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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경제 항산항심] 엔화약세가 강세로 바뀔 때 벌어질 일

정철진 경제 컬럼니스트·진 투자컨설팅 대표

  • 정철진 경제 컬럼니스트
  •  |   입력 : 2024-04-29 19:53:38
  •  |   본지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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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떤 전문가도 지금의 엔화약세를 정확히 설명하지 못한다. 달러당 엔화는 152엔, 155엔, 158엔에 이어 29일 한때 160엔을 돌파하기도 했다. 1990년 이후 가장 강력한(?) ‘슈퍼 엔저’이다. 연초 이후 달러 대비 엔화는 10% 넘게 가치 절하됐다. 치솟는 수입물가에 일본 국민은 당황해하고 있고, 엔화약세로 그 좋아라 하는 해외여행도 못 한다. 일본이 가난해지고 있다.

지금의 엔화약세를 미스터리로 여기는 데는 다양한 이유가 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은 “왜 금융당국이 개입을 하지 않는가?”이다. 달러당 152엔은 절대 선처럼 여겨왔고 실제 이 정도 되면 달러 폭탄을 던져서 엔화를 지켜냈지만 이번엔 구두 개입 정도로 그쳤다. 아니, 구두 개입도 아니었다. 경우에 따라서는 “별로 개입하고 싶지 않다”는 말로 들릴 정도였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중앙은행(BOJ) 총재는 4월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아예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이어가겠다”는 뉘앙스를 노골적으로 풍겼다. 이렇게 되자 엔화약세는 봇물이 터졌다. 방어능력이 없는 것도 아니다. 일본은 세계 1위의 미국 국채보유국이며 달러가 넘치는 국가이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에 갔을 때 우리는 외환당국의 구두 개입만으로 1370원대까지 떨어뜨렸다. 그런데 일본은 엔화약세를 막지 못한다? 절대 그렇지 않다. 일본은 슈퍼엔저를 용인하고 있는 것이다. ‘일부러’ 엔화 초약세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뜻이다.

대체 무슨 이유 때문일까. 수많은 설명과 추론과 통찰 등이 가능하겠지만 필자는 ‘달러 강세 만들기’라고 생각한다. 즉, 엔화를 희생하면서 강력한 달러강세를 만들어주고 있다는 거다. 실제로 연초 100선도 위협받던 달러인덱스는 106선을 넘보고 있다. 위안화, 파운드도 약해졌다지만 일본 엔화만큼은 아니다. 그러니까 일본이 엔화 초약세를 만들면서 달러강세를 만들어줬다는 건데, 그러고 보면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의 행보도 이 기간 좀 이상했다. 당장 5월이나 6월에 금리인하를 단행할 것 같던 제롬 파월 연준의장과 연준의원들은 이젠 한 목소리로 “상반기 금리 없다” “연내 금리인하 없다” “연말쯤 오히려 금리인상을 해야 한다”면서 다중인격 보유자처럼 돌변했다. 이러자 10년물 국채금리는 치솟았고, 달러는 더 강해졌다. 물가가 심각해진 것도 아니다. 국제유가는 이스라엘과 이란사태가 이렇게도 커졌지만 배럴당 83달러선에 관리되고 있다. 미국 경기 좋다고 그렇게 칭찬을 했지만 막상 1분기 경제성장률은 1.6%에 불과해 뒤통수를 쳤다. 솔직히 연준이 돌변할 만큼 매크로 경제지표가 바뀐 것이 없다. 그런데도 우리를 겁주고 있다. 달러를 강하게 만들고 있다. 도대체 지금 왜 달러강세가 필요한 것일까.

필자는 ‘중국 죽이기’를 첫손에 꼽는다. 지금 중국경제는 최악의, 어둠의 터널을 지나고 있다. 여기서 조금만 더 밀면 낭떠러지 밑으로 떨어질 것처럼도 보인다. 달러당 위안화는 7.3위안까지 와있다. 7.3위안은 절대적으로 지켜야 할 마지노선이다. 달러강세로 더 몰아쳐 버리면 중국을 한번 제대로 손봐줄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이번엔 아닌 것 같다. 우선, 러시아 원유가 변수다. 중국은 지금 러시아로부터 달러가 아닌 위안화로 원유를 사 오고 있다. 당장엔 달러 유동성 위기는 없어 보인다.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원유를 확보했으니 방어력은 더 생겨버렸다. 여기에 또 다른 변수가 있으니 바로 금이다. 달러가 강해지는데도 국제 금값은 인류 역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달러와 금, 하늘 아래 태양이 2개일 수는 없다. 어쩌면 시장은 지금의 달러강세를 가짜라고 생각하는지도 모르겠다. 일본이 엔화 초약세로 만들어 준 강(强)달러 대신에 금으로 수요가 몰리고 있으니 말이다.

우리가 지켜볼 부분은 엔화가 어디까지 희생할 수 있느냐에 대한 지점이다. 더 약해지면 일본이 죽는다. 결국 엔화강세로 돌아설 텐데 이 시점에선 달러도 약세로 바뀔 수밖에 없다. 여기에 경기가 꺾이는 신호가 더 많이 나온다면? 금리인하 가능성이 다시 대두된다면? 이번엔 걷잡을 수 없는 달러약세가 나올 것이고, 곧 한국을 포함한 신흥국 자산시장에 호재로 작용한다. 기다려보자. 엔화 초약세가 엔화강세로 바뀌는 시점을. 아니면 진짜 ‘슈퍼달러’가 중국을 무너뜨리는지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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