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북한을 국빈 방문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18일 밤 평양에 도착해 1박 2일 일정을 시작했다. 지난해 9월 러시아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을 가진 후 9개월 만의 답방이다. 북·러 정상은 19일 평양에서 회담하고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에 서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한반도 유사시 자동군사개입’ 조항의 부활을 예상하는 전문가도 있다. 공교롭게도 같은 기간 서울에서는 한국과 중국의 외교·국방부 인사가 참석하는 ‘2+2 외교안보대화’가 열리는 중이다. 한·중은 서울에서, 북·러는 평양에서 치열한 외교전을 펼치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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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해 9월 러시아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는 장면. AP 연합뉴스.(왼쪽 사진), 김홍균 외교부 제1차관(왼쪽 세번째)과 쑨웨이둥 중국 외교부 부부장(왼쪽 두번째)이 18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에서 열린 ‘한중 외교안보대화’에서 기념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
푸틴 대통령의 방북은 24년 만이지만 푸틴과 김정은의 만남은 최근 6년새 세번째다. 양측은 이번 회담을 계기로 현재보다 한단계 높은 우호관계로 발전한다는 목표다. 주목되는 건 군사 협력 수위다. 앞서 북·러는 “비공개 회담을 통해 가장 중요하고 민감한 사안을 논의한다”는 사실을 굳이 감추지 않았다. 러시아는 3년째 이어지는 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에 재래식 무기가 절대 부족하다. 북한은 이러한 러시아에 무기와 포탄을 대량 제공한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반면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 고도화와 군사정찰위성 성공에 목을 매고 있다. 최고의 과학군사기술을 보유한 러시아의 도움이 간절하다. 푸틴 방북에 국방·에너지·우주 분야 수장이 대거 동행한 사실에서 이런 필요를 충족시킨다는 의심은 확신이 되어가고 있다.
양국이 공동합의문에서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을 넘어 자동군사개입 부활까지 손을 댈지는 미지수다. 조·소(북한과 소련)우호조약 6개항 가운데 하나였다가 폐기된 조항으로, 만약 이것이 되살아난다면 한국으로선 용인할 수 없는 단계에 이른다고 봐야 한다. 북·러 군사 공조는 단순히 두 나라의 문제가 아니다. 북한이 겨냥하는 것은 한국과 미국이고, 러시아는 미국과 유럽연합(EU)이 타깃이다. 안 그래도 남북관계는 남한의 대북전단 살포, 북한의 오물풍선 투하, 남한의 9·19 군사협정 파기와 대북확성기 가동 등으로 이어지며 역대 최악에 빠졌다. 북·러 밀착이 어떤 방식과 방향으로 전개되느냐에 따라 한반도는 물론이고 세계가 위태로워지는 상황이 올 수 있다.
북·러·중, 한·미·일이 부쩍 가까워졌다. 하지만 밀도는 미세하게 다르다. 중국은 서방에 대항하도록 북한과 러시아를 부추기면서 정작 자신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 러시아는 북한 손을 잡은 채 한국에도 우호 손짓을 보낸다. 명분과 실리를 추구할 대상이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 북·러 정상회담에서 도출될 합의가 극단으로 치달을 가능성을 조금은 낮게 보는 이유다. 그러나 결과는 예단하기 어렵다. 자동군사개입 부활이나 핵무기 기술 거래로 넘어서는 안될 선을 넘는다면 우리 정부도 단호한 대응 타이밍을 놓쳐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