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도청도설] 2㎡ 감옥

  • 강필희 기자 flute@kookje.co.kr
  •  |   입력 : 2024-05-12 20:10:28
  •  |   본지 22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북한 김일성대 출신으로 한국 정착에 성공한 한 탈북자는 우연히 남한의 교도소 실태를 알고는 깜짝 놀랐다. 수세식 양변기와 온돌이 있고 텔레비전과 신문을 보면서 바깥 세상 소식을 접할 수 있다는 게 너무 신기했다는 것이다. 그가 탈북 직전 경험한 북한 감옥은 말 그대로 지옥이었다. 한겨울 얼음장처럼 차가운 맨바닥에서 벌레 물린 피가 덕지덕지 붙은 담요를 덮고 자고, 시멘트를 대충 발라 만든 변기에 물을 채워 세수하고 빨래도 해야 했다. 그는 “남한 죄수들이 김일성대 기숙사 학생들보다 더 잘 먹고 잘 잔다”고 감탄했다.

‘아이언 메이든’은 중세 유럽의 고문도구다. ‘철녀’라는 이름처럼 겉보기엔 성모마리아를 새긴 평범한 관이지만 안에는 가시가 꽂혀 있다. 사람을 넣고 문을 닫으면 철침이 온몸을 찔러 죽음에 이르게 한다. 이때만 해도 인간은 동물이나 큰 차이가 없었다. 18세기 프랑스혁명과 미국 독립전쟁 이후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한 인권 의식은 그저 사람으로서 포괄적인 권리에 머물지 않고 나이 성별 인종 종교 장애 성정체성 등으로 확장됐고, 지금도 분화와 심화를 거듭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이 최근 “교정시설 면적이 1인당 2㎡도 안돼 일상생활조차 어려울 만큼 협소하다면 인간 존엄과 가치를 침해한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며 국가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배상액은 1인당 5만~250만 원이다. 앞서 전국 각 교도소와 구치소에 수감됐던 A 씨 등 16명은 “인간의 존엄성을 유지할 수 있는 최소 면적인 1인당 2.58㎡ 보다 좁은 곳에서 정신적 고통을 당했다”며 수감일 하루당 9000원을 곱한 금액 만큼 국가가 배상해야 한다고 소송을 제기했다. 이미 2022년 7월 대법원이 “2㎡ 미만 공간에 배정된 수용자에게 국가가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한 바 있다.

최소한도 인권 보장에 필요한 면적은 위생시설 포함 여부, 방 안 뿐만 아니라 방 밖에서 얼마나 자유로운 활동이 가능한가 등에 따라 다르다. 2016년 교정시설 수감자 1인당 최소 면적 판단을 내린 우리나라 헌법재판소의 기준은 2.58㎡였다. 평수로 따지면 0.78평으로, 성인 한 사람이 다리를 쭉 펴고 누우면 끝나는 공간이다. 유럽인권재판소는 3㎡ 이상, ‘고문·형벌·모욕적 처우 방지 유럽위원회’의 권고 사항은 4㎡ 이상이다. 인권 의식 성숙도에 비례해 교정시설 환경은 개선 혹은 선진화할 수밖에 없다. 다만 재소자들이 그 안에서 자신이 유린했을 수 있는 인간 존엄의 진짜 의미를 한번쯤은 곱씹어보길 바랄 뿐이다.

