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원자력발전소인 고리1호기의 해체작업이 첫발을 뗐다. 1978년 4월 상업운전을 시작한 지 46년 만이고, 2017년 영구 가동 중단 7년 만이다. 한국수력원자력 고리본부는 그제 ‘고리1호기 해체를 위한 계통 제염 착수 기념식’을 열고 본격적으로 해체를 시작했다. 계통 제염은 원자로 냉각재, 배관 등에 묻은 방사성물질을 화학약품으로 제거하는 작업이다. 이는 원전 안전 해체를 위한 첫 번째 핵심 공정 중 하나다. 앞서 한수원은 2021년 5월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원전 해체계획서를 제출했다. 한수원은 제염 작업 완료 후 내년 상반기 중 원안위의 해체 승인이 나면 8100억 원을 들여 사용후핵연료 반출, 방사성 구조물 철거, 부지 나대지 복원 순으로 2032년까지 해체작업을 완료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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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7일 부산 기장군 한국수력원자력 고리본부에서 열린 고리1호기 해체 제염 착수 기념식에서 한국수력원자력 관계자가 제염 작업 절차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국제신문DB |
세계 상업용 원전 가동이 70년 가까이 되면서 글로벌 원전 해체시장이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떠오른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에서 운영 중인 원전은 총 443기다. 이 중 30~40년 된 원전이 298기(67%), 40년 이상 원전은 121기(27%)다. 여기에 영구 정지된 원전 194기까지 더하면 향후 30년간 글로벌 원전 해체시장은 330조 원으로 예상된다. IAEA는 현재 전 세계적으로 건설 중인 원전이 57기임을 고려해 글로벌 원전 해체시장 규모를 550조 원으로 추산한다. 지금까지 원전 해체 경험이 있는 국가는 미국 독일 스위스 일본 등 4개국뿐이다. 고리1호기 해체 경험을 통해 역량을 축적하면 고부가가치인 해체산업이 우리 경제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한국의 원전 해체 기술은 선진국에 비해 87% 수준으로 평가하고 있다.
고리1호기 해체작업이 시작됐지만 사용후핵연료(고준위 방사성폐기물) 반출 문제는 여전히 숙제다. 현재 사용후핵연료는 원전 내 습식저장조에 쌓여 있다. 고리1호기뿐만 아니라 전국 각 원전별로 순차적으로 포화상태에 이르고 있다. 각국이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리장을 서두르는 이유다. 하지만 우리 국회는 이를 위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특별법안을 지난 20대에 이어 이번에도 자동 폐기시킬 모양새다. 핀란드는 내년부터 세계 최초로 고준위 방폐장을 가동한다. 미국도 입지 조사를 진행 중이고, 지진이 잦은 일본마저 부지 선정작업에 들어갔다. 세계 10대 원전 운영국 중 부지 선정 절차를 시작하지 못한 나라는 한국뿐이다.
고준위 방폐장이 없으면 현재로선 원전 내 임시 저장시설이 유일한 대안이다. 원전 해체작업의 선결 요건인 셈이다. 하지만 이 시설이 사실상 영구 저장시설이 되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산다. 이게 현실화 하면 전국 원전 보유 지자체는 새로운 형태의 원전 폐기물 영구 저장시설을 이고 살게 된다.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해체 과정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점이 하나 있다. 주민 설득이다. 일본 아오모리 무쓰시의 당시 시장은 주민 설득을 위해 141회나 현장설명회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