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인문학 칼럼] 괴벨스의 교훈

가짜뉴스 판 치는 시대, 나치의 선동꾼 떠올라

언론·문화 극단적 통제…혐오의 문명, 야만이다

전진성 부산교대 교수

  • 전진성 부산교대 교수
  •  |   입력 : 2024-06-19 19:32:07
  •  |   본지 19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가짜뉴스와 혐오가 판을 치는 시대다. 각자가 서로를 믿지 못하고 유튜브 알고리즘의 좁은 거울방 속에 웅크린 채 살아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미 지난 세기에도 적지 않은 사람들이 자기가 믿고 싶은 것만을 믿으며 거짓 선동에 고의적으로 속아주었다. 진실에 대한 냉소야말로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최대의 적이다.

지난 세기에 희대의 선동꾼으로 악명을 떨친 괴벨스는 우리 시대에도 여전히 시사점을 주는 인물이다. 그는 나치 집권기 독일의 국민계몽선전부 장관으로 거짓 선동의 정수를 보여주었다. 무엇보다 현대 미디어가 대중을 조종하는 데 가공할 효력을 갖는다는 점을 간파하고 가장 선도적으로 그것을 활용했다. 괴벨스에게 진실 여부는 전혀 중요치 않았다. “선전선동은 선도 악도 아니다. 그것의 도덕적 가치는 지향하는 목표에 달려있다.”

파울 요제프 괴벨스는 1897년 독일 서북부 라인란트의 소도시 라이트에서 태어났다. 그는 가톨릭 배경의 소시민 가정 출신이었다. 근면했던 아버지는 육체노동자에서 공장 사무원으로 승진한 사람이었고, 어머니는 어린 시절 하녀로 일했다. 넉넉지 못한 가정환경보다 괴벨스를 더 힘들게 한 것은 신체적 장애였다. 어린 시절 병치레를 하면서 오른발이 안쪽으로 굽어 다리를 저는 장애를 얻게 되었는데, 신체적 열등감은 진실과 정의에 대한 냉소와 더불어 강한 것에 대한 강박적인 추종 심리를 낳았다.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여 급우들이 군에 입대할 때 그는 신체검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그는 학업에 목숨을 걸었다. 비상한 두뇌와 문학적 재능을 지녔던 그는 학창 시절 늘 우등생이었고 고등학교 졸업식 때 학생 대표로 연설한 적도 있다. 명문대인 하이델베르크 대학에서 문헌학 분야의 박사학위를 받았을 때 그는 겨우 스물네 살이었다. 하지만 패전의 후유증을 겪던 1920년대의 독일에서 그를 위한 일자리는 없었다. 고학력 백수로 떠돌던 그에게 나치당의 득세는 인생의 전환점을 제공했다. 나치는 원래 ‘민족사회주의독일노동자당’을 줄인 말로 민족주의와 사회주의를 대충 결부시킨 정당이었다. 패전 및 독일제국의 붕괴와 더불어 시작된 1920년대의 사회개혁적 분위기 속에서 괴벨스는 사회주의 혁명을 염원했으나 당시에 상한가를 달리던 공산당 대신 아직 미미하던 나치당을 택했는데, 그것은 전적으로 히틀러의 봉기 소식에 감명받아서였다. 1923년 11월 남부 도시 뮌헨의 맥주홀에서 일으킨 봉기는 히틀러가 대중들에게 이름을 알리는 첫 계기였다. 이 선동적 지도자는 실의에 빠진 청년 지식인에게 일종의 구원자로 보였다. 1926년 초 히틀러와 처음으로 대면한 괴벨스는 그의 일기에 적었다. “이 남자는 왕이 되는데 필요한 모든 덕목을 갖추었다.”

