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인문학 칼럼] 호모 사피엔스의 바다

놀이 의미, 관계 속 성장

우리 종착점은 결국 바다…생물들 경쟁하면서 공존, 불편한 진실 외면땐 공멸

김종희 문화공간 빈빈 대표

  • 김종희 문화공간 빈빈 대표
  •  |   입력 : 2024-05-01 19:58:23
  •  |   본지 19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원숭이 엉덩이는 빨개. 빨간 것은 사과, 사과는 맛있다. 맛있는 건 바나나, 바나나는 길다. 긴 것은 기차, 기차는 빠르다. 빠른 것은 비행기, 비행기는 높다. 높은 것은 하늘, 하늘은 푸르다. 푸른 것은 바다…. 초록빛 바닷물에 두 손을 담그면… 파란 하늘빛 물이 들지요 어여쁜 초록빛 손이 되지요.

어린 날의 놀이다. 호모 루덴스. 놀이의 인간은 새로운 세계를 열었다. 놀이는 단지 놀이라는 행위로 끝나는 것만은 아니다. 놀이의 즐거움은 관계의 발견에 있다. 흩어져 아무렇게나 발부리에 채는 사금파리도 놀이 속으로 들어오면 귀한 물건이 됐다. 가질 수 없었던 저것이 내게로 와 이것이 되며, 버려진 돌이 사용가치 높은 그릇이 되는 것이다. 저것이 이것이 되는 것은 소유라는 개념을 안고 있으며, 그릇이 된 돌은 쓸모없음의 쓸모를 발견하는 일이다. 놀이는 대상으로 있던 것이 의미로 바뀌는 순간을 숱하게 경험케 했다.

원숭이 엉덩이부터 바다에 이르기까지의 다양한 상황은 동물에서 식물로, 육지에서 바다로, 자연에서 과학 기술로 확장됐다. 원숭이는 인간과 같은 영장류 유인원이다. 그러나 영화 ‘혹성탈출’에서 만나는 원숭이는 인간의 세계를 지배한다. 세상의 주인이 바뀐 것이다. 진화한 유인원과 퇴화된 인간들이 살아가는 땅. 신적인 존재처럼 인식한 인류의 시대가 끝나고 말았다.

말 잇기 놀이의 전개는 연상을 통해 새로운 대상을 발견하고 의미를 부여하며 지평을 확장한다. 놀이에 담긴 의미는 관계 속의 성장이다. 아울러 우리의 종착점은 높은 하늘이 아니라 결국 바다다. 강물이 바다로 흘러드는 것은 강바닥보다 바다의 바닥이 낮기 때문이다. 낮은 곳으로 모인 지구의 물은 바다가 되는 순간 강물로 불렸던 과거의 이름을 내려놓는다. 바닷물이 되는 순간 이전의 ‘나 때’를 내려놓은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바다는 또한 성찰의 거울이다.

지구는 땅의 영역보다 물의 영역이 더 크다. 그러고 보면 지구는 땅의 별이 아니라 물의 별이다. 육지에서 살아가는 생물체들의 기원이 거기 물의 세계에서 나왔다. 태초의 생물로부터 사피엔스로 진화하고 성장하는 과정에 바다의 의미는 경험과 상상, 발견과 생존의 측면에서도 중요하다. 진화론에 근거한 바다는 시원이며, 놀이에 근거한 바다는 종착점이지 않은가.

바다는 낭만의 대상이기도 하고 예술 창작의 원형이기도 하다. 뿐만 아니라 바다는 치열한 삶의 현장이다. 예측 불가한 바다에서 다양한 생물들이 여타의 생물들과 서바이벌을 통해 살아간다. 먹이 사슬에서 살아남기 위해 저마다의 방법으로 생존해 나간다. 알에서 부화한 멸치는 다른 것의 먹이가 돼야 하고 해류를 따라 이동하면서 사피엔스의 촘촘한 그물에 걸린다. 사피엔스의 식탁에서 친숙한 멸치는 알에서 2㎜로 깨어나 15㎝까지 성장하며 10만 개의 알을 낳고 한 생을 마감한다. 15㎝ 성어로 자라는 동안 해류를 따라 흐르며 보고 들었을 멸치의 바다 이야기는 땅의 사피엔스가 상상할 수 있을까.

