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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난장] 식당, 편의점만 최저임금이 더 낮다면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 적용, 여성과 청소년 노년층 등 노동약자 임금 낮아질 우려

업종별 적용 대상 혼선도

김두현 변호사

  • 김두현 변호사
  •  |   입력 : 2024-06-13 19:41:57
  •  |   본지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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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들과 점심 먹으러 갈 때마다 깜짝깜짝 놀란다. 무슨 칼국수가 7000원이란 말인가. 짬뽕도 9000원이고 고기가 들어간 돼지국밥은 1만 원이다. 점심 때 고기 한점이라도 먹으려면 밥값으로 만 원은 써야 하는 시절이다.

궁금해서 지난달 카드사용 명세서를 열어봤다. 장염 탓에 술을 마시지 않았음에도 외식비 사용액은 50만 원을 훌쩍 넘겼다. 집에서 해먹으려 해도 별 수 없다. 돼지고기 야채 과일 우유 식빵은 물론, 자린고비 반찬의 대명사인 조미김마저 헉 소리가 나온다. 이래서야 월급이 몇 만원 올라가지고는 치솟은 물가를 감당하기 어렵겠다.

올해 여름도 어김없이 내년도 최저임금을 정하기 위한 논의가 한창이다. 올해 최저시급은 9860원, 월급으로는 206만 원이다. 세금과 4대 보험료를 공제한 실수령액은 평균 185만 원가량이다. 185만 원으로도 혼자 생활하면 어떻게든 아껴서 써보기는 하겠지만 딸린 처자식이 있으면 감당불가다. 그러니 이 돈을 받아서는 결혼과 출산은 생각할 수도 없다. 합계출산율 0.72명의 시대가 이렇게 만들어지는구나 싶다. 인구소멸을 막으려면 물가를 낮추든지 월급을 올리든지 둘 중 하나는 해야할 것 같은데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나오는 이야기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특히 업종별 차등적용 이야기가 계속해서 흘러나오고 있다.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적용은 말 그대로 업종에 따라 최저임금을 달리 정하는 것을 말한다. 특정 업종의 최저임금을 더 올리기 보다는 일부 업종의 최저임금을 올리지 않거나 심지어 삭감하자는 논의다. 더 낮은 최저임금을 적용하자고 하는 일부 업종에는 식당 편의점 택시 등이 거론된다. 그런데 이 업종들은 주로 여성 청소년 노년층이 많이 종사한다. 사회적 약자이자 노동시장의 취약계층이다. 취약계층일수록 높은 임금을 받기 어렵고, 자연스레 최저임금이 곧 그들의 월급이 된다.

우리 헌법은 여성과 연소자의 근로는 특별한 보호를 받는다고 선언하고 있다(헌법 제32조 제3항, 제4항). 국가는 노인과 청소년의 복지향상을 위한 정책을 실시할 의무를 지고(헌법 제34조 제4항), 고령자고용법은 고용에서 고령자를 차별하는 관행을 없애기 위한 정책수립을 정부의 의무로 규정하고 있다(고령자고용법 제3조). 헌법과 법률이 여성 청소년 노년층의 노동을 특별히 보호하려는 이유는 이들이 노동시장의 취약계층이고 그래서 법률로 보호하지 않으면 쉽사리 차별받고 낮은 처우를 감내하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식당 편의점 택시부터 최저임금을 차등적용하면 이 업종의 최저임금은 동결되거나 심지어 낮아지게 된다. 그리고 이는 결국 이 업종 종사자가 많은 여성 청소년 노년층의 임금이 낮아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월급을 주는 사장의 입장에서만 이 문제를 바라보면 자칫 더 중요한 것을 놓칠 수 있다. 프랑스 영국 등 서유럽 국가들을 포함해 최저임금제가 있는 국제노동기구 회원국 중 절반 이상이 현재 우리나라와 같이 차등없는 최저임금제를 시행하고 있는 이유다.

업종별 차등적용의 문제는 또 있다. 조금 어려운 이야기일 수 있지만, 업종별 차등적용은 최저임금의 규범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그렇지 않아도 잘 지켜지지 않는 법이 노동법인데, 헷갈리기까지 하면 더더욱 지켜지지 않는다. 예컨대, 근로자가 정액으로 받는 수당은 대부분 ‘임금’에 해당하고, 이걸 포함해 퇴직금이나 연장근로수당을 계산해야 한다. 하지만 어떤 수당은 경우에 따라 ‘통상임금’이 아닌 경우도 있고, 이걸 평범한 일반인이 구분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다보니 여전히 상당수 사업장에서 연장근로수당이나 퇴직금을 법보다 과소지급하는 경우가 많지만 근로자들은 실제로 적게 받았는지 어떤지도 몰라 잘 신고하지도 않는다. 헷갈리기 때문이다.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지급이 이런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식당이라고 하면 구분이 쉬울 것 같지만 따지고 들면 일반음식점 휴게음식점 제과점 유흥주점 위탁급식 등으로 구분된다. 만약 이 중 일반음식점의 최저임금만 9000원으로 차등적용한다고 할 때 근로자는 본인이 9000원을 적용받는지, 9860원을 적용받는지 헷갈리게 된다. 지금이야 누구나 ‘시급 9860원이 안되면 불법’임을 알지만, 업종별 차등적용으로 업종마다 최저임금이 달라지게 되면 도대체 내가 일하는 업종이 정확히 무엇인지, 그래서 최저임금은 정확히 얼마인지 헷갈리게 되는 것이다. 헷갈리는 법은 신고도 어렵고 결국 잘 지켜지지 않게 된다.

식당에서 일한다고 185만 원이 충분해지는 건 아니다. 물가도 천정부지로 오르는데 최저임금까지 차등 받으면 어떻게 될지, 일하는 국민의 입장에서 다시 한 번 생각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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