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뉴스와 현장] 소통을 이기는 무기는 없다

  • 이병욱 기자 junny97@kookje.co.kr
  •  |   입력 : 2024-05-08 19:44:33
  •  |   본지 18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부산시는 여러 형태의 자리를 마련해 주요 현안을 설명하고 소통하는 시간을 갖는다. 사안의 중요도와 관심도에 따라 시장이 직접 진행하는 기자회견부터 부시장 등이 참석하는 공식 브리핑, 실·국장이 주로 나서는 백브리핑 등이 있다. 지난해 2030세계박람회 유치 실패 직후 박형준 시장이 공식 기자회견을 통해 시민에게 사과했고, 이준승 행정부시장은 최근 백브리핑을 열어 2025 APEC 정상회의 유치전에 부산이 참여하지 않는다는 시의 공식 입장을 전했다. 통상 관련 보도자료는 사전에 배포되지만 보도 시점은 기자회견이나 브리핑 이후로 정해진다.

그런데 지난달 15일 오후 시청 기자실에서는 이례적인 일이 있었다. 낙동강 취수원 다변화와 관련해 이병석 시 환경물정책실장 주재로 ‘간담회’가 열린 것이다. 부산시와 경남 의령군이 상생발전 협약을 체결하고 낙동강 취수원 다변화(낙동강 유역 맑은 물 공급체계 구축) 사업에 협력하기로 했다는 것이 핵심 내용이었다. 2030엑스포 유치 만큼이나, 오히려 시민 입장에서는 그보다 훨씬 중요한 사안을 시장이 공식 기자회견으로 알리는 것이 아니라 담당 간부가 간담회를 통해 설명한다는 점에서 의아했다. 더욱이 사전에 배포된 보도자료는 이날 오전 7시 이후를 보도 시점으로 정해 간담회 전 이미 온라인에는 수십 건의 기사가 보도된 터였다.

간담회가 진행되는 동안 의구심은 더욱 커졌다. 시는 보도자료에서 ‘박형준 시장이 직접 서명한 협약을 통해 30년 숙원인 맑은 물 공급의 첫 발을 내디뎠다’고 강조했으나, 간담회에서는 “워낙 민감한 사안인 만큼 의령군은 물론 남은 협약 대상인 창녕, 합천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최대한 ‘팩트’ 위주로 보도해달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대대적으로 알려야 할 대형 이슈를 오히려 축소하려 한다는 인상이 강했다.

‘이상한’ 간담회가 있은 지 2주 만에 또 다시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의령군이 부산시에 협약 해지를 통보한 사실이 알려진 것이다. 의령군은 ‘주민 동의 없는 정책 추진이 어렵다’는 설명과 함께 시에 협약 해지를 통보했다. 그런데 시는 이와 관련, 백브리핑은 물론 간담회조차 마련하지 않았고, 보도자료를 통해 어떠한 공식 입장도 내놓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의령군이 부산시의 뒤통수를 제대로 후려쳤는데도, 행정기관 간 공식적으로 체결한 협약서가 휴지 조각으로 변할 상황에 놓였는데도 시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이번 사태의 일차적인 책임이 의령군에 있다는 것을 부인하기 어렵다. 의령군은 사전에 주민과 충분한 교감 없이 덜컥 협약을 체결해 스스로 체면을 구기고 행정의 신뢰를 잃었다. 협약 체결 이전에 의령군이 보다 적극적으로 주민과 소통하고 부산과의 가교 역할을 해줬더라면 파국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협약 해지 통보에 따른 부산시민의 분노도 고스란히 의령군이 떠안아야 할 몫이다.

부산시의 과실도 만만치 않다. 박 시장을 비롯한 시 집행부는 부산의 오랜 숙원 해결을 위한 돌파구를 찾던 중 협약 카드를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의 고민과 노력은 인정받을 만하다. 그러나 시 역시 의령군처럼 ‘소통’에 실패했다. 협약 체결 전까지 진행 과정을 꽁꽁 숨겼고, 체결 후에도 시민에게 제대로 알리려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물 문제를 둘러싼 경색된 분위기가 창녕, 합천 등으로 확산할까 전전긍긍하면서도 대응책 마련에는 뒷짐이다. 실망에 찬 시민을 향해 사과 한 마디도 없다.