히틀러와 괴벨스는 실은 정치적 노선이 같지 않았다. 괴벨스가 처음에 활동하던 고향 라인란트의 나치당은 사회주의적 성향이 강했다. 하지만 히틀러를 만나고 난 뒤부터 괴벨스의 생각은 바뀌게 된다. 히틀러는 민족주의 성향이 강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독일식 사회주의는 소련식 공산당처럼 자본가와 노동자가 계급투쟁을 벌이기보다는 오히려 독일 민족의 대동단결을 꾀했다. 그는 민족이 한데 뭉쳐 외부의 적인 유대인 자본가들에 대해, 또한 유대인이 주축이 된 국제 공산당 세력에 맞서 투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모든 문제를 유대인들에게 뒤집어씌우는 것이야말로 히틀러 이념의 특징이었고 박사학위까지 지닌 지식인인 괴벨스가 이런 단순 무식한 주장을 받아들인 것은 실로 놀랍다. 그는 이제 자신의 지성과 교양을 진실의 추구가 아니라 오히려 헛된 꿈을 실현하기 위해 진실을 억압하는 도구로 활용하기 시작한다.

1933년 1월에 나치가 집권하고 국민계몽선전부 장관직에 오른 괴벨스는 온갖 법적, 불법적 수단을 총동원하여 언론과 사상, 문화를 극단적으로 통제하고 독일 국민을 무지와 혐오의 생지옥으로 몰고 갔다. 예컨대 매일 정오에 언론사 회의를 소집해 보도지침을 하달하는 모습은 어딘가 기시감을 주는 장면이다. 1939년 2차 세계대전이 시작되자 상대적으로 비중을 잃게 된 선전장관 괴벨스는 자신의 존재감을 키우기 위해 유대인에 대한 혐오를 조장하는 선전선동에 매진했는데, 유대인들을 잘 식별할 수 있도록 다윗의 별 배지를 착용하게 한 것은 바로 그의 아이디어였다. 그의 위상과 역할은 날로 상승했다. 전쟁 말기에 수도 베를린이 함락되어 갈 때까지도 나치의 주간뉴스는 여전히 독일의 승리를 선전하고 있었다.

