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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도설] 반성문도 못쓰는 여당

  • 이노성 기자 nsl@kookje.co.kr
  •  |   입력 : 2024-05-30 19:38:02
  •  |   본지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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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대 총선 한 달쯤 뒤인 2012년 5월. 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이 부산시당에서 순회 토론회를 마련했다. 주제는 ‘이길 수 있었는데 왜?’였다. 전문가들은 “야권연대만 하면 승리한다는 착각에 빠졌다”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 열풍에 도취해 중도층 정책을 내놓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이명박(MB) 정권 심판론을 ‘만병통치약’으로 여긴 전략적 무능도 지적됐다.

민주당 참패의 그림자는 2011년 12월부터 짙어졌다. 여당인 한나라당은 MB 정권의 지지율이 하락하자 ‘야당보다 더 싫다’던 박근혜 의원을 비상대책위원장으로 모셨다. 박근혜는 민심을 읽었다. 경제 민주화 전도사 김종인을 영입해 ‘수구 꼴통’ 이미지를 탈색하더니 복지와 양극화 해소를 정강·정책 맨 앞에 배치해 중도층을 흡수했다. 간판도 새누리당으로 바꿨다. MB에 등 돌렸던 국민은 야당보다 더 개혁적인 박근혜에 열광했다. 결국 새누리당은 ‘100석도 어렵다’던 예상을 깨고 152석을 확보했다.

그때 민주당은 ‘아무 일 없다’는 듯 행동했다. 친노무현계 지도부는 건재했다. 민주연구원이 쓴소리를 담아 발행한 총선 백서는 267일간 ‘밀봉’됐다. 친노 지도부의 책임을 적시했기 때문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실패에서 배우지 못한 민주당은 그 해 대통령 선거에서 정권 교체에 실패했다.

국민의힘이 2012년의 민주당보다 더 무기력함에 빠졌다. 22대 국회 개원일이자 총선 패배 50일째인 30일까지 ‘반성문’ 격인 백서의 방향조차 잡지 못했다. 원인은 차기 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당대회 시기와 백서 발간이 맞물려 있어서다. 당권 주자들은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책임론을 부각한다. 친한계는 윤석열 대통령의 불통·독주 탓이라고 반박한다. 내부 권력투쟁에 정책 기능은 실종됐다. 최근에는 연금 개혁과 종합부동산세 이슈를 야당에 선점당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한가하기는 마찬가지. 인적쇄신 한다더니 한덕수 국무총리 사표 수리 소식은 아직 없다. 박근혜 정부의 ‘문고리 3인방’인 정호성 전 비서관을 시민사회수석실 비서관에 발탁한 것은 인사 난맥의 압권이다. 해외 직구 규제 발표를 했다가 철회해 ‘아마추어’라는 비난을 자초했다.

국민의힘 전신 정당들은 20·21대 백서에서 중도층 지지 확장용 콘텐츠(비전) 부족과 불공정 공천을 패배 원인으로 꼽았다. 22대에서도 원내 2당을 벗어나지 못한 건 반성문을 쓰고도 혁신하지 않아서다. 위기는 패배가 아니라 ‘패배 관리’의 실패에서 온다고 했다. 요즘 여당에 딱 맞는 말이다.

이노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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