사피엔스의 세계와 멸치의 세계는 다른 듯 비슷하다. 깊고 넓은 바다, 극한의 세계를 헤쳐 나아가지만 죽음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숙명의 존재이다. 생자필멸의 고해, 멸치와 사피엔스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계 속에서, 관계를 맺으며 살아간다는 데 있다. 다양성이란 생의 다채로움이다. 다채로움을 지지하고 끌어가는 힘은 건강한 관계이다. 설령, 예기치 못한 상황에 의해 우선멈춤은 있을지라도 곧 회복하는 탄력성이 그 속에 있다. 그것은 일종의 균형 감각이다. 균형감각은 공존의 힘이다.

총선이 끝났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우후죽순 쏟아진 많은 말은 모두 사라지고 없다. 국회의원이 되고 싶은 이들이 지금도, 전에도, 또 그전에도 혜성처럼 들고나온 그 많던 말들은 어디로 갔을까. 권력자들의 싸움에 등이 터진 사피엔스의 상처는 언제까지나 사피엔스의 몫이다. 권력을 얻은 자, 놓친 자들이 흩어놓은 말에 대한 책임은 애당초 없었다. 그냥 그때만 채우고, 그때를 끌고 가는 ‘그 따위 말’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따위 말’의 옆구리에조차 끼지 못하는 처지의 언어도 있다. 심각하게 다가온 생태환경 위기, 기후 위기가 그렇다. 세계가 기후재앙을 외치고 있는데도 이 땅의 정치언어는 여전히 개발을 통한 성장을 우선하기 때문이다. 권력을 가지기 위한 위정자의 언어 바탕에는 공존 대신 개발만 있을 뿐이다. 추측건대 불편한 진실을 외면하는 정치는 미래를 복수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하늘은 바다를 반영하고, 바다는 하늘을 담는다. 높은 것은 높지 않고, 낮은 것은 낮지 않다. 멸치가 사라진 세상은 사피엔스도 살 수 없다. 정치도 생태도 균형이 깨지면 공멸한다. 멸치가 사라진 호모 사피엔스 바다에는 두 손을 담글 수 없다. 잊힌 놀이의 세계가 새삼 애틋한 지금이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캉이가 남기고 갈 ‘북항 활성화·기후 대응’ 숙제
  2. 2아파서도, 부적응도 아니다…고교 자퇴 71% ‘내신 세탁용’
  3. 3부산 이전 1차 공공기관 4곳, 수도권에 여전히 495명 잔류
  4. 4세입자 보증금 안 준 前 금정구의원…추가 피해 확산
  5. 5민주항쟁사 한 폭에 담은 작가 “부마정신 헌법에”
  6. 6구·군 부단체장 출퇴근 의전 논란, 부산 5곳 폐지 결정…4곳은 “고수”
  7. 7부산행 KTX 하부 패널 파손…승객 300명 열차 갈아타
  8. 8부산국제영화제 11년 만에 ‘관객 20만’ 재돌파
  9. 9김도영의 KIA냐, 오스틴의 LG냐
  10. 10[정가 인&아웃] 지역현안 해결사 이헌승 국힘 부산 국회의원, 국제신문 회생에도 팔 걷어
  1. 1[정가 인&아웃] 지역현안 해결사 이헌승 국힘 부산 국회의원, 국제신문 회생에도 팔 걷어
  2. 2[속보] 김민석 "'조희대 탄핵 추진' 논의 공식화"
  3. 3이 대통령 "부마항쟁과 5·18, 헌법 담아내야" 국회에 개헌 논의 촉구 (종합)
  4. 4北, 잠수함발사 전략순항미사일 2종 시험발사(종합)
  5. 5이헌승 "국제신문 실질적 대주주 조사 미흡" 질타에 부산노동청장 "다음주 면담"
  6. 6李대통령 지지율 39%, 하락세 멈췄다…민주 36% 국힘 27%
  7. 7李대통령 “국무회의 비공개 동의못해…할말 못하는 국무위원 없다 확신”
  8. 8이혼소송 중 주소 노출…서울고법원장, 아내 살해 공무원 사건에 “제도개선”
  9. 9이 대통령, 김지용 첫 출근에 "피아구별 없이 엄중 수사하길"
  10. 10李대통령 “부마항쟁과 5·18 헌법 수록 개헌, 국회가 나서달라”
  1. 1부산 이전 1차 공공기관 4곳, 수도권에 여전히 495명 잔류
  2. 2부산TP 수장 중기부 승인…신임 기관장들 내주 취임
