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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도설] 비혼 축의금

  • 이은정 기자 ejlee@kookje.co.kr
  •  |   입력 : 2024-05-27 19:49:51
  •  |   본지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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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혼인 건수는 19만3657건(통계청)으로 10년 전(30만6000건)보다 36.7% 줄었다. 지난해 초혼 평균연령은 남성 34세, 여성 31.45세였다. 역대 최고령 신혼부부다. 30년 전 만해도 노총각 노처녀로 불렸던 나이다.

1992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게리 베커는 결혼도 편익과 비용을 따져 선택이 일어나는 시장으로 봤다. 결혼이라는 굴레에 갇혀 얻는 편익에 비해 비용이나 부담이 커지면서 혼인율이 하락하고, 결혼 연령도 점점 늦춰진다는 것이다. 결혼 여부를 놓고 미혼, 기혼으로 나누던 시대는 지나갔다. 미혼 대신 비혼(非婚)이라는 말이 자주 사용된다. 비혼은 결혼을 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최근 MZ세대(1980년대~2000년대 초 출생) 중 비혼주의를 선언하고 비혼식을 여는 사람들이 많다. 친구들 결혼 때마다 축의금을 냈으니 비혼 축의금을 받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몇 년 전부터 온라인 커뮤니티에 비혼 축의금이 논쟁거리로 자주 등장하고 있다. 결혼에 관한 청년들의 생각이 근본적으로 달라지면서 이런 논란이 생긴다. 통계청 2023년 사회조사를 보면 ‘결혼하는 것이 좋다’고 응답한 비율은 34.8%, ‘결혼을 해도 좋고 하지 않아도 좋다’고 응답한 비율은 43.2%에 달했다.

비혼 축의금 논쟁이 민간 기업으로 확대되고 있다. 사내 복지와 공정을 중시하는 MZ세대 직원들의 불만을 달래기 위해서다. 비혼 직원은 결혼 축의금은 물론 가족수당이나 자녀 학자금 등을 받지 못해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주장한다. 비혼 축의금은 직원이 결혼하면 유급 휴가와 축하금을 주듯 비혼 직원들에게도 비슷한 혜택을 주는 것이다. 롯데백화점 LG 유플러스 NH투자증권 등이 비혼을 선언한 직원에게 축하금과 유급휴가를 준다. 여기에 국책은행인 IBK기업은행 노조가 축하금 지급 안을 사측에 요구하면서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비혼이 늘어나는 시대상을 반영해 공정하게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는 찬성론과 저출산 시대에 비혼을 장려하는 정책이라는 반대론이 팽팽하다.

비혼 확산이 젊은이들의 자발적 선택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결혼자금이 부족하거나 고용상태가 불안해서 결혼을 미루는 젊은이들이 많아서다. 취업 교육 주택 등 경제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비혼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정부가 출산 정책만큼 결혼을 독려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비자발적 비혼주의 젊은이가 줄면 비혼 축의금 논란도 사라질 일이다.

이은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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