강필희 논설위원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해운대 포장마차촌 ‘아름다운 이별’…80년 명물 역사속으로
  2. 2롯데, 4성급 호텔 ‘L7 해운대’ 오픈
  3. 3납치된 유튜버 車 트렁크 속 방송 “좁아서 근육통 왔죠”
  4. 4부산 구덕운동장 재개발로 市 미래유산 지정 취소 우려
  5. 5전미르 마저 2군…롯데 1순위 입단선수 얼굴보기 힘드네
  6. 6“평생 현역이란 자세가 핵심 노후자산…부동산 올인 마세요”
  7. 7[근교산&그너머] <1385> 전남 광양 가야산
  8. 8[단독] 영화숙·재생원 악몽, 국제사회에 첫 증언
  9. 9디지털치료제 부산 신성장 동력으로 키운다
  10. 10외국인 전용 지역화폐 ‘부산페이’ 전국 첫 출시
  1. 1“수출입·중기銀도 이전을” 이성권 부산금융거점화法 발의
  2. 2아빠 출산휴가 10→20일…男 육아휴직률 50% 목표
  3. 3“한동훈, 주말께 與대표 출마 선언”
  4. 4개혁신당, 21일 부산서 현장 최고위 연다
  5. 5김도읍 "보훈급여 포기하는 일 없도록 기초생활보장법 개정"
  6. 6정동만 1호 법안 '고준위 특별법' 발의
  7. 7국힘 박상웅 국회의원, 분기별 '생활안정기금' 도입 요구
  8. 8부산시의회 안성민 의장 연임
  9. 9부산시 16조9623억 추경예산안 예결위 통과
  10. 10與 ‘최고령 초선’ 김대식, 초선 같지 않은 광폭행보
  1. 1롯데, 4성급 호텔 ‘L7 해운대’ 오픈
  2. 2디지털치료제 부산 신성장 동력으로 키운다
  3. 3외국인 전용 지역화폐 ‘부산페이’ 전국 첫 출시
  4. 4“연결법인 동시 세무조사로 지역기업 부담 덜어주겠다”
  5. 5연 1회 2주간 ‘단기 육아휴직’ 도입, ‘육휴급여’ 최대 월 150만→250만 원
  6. 6대한항공 ‘부산~상하이’ 내달 1일부터 운항 재개
  7. 7부산지역 전세사기 피해자 한 달 만에 90명 늘어
  8. 8SK이노베이션-SK E&S 합병설 후끈…SK계열사 재편 시동
  9. 9국토부, “수입 일본 자동차 제작 결함 여부 살피겠다”
  10. 10우주·AI·로봇 등 5대 방산 분야서 60개 핵심기술 개발한다
  1. 1해운대 포장마차촌 ‘아름다운 이별’…80년 명물 역사속으로
  2. 2부산 구덕운동장 재개발로 市 미래유산 지정 취소 우려
  3. 3“평생 현역이란 자세가 핵심 노후자산…부동산 올인 마세요”
  4. 4[단독] 영화숙·재생원 악몽, 국제사회에 첫 증언
  5. 5부산 작년 대중교통수송분담률 44%…역대 최고치
  6. 6포럼 2시간 전부터 가득 메운 좌석, 유현웅 대표 깜짝 마술공연도 선봬
  7. 7檢, 공탁금 횡령 전 부산지법 직원 징역 20년 구형
  8. 8확실한 ‘내 것’을 만드는 노력, 인생 2막 성공 열쇠
  9. 9“사실상 각자도생 시대, 장점 활용할 분야 찾길” 경험자가 전하는 조언
  10. 10'지리산 케이블카 유치 갈등' 함양·산청군, 단일 노선 추진 가닥
  1. 1전미르 마저 2군…롯데 1순위 입단선수 얼굴보기 힘드네
  2. 2축구협회 대표팀 감독후보 평가, 5명 내외 압축
  3. 3북한 파리올림픽 6개 종목 14장 확보
  4. 4대 이은 골잔치, 포르투갈 콘세이상 가문의 영광
  5. 5미국 스미스 여자 배영 100m 세계신기록
  6. 6부산 아이파크 홈구장 구덕운동장 이전
  7. 7소년체전 부산 유일 2관왕…올림픽·세계선수권 도전
  8. 8당구여제 김가영 LPBA 64강 탈락 이변
  9. 9보스턴 16년 만에 우승, NBA 새 역사 썼다
  10. 10양산시 한 유통업체 대표, 이틀 연속 골프 '홀인원'
우리은행
후보가 후보에게 묻는다
부산 서동
4·10 총선 지역 핫이슈
원도심 숙원 고도제한
강동묵의 디톡스 [전체보기]
노동자 건강을 위한 국제사회의 경향
소규모사업장 중처법, 투약 중단이 필요한가?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더 많이 두들겨 보아야 할 산복도로라는 돌다리
옛 부산세관 복원, 진정한 새로운 전통이 되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연대(連帶)의 중요성과 과학자의 역할
준설, 유일한 치수대책은 아니다
국제칼럼 [전체보기]
‘3요’와 칸 레드카펫을 빛낸 조연들
AI시대 유토피아? 디스토피아?
기고 [전체보기]
갑진년 김해시의 ‘값진 주민과의 대화’
부울경 메가시티가 먼저다
기자수첩 [전체보기]
영화에 대한 열렬한 환호와 예우…‘축제의 궁전’ 품격이 달랐다
영화의전당 대표 연임…소통 외치는 현장에 귀 기울여야
김석환의 이미 도착한 미래 [전체보기]
아직 명당 덕을 덜 본 것일까?
노무현이 옳았다
김용석의 시사탐방 [전체보기]
신문은 살아 있고, 칼럼은 말을 건다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공존과 양립으로서의 국악 컬래버
디아스포라의 노래 영천아리랑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천덕꾸러기’ 북항재개발 이대로는 안된다
소통을 이기는 무기는 없다
데스크시각 [전체보기]
가덕신공항과 박형준의 정치적 미래
도청도설 [전체보기]
쿠팡의 분풀이
2030 엑스포 후폭풍
메디칼럼 [전체보기]
일하는 사람의 1차 의료, 근로자 건강진단
100세시대의 건강관리법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대만과 밀크피시
조식전쟁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뇌력(腦力)을 키우는 다섯 가지 비결
뇌, 팩트 체크!
사설 [전체보기]
국제사회에 국가 책임 제기하는 영화숙·재생원 피해
인구 비상사태 선언…‘저출생 반전 마지막 기회’ 각오를
세상읽기 [전체보기]
포위된 정치, 제22대 국회에 대한 기대
‘고립주의’ 미국, 돌아온 ‘정글’…한반도 해법은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건강주치의 제도가 의료 개혁의 핵심인 이유
의대 입학정원 갈등의 올바른 해법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기회의 바다, 우리네 함장은 어디로 키를 잡을까
부산항, 글로벌 물류 허브 플러스 알파
이해인 수녀 '기도의 창가에서' [전체보기]
12월의 기도편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경제문제가 풀려야 인구문제가 풀린다
중국의 한국시장 시장교란
인문학 칼럼 [전체보기]
인문 정신은 언제나 곡선으로 간다
호모 사피엔스의 바다
전호환의 두잉세상 [전체보기]
‘나만의 생각’을 길러주려면
한국교육의 새 지평을 여는 IB교육학회 창립
차재원의 정치평설 [전체보기]
‘당원 중심주의’의 함정
비례대표 제도는 죄가 없다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오페라 와인
와인이란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바로크 음악
낭만오페라의 종언! 푸치니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꽃피는 부산항’에서
처음 보는 ‘무릉도원’
CEO 칼럼 [전체보기]
가덕도신공항 경제권
우리는 역사적 사명을 띠고 태어났다
  • 유콘서트
  • 국제크루즈아카데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