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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디아스포라의 노래 영천아리랑

  • 김지윤 소리연구회 소리숲대표
  •  |   입력 : 2024-04-28 19:29:21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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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어린 시절 졸업식 때 ‘석별의 정’이라는 노래를 친구들과 함께 부른 기억이 있다. ‘오랫동안 사귀었던 정든 내 친구여’로 시작하는 이 노래는 ‘올드 랭 사인’이라는 스코틀랜드 민요 5음 음계의 곡조에 우리말 가사를 붙인 번안곡이다. 1948년 8월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면서 안익태 작곡의 애국가가 정식국가로 채택되기 전까지는 애국가 가사를 붙여 애국가로 불려졌다.

2021년 부산 문화회관에서 열린 김지윤 피리독주회에서 백현주 작곡가의 ‘피리와 피아노를 위한 영천아리랑 주제에 의한 변주곡’이 연주되고 있다.
1902년 애국심 고취를 위해 독일인 에케르트가 서양식으로 작곡한 우리나라 최초 애국가인 대한제국 애국가가 있었으나 일제강점기 금지곡이 된 이후 올드 랭 사인이 사람들의 구전으로 애창되었다.

이러한 사실은 3.1운동 때 당시 현장에 있었던 외국인 칼턴 왈도 켄들이 1919년에 발간한 ‘The Truth About Korea(조선의 참모습)’에 남녀노소 행렬이 이어지며 올드 랭 사인의 선율에 맞춘 애국가를 부르며 깃발을 흔들고 함성을 지르며 거리를 가득 메웠다고 언급이 되어 있다. 스코틀랜드의 노래가 100여 년 전 멀리 동양의 한 나라에서 애국가로 불려진 것이다.

이처럼 특정 지역의 노래가 전혀 다른 곳에서 불려진 예는 우리나라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경상북도 영천지역에 살다 일제강점기의 혹독한 탄압을 피해 조국을 등지고 만주로 이주한 선조들이 불렀던 ‘영천아리랑’이라는 노래가 그 주인공이다.

경상도 지역의 영천아리랑이 어떻게 만주에서 불리게 되었을까? 일제강점기로 거슬러 올라가면 일제의 농업 이민정책으로 조선인들은 만주 지역으로 대거 이주하게 된다. 1983년 발간된 ‘경상북도사’에 의하면 1931년 만주사변 후 일본은 본격적으로 만주 지역에 조선인을 이주시켰고, 만주와 근접한 지역을 제외하고 경남·전라남북도에 비해 경북 사람이 약 4배에 달할 정도로 가장 많이 이주했다고 한다. 이들이 정착한 중국 동북 3성 중 북쪽 지역인 흑룡강성을 중심으로 고향을 그리며 부르던 영천아리랑이 조선족 사회에 전파되었던 것이다.

이후 만주지역에서 독립군이 군가로 사용하면서 북한으로 유입되어 북한 전역에 퍼지게 되었다. 정작 남한에서는 전승이 끊어져 그 존재를 알지 못했던 영천아리랑은 2000년 평양 남북정상회담 만찬장에서 북한예술단의 공연 이후 본격적으로 우리나라에 알려지게 되었다. 이후 우리나라에서도 영천아리랑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경서도 민요 전문 소리꾼에 의해 불리면서 또 하나의 아리랑 레퍼토리로 정착되었다. 영천지역에서는 영천아리랑보존회가 발족되어 매년 영천아리랑 전국경창대회가 개최되고, 영천아리랑의 학술연구를 통해 100년에 걸친 음악적 특징을 밝힐 수 있었다.

필자는 2021년도 피리독주회에서 백현주 작곡가의 ‘피리와 피아노를 위한 영천아리랑 주제에 의한 변주곡’을 개작초연한 바 있다. 작곡가는 이역만리 만주 벌판에서 고향을 그리며 조국의 독립을 꿈꾸던 선조들의 설움이 가슴 아프게 와닿아 이 곡을 만들게 되었다고 했다. 이 한 곡의 노래가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 돌고 돌아 강인한 생명력으로 지금도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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