물론 그의 선전선동은 그 자신마저도 속였다. 히틀러의 측근들이 모두 배신하고 도망칠 때 괴벨스만은 자리를 굳게 지켰고 가족 모두를 음독 살해한 후 자살했다. 영웅적으로 죽어야 기필코 부활할 수 있다고 믿었던 것이다. 자고로 문명과 야만은 반대말이 아니다. 진실과 정의 대신 혐오와 열광이 판치는 문명은 곧 야만과 다를 바 없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 돼지국밥 톱3 ‘민락동 수변최고·신평동 영진·용호동 합천’…미식 열기 펄펄
  2. 2김태형 유임이냐, 이동욱 전 NC 다이노스 감독·조성환 해설위원 등 새 얼굴이냐
  3. 3“통합 진에어, 처음 취지대로 부산 이전해야”
  4. 4시민공원 인근 또 오염토 나왔다…이번엔 중학교 이전 부지
  5. 5금감원 공공기관 재지정되나…쇄신안 수위 부산이전 분수령
  6. 6고향사랑기부금 왜 받았나…한 푼도 활용 않는 기초단체들
  7. 7“‘재정빨대’ 사과 바라시니 사과” 秋 순직 소방관 빈소 발언 파장(종합)
  8. 8박철우 서울공소청장 “李 대통령 사건 공소취소 검토한 적 없다”
  9. 9북항환승센터 ‘3.3m 단차’ 갈등, 법원 조정안 확정으로 봉합 수순(종합)
  10. 10지역사회 ‘국제신문 회생인가’ 법원에 탄원
  1. 1“통합 진에어, 처음 취지대로 부산 이전해야”
  2. 2“‘재정빨대’ 사과 바라시니 사과” 秋 순직 소방관 빈소 발언 파장(종합)
  3. 3박철우 서울공소청장 “李 대통령 사건 공소취소 검토한 적 없다”
  4. 4퐁피두 중단에 국힘 박수영 1인 시위…시민사회 “토건 논리 부활 시도” 반발
  5. 5이 대통령 지지율 3주만에 반등한 37.3%…민주 36.2%·국힘 40.9%
  6. 6[속보] 강화도 해안서 '北 유실 추정' 대인지뢰 또 발견…이달에만 4번째
  7. 7李 “부마와 5·18정신, 헌법에 담아야” 국회 논의 촉구
  8. 8[속보]‘재정 빨대’·사과 논란 추미애, 국감서 소방관들에게 재차 사과
  9. 9국힘 박수영, 퐁피두 백지화에 1인 시위…”도시 경쟁력 높일 기회 날려“
  10. 10김민석 ‘조희대 탄핵’ 밀어붙이나…국힘 “강행 땐 李 마지막 날”
  1. 1부산 돼지국밥 톱3 ‘민락동 수변최고·신평동 영진·용호동 합천’…미식 열기 펄펄
  2. 2금감원 공공기관 재지정되나…쇄신안 수위 부산이전 분수령
  3. 3북항환승센터 ‘3.3m 단차’ 갈등, 법원 조정안 확정으로 봉합 수순(종합)
  4. 4돌아온 ‘캪틴큐’, 한정판 위스키…편의점 취향저격 ‘酒목’
  5. 5국제선 유류할증료 또 인상
  6. 6[뭐라노] ‘가덕’ 공사비 상향 문서화 갈등…11월 착공 불투명
  7. 7리밸런싱 유예 ‘부메랑’…국민연금 100일새 182조 증발
  8. 8우리 아이 가을 옷 고민 끝…신세계센텀, 키즈웨어 팝업
  9. 9‘AI 드론’으로 참치떼 찾는다…수산업 AX 대전환 본격화
  10. 10기후부 지원금 다른 잣대…변전소 되고 발전소 안 되고
  1. 1시민공원 인근 또 오염토 나왔다…이번엔 중학교 이전 부지
  2. 2고향사랑기부금 왜 받았나…한 푼도 활용 않는 기초단체들
  3. 3지역사회 ‘국제신문 회생인가’ 법원에 탄원
  4. 4경남도, 추가 교육지원청 신설 대신 제2청사로
  5. 5동남권 최초 외국교육기관, 19일 명지서 착공
  6. 6“돔? 재건축? 미래가치 따져야” “전문가 주도적 역할 부여를”
  7. 7[한 손 뉴스] 12·12 때 숨진 김오랑 중령, 고향 김해에 추모공원 조성
  8. 8부산 서구 산복도로 노후 주택가 주차난 환경개선 3곳 추진
  9. 9부산 북구, ‘숙등 공유어울림파크’ 내년 4월 개관… 지역 랜드마크 도약 기대
  10. 10해임 억울해 모금한다더니…초등제자 성추행 벌금 납부(종합)
  1. 1김태형 유임이냐, 이동욱 전 NC 다이노스 감독·조성환 해설위원 등 새 얼굴이냐
  2. 2돈으로 우승은 못 샀다…MLB 월드시리즈 연봉 하위팀 반란
  3. 3배드민턴 '세계 최강' 안세영, 여자 단식 최다우승 기록세워
  4. 4‘통산 최다안타 3위’ 손아섭, 두산에서 방출…선수 생명 이어갈까
  5. 5부산시청 고은, 전국체전 金…女사격 비공인 세계신기록
  6. 6김도영의 KIA냐, 오스틴의 LG냐
  7. 7득점은 킹, 리바운드는 롱…KCC 살릴 ‘믿을맨’ 찾았다
  8. 8자금 숨통 틔웠다…LIV골프 살아날까
  9. 9[뭐라노] 롯데, 이젠 성찰할 때
  10. 10프로야구 역대급 흥행에도 쪼그라든 ‘거인 팬심’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진짜 질문의 시작
AI 시대, 부산 R&D의 대전환
국제칼럼 [전체보기]
원칙이 흔들린 대가
‘빵과 책’·양자경·강말금 그리고
기고 [전체보기]
배의 피부를 지키는 기술은 도장이다
거장은 떠나도, 오케스트라는 남아야 한다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북극항로, 첫 배보다 중요한 것은 다음 배다
솔직할 수 있는 용기, 당신에게도 닿기를
도청도설 [전체보기]
발가벗겨진 사우디
“난 짜장”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25년을 간직한 리플렛 세 장
요추부 척추관협착증, ‘메포츠’로 극복하기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LCC 통합 때 약속한 부산 허브 구축, 정부가 이행하라
소방공무원 국가직 전환 무색, 제도적 미비점 보완 시급
세상읽기 [전체보기]
다민족 사회
부캉이가 북항에 던진 질문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두 미술관, 각자의 역할을 묻다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복지의 ‘필요 원칙’과 포퓰리즘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한국이 가진 자산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사람은 갔어도 명당은 남아 있다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오스트리아 와인,빈의 시간을 마시다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거울 속의 외계인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