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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도설] 유럽의 우향우

  • 이노성 기자 nsl@kookje.co.kr
  •  |   입력 : 2024-06-11 19:30:35
  •  |   본지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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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는 극우 정당이 도약하는 토양을 제공했다. 신자본주의적 세계화의 폐해인 양극화와 불평등이 민낯을 드러내자 ‘국가’ ‘국민’ ‘국경’을 강조하는 정치세력이 부상했다. “이민자가 일자리를 빼앗아간다”는 슬로건은 좌파의 정치적 기반인 노동자 계층까지 파고 들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는 ‘세계화와 그 불만’ 개정 증보판에서 미국을 포함한 주요 선진국과 다국적 기업이 세계화의 이익을 패배자(노동자)와 나누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승자 독식’ 시스템이 정치·사회적 불안을 부채질했다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의 2017년 미국 대통령 당선은 극우가 변방에서 주류로 편입됐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다. 유로존에선 이탈리아의 네오 파시스트 정당 이탈리아형제들(FdI)이 2022년 집권에 성공했다. 스웨덴과 오스트리아에서도 네오 나치 계열 정당 지지율이 20%를 넘는다. 물가 상승률이 연간 100%가 넘는 아르헨티나 유권자들은 지난해 12월 극우파 지도자인 하비에르 밀레이를 대통령으로 선택했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선거가 치뤄진 나라를 소개한 기사에서 “유권자들이 인플레이션과 고금리·실업에 대한 불만을 투표로 표출했다”고 분석했다. 경제난이 새 정치세력으로 눈 돌리도록 했다는 의미다.

유럽의 우향우 색채는 더 짙어졌다. 지난 10일 유럽의회 선거에서 전체 720석 중 극우 성향이 156석(21.7%)을 차지했다. 독일은 올라프 숄츠 총리가 이끄는 사회민주당(SPD) 득표율(13.9%)이 극우 독일대안당(AfD)의 15.9%보다 낮았다. 프랑스 집권당인 르네상스당(14.6%)도 31.5%를 얻은 극우 국민연합(RN)에 더블스코어로 완패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의회 해산과 이달 30일 조기 총선을 선언한 이유다.

외신들은 고물가와 이민자 급증에 더해 우크라이나·중동 전쟁으로 커진 안보 불안이 극우 약진에 영향을 줬다고 분석한다. “노숙자가 넘치고” “집 한 채 갖기는 더 어려운데” “부모 세대보다 나은 삶을 살지 못한다는 불안감”이 우파의 자양분이라는 것이다. 22대 총선에서 ‘좌파’ ‘우파’보다 대파가 더 이슈였던 우리 현실과 그리 다르지 않다. 결국 “문제는 경제”다.

유럽의회 선거는 5개월 앞으로 다가온 미국 대선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공화당 후보인 트럼프와 유럽 극우의 공통점은 자국 우선주의와 보호무역 강화다. 수출로 먹고 사는 우리에게 그리 반가운 소식은 아니다.

이노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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