  3. 37.5% 폭락 ‘녹아내린 코스피’…7000서 7일 만에 5500으로(종합)
  4. 4누리호 탄 군집위성, 발사 14시간 만에 첫 지구 촬영 성공
  5. 5‘신뢰 시그널’ 없는 증시…외인 이달만 18조 투매
  6. 640돌 수산무역협회도 부산시대 연다
  7. 7부산 9월 취업자 9000명 늘었지만…'경제허리' 40·50대 3만명↓
  8. 8모건스탠리 “고물가 고착화 위험에 한은 내달 금리 올릴 듯”
  9. 9부산항에 석유 보세구역…북극항로 선박연료 생산·공급
  10. 10AI 투자 회의론 고개…글로벌 반도체주 ‘먹구름’
  1. 1부캉이가 남기고 갈 ‘북항 활성화·기후 대응’ 숙제
  2. 2아파서도, 부적응도 아니다…고교 자퇴 71% ‘내신 세탁용’
  3. 3세입자 보증금 안 준 前 금정구의원…추가 피해 확산
  4. 4민주항쟁사 한 폭에 담은 작가 “부마정신 헌법에”
  5. 5구·군 부단체장 출퇴근 의전 논란, 부산 5곳 폐지 결정…4곳은 “고수”
  6. 6부산행 KTX 하부 패널 파손…승객 300명 열차 갈아타
  7. 7고성서 세계적 산악인 엄홍길 대장과 함께하는 등산축제
  8. 8“장림항 레저보트 철수명령 정당” 대법 확정
  9. 9예고 임용강사·학원장 겸직, 전국서 부산예고 가장 높아
  10. 10부산 금정구, ‘야생화 및 국화 분재 전시회’ 개최
  1. 1김도영의 KIA냐, 오스틴의 LG냐
  2. 2득점은 킹, 리바운드는 롱…KCC 살릴 ‘믿을맨’ 찾았다
  3. 3자금 숨통 틔웠다…LIV골프 살아날까
  4. 4[뭐라노] 롯데, 이젠 성찰할 때
  5. 5프로야구 역대급 흥행에도 쪼그라든 ‘거인 팬심’
  6. 6인종차별 당한 엄지성…英 경찰 수사
  7. 7거인 3년 연속 7위…레이예스·한동희는 날았다
  8. 8황성빈은 첫 도루왕…끝까지 뜨거웠던 타이틀 경쟁
  9. 9한화, 새 사령탑에 류지현…3년 20억원
  10. 103년 無가을로 계약 만료…김태형 감독 운명은?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AI 시대, 부산 R&D의 대전환
원자력 청출어람, 스승을 가르치다
국제칼럼 [전체보기]
사라지는 것, 귀 기울일 것
열린 사회와 그 적들
기고 [전체보기]
배의 피부를 지키는 기술은 도장이다
거장은 떠나도, 오케스트라는 남아야 한다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북극항로, 첫 배보다 중요한 것은 다음 배다
솔직할 수 있는 용기, 당신에게도 닿기를
도청도설 [전체보기]
은정이라는 이름
다시 영화의 시간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요추부 척추관협착증, ‘메포츠’로 극복하기
B형 간염 ‘바이러스 수치’에 ‘급여’ 맞춰야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초대 중수청장, 내편 네편 아닌 국민편에 서라
지자체, 현수막 법 준수하고 실태부터 파악해야
세상읽기 [전체보기]
다민족 사회
부캉이가 북항에 던진 질문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두 미술관, 각자의 역할을 묻다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복지의 ‘필요 원칙’과 포퓰리즘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한국이 가진 자산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금가락지가 땅에 떨어진 형국, 곡전재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오스트리아 와인,빈의 시간을 마시다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거울 속의 외계인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