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과학에세이] 과학인증의 시대

허남영 국립부산과학관 전시교육본부장

  • 허남영 국립부산과학관 전시교육본부장
  •  |   입력 : 2024-07-01 19:52:50
  •  |   본지 22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2006년, 당시 부산 인구 약 1/3에 해당하는 114만 명의 서명운동에 힘입어 건립이 확정되고, 2015년에 개관한 국립부산과학관이 내년이면 10주년을 맞이하게 된다. 개관 당시 과학관을 방문했던 어린이들은 여전히 과학자의 꿈을 키워가고 있으며, 일부는 대학에 진학했거나 졸업했을 수도 있다. 지난 주말, 집 근처 중학교 과학동아리 학생들에게 멘토링을 했는데, 그중 한 학생은 초등학교 시절 내내 국립부산과학관을 방문하고 교육프로그램을 들었으며, 지금은 부산시 영재교육원에서 과학자의 역량을 계속 키워가고 있었다. 이러한 기대와 관심에 부응하기 위해 과학관은 내년 10주년 행사를 다채롭게 준비하고 있으며, 앞으로의 새로운 10년 동안 질적 도약을 모색하고 있으니 부울경 시민의 많은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린다.

개관 당시 필자는 대전에서 직장 생활을 하다가 20여 년 만에 부산으로 돌아와 과학관에서 일을 시작했다. 학창 시절을 부산에서 보낸 나와 달리 아내는 적응하는 데 시간이 필요했다. 사투리도 알아듣기 힘들지만 무엇보다 운전하는데 어려움을 호소했다. 좌회전이면 좌회전이지, 10시, 9시, 7시 세 방향으로 길이 있어서 어느 길인지 헷갈리고, 직진 차로로 가고 있었는데 어느새 좌회전 차선에서 좌회전을 하고 있더라는 것이다.

사실 초행길 운전이 어려운 건 나도 마찬가지라, 사고를 줄일 수 있도록 쉬운 길 안내 방법이 있다면 좋을 것이라 생각하던 그 무렵, 고속도로 나들목에 초록색과 분홍색의 유도선이 생기고, 내비게이션에서도 어느 색깔 선을 따라가라고 안내가 나오면서, 나와 아내는 길을 잘못 들어 헤매는 빈도가 많이 줄었고, 사고 위험과 시간 낭비도 줄게 됐다. 단순하면서도 효과가 좋은 방법이라고 감탄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쉬운 방법인 만큼 이제까지 못 한 이유가 궁금했다. 이 노면 색깔 유도선이 도입된 과정을 살펴보자.

먼저, 과거에는 도로에 초록색과 분홍색으로 색칠하는 것이 불법이었다. 전국의 도로가 규격화되지 않은 색깔을 사용한다면 운전자에게 혼란을 주고 사고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최초의 시도는 어떻게 가능했을까? 유도선을 발명한 분이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언급한 표현은 ‘편법’, 다르게 표현하면 ‘적극행정’의 일환이다. 즉, 교통사고를 막기 위한 조치이므로 관할 경찰청에서 규정을 폭넓게 해석하고 적용해 최초의 시도를 가능하게 한 것이다. 그 다음은 데이터가 말할 차례이다. 조치 전후에 바람직한 변화, 즉 사고가 줄어들었는가를 확인해야 한다. 시행 전 연 20여 건에 달하던 분기점 사고가 3건으로 줄어들었고, 효과가 확인되면서 다른 곳으로 확대시행하는 한편, 관련 법을 개정해 제도적 뒷받침을 하게 된다. 지금은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이 개정돼 불법이 아니며, 고속도로뿐만 아니라 지방도로에도 적용돼 안전운전에 도움을 주고 있다.

요약해 놓고 보면 순탄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연속된 난관을 극복한 결과이다. 조직 안에서 개인이 무언가를 추진하려면 상급자의 승인이 필요하며, 여기에는 공동책임이 따른다. 협력기관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이는 유연한 법 해석을 어렵게 한다. 데이터가 바람직한 변화를 나타내도 이를 읽지 못하거나 수용하지 않는 경우도 흔하다.

