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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칼럼] 골든 타임

국민연금 고갈 불안 증폭, 제도개혁이 유일한 해법

요율·수령시기 다 바꿔야…국가 의지 무엇보다 중요

김종천 부산가톨릭대 특임교수·영파의료재단 이사장

  • 김종천 부산가톨릭대 특임교수·영파의료재단 이사장
  •  |   입력 : 2024-06-25 19:45:45
  •  |   본지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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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연금개혁을 두고 ‘골든 타임’이 끝나간다는 말을 부쩍 많이 한다. 골든 타임 이란 용어는 원래 의료 현장에서 쓰는 표현으로 ‘환자의 생사를 결정지을 수 있는 사고 발생 후 수술과 같은 치료가 이루어져야 하는 최소한의 시간’을 뜻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연금제도가 사람 생명에 빗댈 만큼 절체절명의 시점에 와 있다는 것에 많은 국민이 공감하고 있다는 뜻일 것이다.

국민연금 기금이 고갈돼 국민연금을 못 받게 될 수 있다는 막연한 불안감이 많은 국민 마음에 서서히 자리 잡고 있다. 2007년 이후 어느 정부에서도 국민연금 개혁과 관련한 조치를 하지 않고 미루고 있다는 점을 두고, 전문가들조차 과연 현 정부에서 해결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사회보험은 국가가 국민을 상대로 불확실한 미래의 위험을 분산시켜 주기 위해 마련한 제도 중 하나다. 하지만 위험 분산의 범위와 시점은 사회환경의 변화에 맞추어 바뀔 수밖에 없는 것이다. 출산 인구의 감소로 일할 청장년 인구는 줄어들고 혜택을 받아야 할 노인만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면 청장년 세대의 부담은 늘어나게 된다. 그로 인해 노후 보장을 위한 부담과 혜택 등 다각적인 차원에서 조정될 수밖에 없는 상황과 마주하게 된다.

우리의 현실이 그렇다. 36년 전인 1988년 국민연금을 시작할 당시만 하더라도 출산율이 1.55이던 것이, 2023년엔 절반 이하인 0.72로 줄었다. 출산율이 반토막 난만큼 일할 노동력이 부족해진 것이다. 그에 비해 65세 이상 인구 중 국민연금을 수령한 비율이 1988년 국민연금 제도 도입 이후 처음으로 2023년에 50%를 넘어섰다. 국민연금의 혜택을 받는 사람은 18만여 명이 늘어나는 동안 새로 가입한 인구는 12만 명 가까이 줄어들었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국민연금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민연금 수령자는 총 682만 명이었다. 이는 국민연금을 수령하는 나이가 돼 노령연금과 장애·유족연금을 한 번에 받는 대상자까지 포함한 수치로 1년 사이 18만 명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이 중 60~64세 수령자를 제외하고 고령 인구(65세 이상)로 한정해도 지난해 498만 명이 국민연금을 받았다. 이는 전체 65세 이상 인구 973만 명의 51.2%다.

이미 고령화를 먼저 겪은 국가를 예로 들면, 독일과 일본 그리고 스웨덴은 기금이 고갈되는 문제를 겪으면서 연금제도의 개혁을 단행한 바 있다. 독일은 연금재정에 대한 우려로 1989년부터 2017년까지 28년 동안 11차례 연금법을 개정하며 점진적으로 개혁했고, 일본은 저출산 및 세계 최고 속도의 고령화 진행에 따라 1985년부터 2012년까지 27년 동안 5차례에 걸쳐 연금법을 개정하면서 문제를 해결했다. 스웨덴 또한 1999년 한차례의 개혁을 통해 연금 구조를 완전히 개편했다. 우리나라 국민연금 재정이 현재의 국민연금 제도가 유지되는 경우를 전제해 추계한 결과를 보면, 적립 기금은 2023년 1015조 원(GDP의 44.8%)에서 2039년에 최대 규모인 1972조 원에 도달한 이후 점차 감소해 2054년 소진될 것으로 파악된다.

결국 우리나라의 연금제도는 개혁돼야 한다. 더 이상 늦출 시간적 여유가 없다. 국민적 공감과 합의를 도출하기 위한 노력 또한 다각도로 이루어져야 하지만, 무엇보다 정책적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 장기적으로 연금 재정이 안정되기 위해서는 연금제도 개혁에 있어 보험료율 인상만으로는 불충분할 것으로 보인다. 연금을 수령하는 연령을 비롯하여 연금 급여 수준도 일부 조정돼야 한다. 독일의 경우 연금 수령 연령을 67세로 상향 조정한 바 있다. 아울러 연금 급여 수준 또한 인구 및 경제 상황 변수 등을 반영해 자동으로 조정하게 되는 연동 제도를 도입할 필요도 있다. 일본은 2004년 연금개혁을 진행할 당시, 연금 재정이 고갈되지 않도록 현역 세대의 인구수와 평균 잔여 수명 증가 등 사회 상황을 고려해 연금액을 자동으로 조정하는 조치를 취한 바 있다.

연금개혁을 추진한 프랑스는 마크롱 대통령이 연금개혁 반대 여론을 설득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지난해 생중계 인터뷰를 실시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연금개혁이 본인에게도 기쁜 일이 아니며, 국민이 변화를 두려워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연금개혁이 지체될수록 적자는 더욱 악화될 것인바, 개혁안은 국가의 미래와 재정적 안전을 위해 불가피한 개혁임’을 강조했다. ‘단기적인 여론과 국가의 전체적인 이익 중 선택하라면 본인은 국가의 이익을 선택할 것이므로, 연금개혁에 따른 국내적인 지지가 하락하더라도 이를 감내할 것임’을 밝힌 것이다. 우리 정부도 현재 아주 곤욕스러울 것이다.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정책적 과제를 떠안은 것이다. 하지만 국가의 미래를 위한 선택과 추진은 책임 있는 정치가가 할 수 있는 만큼 더 이상 지체 없이 추진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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