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현장의 위기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교육이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든 소중한 밑거름이기도 하지만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몇 해 전 남자 고교 한 여교사의 하소연이 한 예다. 수업 중 조는 건 그나마 참을 만하다. 떠들거나 집중하지 않는 것은 다반사며 심지어 칠판에 판서할 때 욕설이 들릴 땐 고민을 했다 한다. 그 학생을 불러내 야단 치고 주의를 줘야 하나 아니면 못 들은 체 그냥 넘어가야 하나. 혹시 그 학생이 ‘학생 인권’ 운운하며 저항할 땐 어떡하나 하는 생각이 들어 결국 못 들은 체하며 수업을 마쳤다. 그 학교 여교사 대부분 비슷한 처지였다. 스트레스로 거의 정신병원 가기 일보 직전이었다. 그러다 방학 때 쉬면 좀 나아졌다 개학하면 똑같은 증상이 반복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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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승의 날을 앞두고 경기도 성남시 운중중학교에서 학생들이 온라인 쌍방향 수업을 하며 교사에게 손으로 하트를 만들어 보여주고 있다. 국제신문DB |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는 말이 통용되지 않은 지 오래다. 교사에 대한 존경심도 오래전 사라졌다. 오히려 상해와 모욕 욕설 등 교권 침해 사례가 매년 늘면서 교권 붕괴마저 우려된다. 지난해 7월 악성 민원에 시달리다 생을 마감한 서울 한 초등 교사의 죽음은 교권 붕괴의 심각성을 잘 대변한다. 생존권까지 위협받는 교사, 벼랑 끝에 선 교권은 이제 더는 외면할 수 없는 사회문제다.
교권 침해에 의한 교권 붕괴 현상은 사기 저하로 이어진다. 부산교사노조가 스승의 날을 앞두고 전국 교원 1만1359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가운데 부산 응답자를 분석한 결과 63.8%가 최근 1년간 이직 또는 의원면직을 고민해 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2.9%만이 교사라는 직업이 우리 사회에서 존중받고 있다고 답했다. 교직 생활 만족도에선 부정적 답(43.8%)이 긍정적 답(21.6%)보다 많았다. 교사의 정당한 생활지도를 아동학대로 보지 않는다는 내용의 ‘교권회복 4법’이 지난해 마련됐지만 현장에서의 체감은 크지 않았다. 실제 3.8%만이 ‘교권회복 4법’ 이후 근무 여건이 좋아졌다고 답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학부모에 의한 교권 침해 사례가 학생에 의한 사례보다 많았다는 사실이다. 최근 1년간 학생의 보호자에게 교권 침해를 당한 적이 있다는 응답(51.6%)이 학생에게 당한 사례(46.5%)보다 높았다는 점은 이를 잘 보여준다.
일선 교사들은 학생인권조례 도입이 교권 침해와 무관하지 않다고 말한다. 학생 인권은 보장돼야 하지만 그렇다고 교권이 침해받아선 결코 안 된다. 학교 교육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교사의 권리도 학생 인권 못지않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교사들은 차라리 내일로 다가온 스승의 날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이른바 ‘김영란법’ 시행 이후 스승의 날에도 학생들로부터 작은 선물조차 받을 수 없는 현실을 반영한 셈이다. 교사는 자부심과 보람으로 일할 때 교육이 살아난다. 하지만 부산 교사들이 지금과 같은 심정으로 제대로 된 교육을 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학부모의 따뜻한 교사 존중도 교권을 바로 세우는 작은 힘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