역설적으로 이번 사태를 통해 물 문제 해결의 열쇠가 무엇인지 더욱 명확해졌다. 합리적인 명분과 타당성이 있더라도 주민과의 충분한 소통 없이는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다는 것이다. 취수지역 주민의 가장 큰 우려가 무엇인지, 농민들에게 줄 수 있는 보다 실질적인 혜택이 무엇인지 찾아내 꾸준히 대화하고 설득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최선이다. 이 과정을 언론을 통해 투명하게 공개해 올바른 여론을 형성하는 것 또한 지자체의 몫이다. 비단, 물 문제 뿐만 아니라 모든 정책 추진 과정에서 소통이 최우선이 돼야 한다는 것을 시가 깨닫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이병욱 사회부 차장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가덕신공항 여객터미널 설계안 나왔다…'Rising Wings'로 선정
  2. 2‘탑건’에 나온 美 항모 루즈벨트함 부산에 입항…국내 최초
  3. 3중금속 검사 안한 미끼용 멸치, 식용으로 판매한 유통업자 기소
  4. 4부산 사하구 "결혼하면 축하금 및 전세금 지원" 파격제안
  5. 5한한령 풀리나 했는데...부산 밴드 '세이수미' 공연 3주 앞두고 취소
  6. 622일 부산, 울산, 경남 강한 장맛비... 강풍, 풍랑 주의
  7. 7다음주 이후 기름값 부담 커진다…국제유가↑·유류세 인하폭↓
  8. 8월성 4호기 사용후핵연료 저장수 2.3톤 바다로 누설
  9. 9울산 남구 불소 공장서 폭발사고…인명·화재 피해 없어
  10. 10밀양 가해자는 예비신랑…유튜버 또 신상 폭로
  1. 1‘탑건’에 나온 美 항모 루즈벨트함 부산에 입항…국내 최초
  2. 2"우키시마호 진실 드러날까"…정부, 일본에 승선자 명부 요구
  3. 3채상병 특검법, 야당 단독 법사위 통과…재발의 22일만 초고속
  4. 4국민의힘, 채상병특검법 통과에 “이재명 충성 경쟁” 맹비난
  5. 5여야 원내대표, 국회의장 주재 내일 원구성 막판 협상
  6. 6한동훈 23일 출사표…부산 국힘 의원 ‘어대한’에 동상이몽
  7. 7박수영 ‘국쫌만’ 22일 200회…남구민 민원 ‘훌훌’
  8. 8환경부 신임 차관 이병화, 고용부 신임 차관 김민석, 특허청장엔 김완기 내정
  9. 9‘지방소멸 대응’ 지자체 펀드 허용한다
  10. 10“전쟁상태 처하면 지체없이 군사 원조” 한반도 유사시 러 개입 시사
  1. 1가덕신공항 여객터미널 설계안 나왔다…'Rising Wings'로 선정
  2. 2다음주 이후 기름값 부담 커진다…국제유가↑·유류세 인하폭↓
  3. 3월성 4호기 사용후핵연료 저장수 2.3톤 바다로 누설
  4. 4부산 중소기업인대회 성료…최금식 회장 금탑산업훈장
  5. 51125회 로또 복권 1등 12명…당첨금 각 21억 9528만 원씩
  6. 6부산 문현금융단지·북항, 기회발전특구 지정(종합)
  7. 7세계인 사로잡은, 시그니엘 오션뷰
  8. 8[뉴스 분석] 공급 부족 서울아파트 ‘꿈틀’…경기 불확실 부산은 ‘눈치만’
  9. 9대왕고래 프로젝트 첫 전략회의…산업장관 "기업투자 반드시 필요"
  10. 10HJ중공업 6000억대 수주 성공…7900TEU급 친환경 컨선 4척
  1. 1중금속 검사 안한 미끼용 멸치, 식용으로 판매한 유통업자 기소
  2. 2부산 사하구 "결혼하면 축하금 및 전세금 지원" 파격제안
  3. 322일 부산, 울산, 경남 강한 장맛비... 강풍, 풍랑 주의
  4. 4울산 남구 불소 공장서 폭발사고…인명·화재 피해 없어
  5. 5밀양 가해자는 예비신랑…유튜버 또 신상 폭로
  6. 6기상청, 부산과 경남 일부 지역 호우주의보 해제
  7. 722일 오후1시30분부터 부산 서부중부동부 호우주의보 발효
  8. 8부산 해운대구, 초등 신입생에 입학금 지원…1인당 20만원
  9. 9부지 96% 확보하고도 해운대 주상복합 4년째 미착공 왜
  10. 10밀양 공기업, 성폭행 사건 가해자 사직 처리…신상공개 고소는 109건으로 늘어
  1. 1롯데 지시완 최설우 김서진 전격 방출 통보
  2. 2김태형 감독의 승부수…“선발투수 한명 불펜 기용”
  3. 3태권도 큰 별 박수남 별세, 향년 77세…유럽서 활동