바야흐로 과학인증의 시대다. 과학적이라고 인증되면 누구도 거역할 수 없는 진리로 받아들여진다. 자연과학뿐만 아니라 이과를 넘어 사회학에도 과학이 접목되고, 정치인들도 자신의 주장을 과학으로 포장하는 시대다. 하지만 과학은 내용과 결과만이 아니다. 오히려 과학은 내용이 틀릴 가능성도 인정한다. 내용보다는 과학적 과정이 더 중요하다. 원인과 결과의 관계를 찾아내고, 그 방법을 공개해 다른 사람들이 이해하고 검증할 수 있게 하며, 데이터 분석 결과에 따라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다. 누구든 ‘과학’이라는 이름을 붙이려면 주장의 내용, 활동의 결과뿐만 아니라 그 과정이 과학적이어야 한다. 그러고 보니 필자는 아예 기관명에 과학이 들어 있는 곳에서 일하고 있다. 새로운 10년의 발전계획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 하나는 업무의 과학화가 어떨까?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자갈치 관광버스 주차 숨통 트인다…롯데 부지 무상사용
  2. 2주 13.7시간(비정규직 평균 근로시간)…‘초단시간 노동’ 덫에 갇힌 부산
  3. 3부산이 원했던 금융위원회, 결국 세종으로 간다…지역 반발 거셀 듯
  4. 4HMM, 본사 부산 이전…120명 업무 시작
  5. 5비온 뒤 14일 기온 뚝…부울경 최저 8~14도
  6. 6PF ‘돈맥경화’…해운대 옛 홈플·세가사미 개발 잇단 좌초
  7. 73년 無가을로 계약 만료…김태형 감독 운명은?
  8. 8부산~마닐라 하늘길 넓어진다…‘부산앓이’ 필리핀에도
  9. 9국힘 ‘골프 특검법’ 예고하며 공세…주진우 ‘명 끊을 때’ 댓글에 與 격분
  10. 10민주 부산시당 “국제신문 정상화, 대주주·법원 나서야”
  1. 1국힘 ‘골프 특검법’ 예고하며 공세…주진우 ‘명 끊을 때’ 댓글에 與 격분
  2. 2민주 부산시당 “국제신문 정상화, 대주주·법원 나서야”
  3. 3법정 이어 국감까지…LH, 명지 폐토사 처리 뭇매(종합)
  4. 4[속보] 민주, '신천지 당원 가입 정황' 공식 확인
  5. 5이 대통령 "북극항로 시대 대비하는 부산과 동남권 미래 함께 열어가야"
  6. 6[속보]李대통령-트럼프 골프 라운딩?…靑 ‘한미정상 골프회동’ 대비 TF 구성
  7. 7[뭐라노] 금메달을 향한 두 가지 시선
  8. 8강경화 “한미 정보공유 제한, 풀기 어려운 현안…백악관 소통도 한계”
  9. 9경찰청장 대행 “한동훈 딸 의혹, 재수사 가능성 배제 안 해”
  10. 10“북극항로 경제성 철저검증…후속계획 반영을”
  1. 1부산이 원했던 금융위원회, 결국 세종으로 간다…지역 반발 거셀 듯
  2. 2HMM, 본사 부산 이전…120명 업무 시작
  3. 3PF ‘돈맥경화’…해운대 옛 홈플·세가사미 개발 잇단 좌초
  4. 4부산~마닐라 하늘길 넓어진다…‘부산앓이’ 필리핀에도
  5. 5올해 쌀 6만6000t 남아돈다… 농식품부, 대책 마련 나서
  6. 6AI인재 양성 지원금 94% 수도권 쏠림…부산 1.5% 불과(종합)
  7. 7“항만공사 통합 목적·절차 불투명” 여야 없이 질타
  8. 8상호금융 339곳 대출 연체율 10%
  9. 9국세청 '체납관리단' 실적 보니…절반은 100만원 미만 소액체납
  10. 10코스피 급락…2달만에 ‘매도 사이드카’ 발동
  1. 1자갈치 관광버스 주차 숨통 트인다…롯데 부지 무상사용
  2. 2주 13.7시간(비정규직 평균 근로시간)…‘초단시간 노동’ 덫에 갇힌 부산
  3. 3비온 뒤 14일 기온 뚝…부울경 최저 8~14도
  4. 4‘청문 부적격 2인’ 임명 고심…전재수 “치명적 흠결 못 찾아”
  5. 5남해 대장군지, 삼별초 이전 ‘위계 높은 건물지’ 확인
  6. 6김지용 중수청장 후보 “임은정 공개 비판,부적절 행위”
  7. 7홈플러스 인천 구월점서 칼부림 신고…6∼8명 부상
  8. 8‘100원 등하교 버스’ 경남 전역 확대…기초학력전담교사도 늘려
  9. 9“시민 1인 1스포츠가 일상인 부산으로”
  10. 10“복지시설 몇 년 일했지만 퇴직금 0원”…공공부문도 꼼수 채용
  1. 13년 無가을로 계약 만료…김태형 감독 운명은?
  2. 2프로야구 한화, 신임 사령탑으로 류지현 국가대표 감독과 계약
  3. 3HJ重·동부건설, 소외층·골프 꿈나무에 3000만원 기부
  4. 4어깨 부상 김우민, 수술 대신 재활로
  5. 5최동원 어린이 야구교실, 출범 11년 만에 프로선수 배출
  6. 6롯데, 신인 전원 계약…유망주 박근서 3억에
  7. 7차준환, 이번 시즌 국가대표·대회 출전 중단…서울시청과도 결별
  8. 8과감한 샷 2R 버디 11개 폭발…유현조 ‘부산의 퀸’(종합)
  9. 9울주군, 삼남읍 교동리에 ‘울주실내테니스장’ 개장
  10. 101부 승격 향한 마지막 질주…부산아이파크, 막판 승점 쌓기 총력전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AI 시대, 부산 R&D의 대전환
원자력 청출어람, 스승을 가르치다
국제칼럼 [전체보기]
사라지는 것, 귀 기울일 것
열린 사회와 그 적들
기고 [전체보기]
거장은 떠나도, 오케스트라는 남아야 한다
전문대학을 소개합니다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솔직할 수 있는 용기, 당신에게도 닿기를
히말라야의 경고
도청도설 [전체보기]
사형 생중계
발탁해놓고 감찰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요추부 척추관협착증, ‘메포츠’로 극복하기
B형 간염 ‘바이러스 수치’에 ‘급여’ 맞춰야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국감서 국제신문 회생 지연 지적…대주주는 결단하라
비타민이라 속여 주사맞혔나…진실 규명 시급하다
세상읽기 [전체보기]
부캉이가 북항에 던진 질문
개척자 정신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두 미술관, 각자의 역할을 묻다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행위별수가제와 인두제, 오해와 진실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한국이 가진 자산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금가락지가 땅에 떨어진 형국, 곡전재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오스트리아 와인,빈의 시간을 마시다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거울 속의 외계인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