포퓰리즘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기다림에도 비용이 든다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대규모 대미 투자, 기회인가 위협인가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사람은 갔어도 명당은 남아 있다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은 어떻게 마음에 남는가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시민 주거안정에서 지역경제 활성화까지
청년 떠나는 지방, 수도권 인구 분산해야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