  4. 4전차군단 독일 헝가리 꺾고 16강 선착
  5. 5BNK 이소희·안혜지 농구대표팀 승선
  6. 6한국 U-20 여자핸드볼 서전장식
  7. 7머리, 올림픽·윔블던 출전 불투명
  8. 8전미르 마저 2군…롯데 1순위 입단선수 얼굴보기 힘드네
  9. 9축구협회 대표팀 감독후보 평가, 5명 내외 압축
  10. 10북한 파리올림픽 6개 종목 14장 확보
우리은행
후보가 후보에게 묻는다
부산 서동
4·10 총선 지역 핫이슈
원도심 숙원 고도제한
강동묵의 디톡스 [전체보기]
노동자 건강을 위한 국제사회의 경향
소규모사업장 중처법, 투약 중단이 필요한가?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더 많이 두들겨 보아야 할 산복도로라는 돌다리
옛 부산세관 복원, 진정한 새로운 전통이 되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연대(連帶)의 중요성과 과학자의 역할
준설, 유일한 치수대책은 아니다
국제칼럼 [전체보기]
‘3요’와 칸 레드카펫을 빛낸 조연들
AI시대 유토피아? 디스토피아?
기고 [전체보기]
‘남북호’, 부산항의 헤리티지와 원양산업 미래
갑진년 김해시의 ‘값진 주민과의 대화’
기자수첩 [전체보기]
영화에 대한 열렬한 환호와 예우…‘축제의 궁전’ 품격이 달랐다
영화의전당 대표 연임…소통 외치는 현장에 귀 기울여야
김석환의 이미 도착한 미래 [전체보기]
아직 명당 덕을 덜 본 것일까?
노무현이 옳았다
김용석의 시사탐방 [전체보기]
신문은 살아 있고, 칼럼은 말을 건다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공존과 양립으로서의 국악 컬래버
디아스포라의 노래 영천아리랑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천덕꾸러기’ 북항재개발 이대로는 안된다
소통을 이기는 무기는 없다
데스크시각 [전체보기]
가덕신공항과 박형준의 정치적 미래
도청도설 [전체보기]
‘디지털 치료 허브’ 부산
쿠팡의 분풀이
메디칼럼 [전체보기]
일하는 사람의 1차 의료, 근로자 건강진단
100세시대의 건강관리법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대만과 밀크피시
조식전쟁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뇌력(腦力)을 키우는 다섯 가지 비결
뇌, 팩트 체크!
사설 [전체보기]
기회발전특구 지정 ‘글로벌금융허브 부산’ 마중물로
반대 커지는 구덕운동장 재개발 이대로 갈 건가
세상읽기 [전체보기]
포위된 정치, 제22대 국회에 대한 기대
‘고립주의’ 미국, 돌아온 ‘정글’…한반도 해법은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건강주치의 제도가 의료 개혁의 핵심인 이유
의대 입학정원 갈등의 올바른 해법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기회의 바다, 우리네 함장은 어디로 키를 잡을까
부산항, 글로벌 물류 허브 플러스 알파
이해인 수녀 '기도의 창가에서' [전체보기]
12월의 기도편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푸틴의 행보와 러시아 경제
경제문제가 풀려야 인구문제가 풀린다
인문학 칼럼 [전체보기]
인문 정신은 언제나 곡선으로 간다
호모 사피엔스의 바다
전호환의 두잉세상 [전체보기]
‘나만의 생각’을 길러주려면
한국교육의 새 지평을 여는 IB교육학회 창립
차재원의 정치평설 [전체보기]
‘당원 중심주의’의 함정
비례대표 제도는 죄가 없다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오페라 와인
와인이란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바로크 음악
낭만오페라의 종언! 푸치니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꽃피는 부산항’에서
처음 보는 ‘무릉도원’
CEO 칼럼 [전체보기]
가덕도신공항 경제권
우리는 역사적 사명을 띠고 태어났다
  • 유콘서트
  • 국제크루즈아카데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