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뉴스와 현장] 좋은 사람 되기

  • 최영지 기자 jadore@kookje.co.kr
  •  |   입력 : 2024-07-10 18:02:09
  •  |   본지 18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독자여론팀으로는 다양한 전화가 온다. 대부분은 자신이 속한 기관이나 단체가 선행을 했을 때 그 내용을 신문에 보도할 수 있는지 묻는 전화다. 이런 분들에겐 오피니언 공식 메일 주소만 알려드리면 된다. 문제는 의사소통이 쉽지 않은 분의 문의 전화다.

하루는 한 분이 회사 주소를 알고 싶다며 불러달라고 했다. 주소를 말하기 시작하면서 무언가 잘못된 것을 알았다. 몇 번을 말했지만, 전화기 속의 목소리는 뭐라고요? 예?를 반복했다. 대여섯 번 반복되면서 나도 목소리가 높아져 갔다. 가까이 앉은 다른 부서 사람뿐만 아니라 제법 거리가 있는 부서까지 내 목소리가 확실히 들릴 정도로 목소리가 커졌다. 연제구만 열 번 넘게 반복하면서 화도 났다.

하지만 자신이 귀가 몹시 안 좋다면서 다시 한번 말해달라는 말에 전화를 끊을 수가 없었다. 주변에 다른 분이 계시면 알려 달라, 다시 말씀드리겠다 해도 무조건 자신에게 불러달라고만 했다. 일방통행이다. 결론은 한 마디당 열댓 번을 말하면서 어찌저찌 통화를 마무리했다. 나중에 들으니 다른 부서 사람들이 더 걱정했다고 한다. 연제구 다음에 중앙대로는 또 얼마나 여러 번 고래고래 말해야 전달이 될까 싶어서. 같은 말을 크게 반복하던 내 목소리가 사무실에 쩌렁쩌렁했을 테니 민폐였다.

어떤 분은 회사로 무작정 찾아오시곤 한다. 직접 찍은 사진을 인화하고 알리고 싶은 내용을 종이에 써서 가져오시는 분들이다. 전자메일 이용이 힘드신 분들이거나 담당자를 만나 직접 얼굴을 보고 부탁해야 신문에 게재될 거라고 믿으시니 그런 듯하다. 이메일을 사용하지 못하시는 분이라면 어쩔 수 없지만 담당자를 만나려고 오시는 건 곤란하기도 하고 효율도 없다. 취재를 위해 자리를 비우는 경우도 많은데 오셔서 언제 올지 모르는 사람을 기다려야 하니 말이다. 그리고 받은 메일 중 기사 채택 여부는 내용에 따른 것이지 간곡한 부탁과 연관은 없다.

주소 불러주기로 힘든 통화를 끝내고 얼굴이 벌게져 있는 나를 보고 주변에서 한동안 말을 붙이지 않았다. 시간이 흐르고 감정이 가라앉을 즈음 나도 나이가 들면 청력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큰데 그때 나도 제대로 된 도움을 받기 어렵겠구나 싶으니, 맥이 탁 풀렸다. 어르신들이 병원에 가시거나 관공서, 보험 관련 업무 같은 것을 볼 때 자녀가 동행했으면 하는 이유도 같을 것이다. 익숙하지 않은 장소에서 평소에 잘 접하지 않는 말을 들으면 알아듣기 쉽지 않은 건 누구나 비슷하다. 게다가 청력까지 좋지 않다면 낯선 말을 알아듣기가 거의 불가능할 것이다.

모든 현대인의 미래는 독거노인이라는 말이 있다. 그런데도 그런 미래가 내게는 오지 않을거라고 생각한건지. 나도 할머니가 되면 귀가 어두워질 테고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어떤 일을 도저히 해낼 수 없는 날이 오고야 말텐데. 물론 기술의 발달로 극복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전히 다른 이의 선의에 기대야 하는 순간이 있을 것이다. 그럴 때 나는 어떤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짜증을 억누르며 그 일을 반복적으로 해주는 사람일까, 어떻게 하면 잘 도와줄 수 있을까 기꺼이 도움의 손을 내미는 사람일까. 도덕적으로야 당연히 어려움에 빠진 사람을 도와야 하고 그것이 인간의 본성이라고 하지만 현실에선 어떨지 장담하기 어렵다.

살아가다 보면 누군가의 대가 없는 도움이 필요한 때가 있다. 그럴 때 주저하지 않고 손을 내밀어줄 이가 주변에 있다면 훌륭하게 잘 살아온 사람일 것이다. 아직은 다른 이에게 도움을 받는 것이 어색하고 아쉬운 소리 하는 것이 싫어서 혼자 해내려고 하는 마음이 지배적이다. 그렇지만 내가 제대로 도와줄 수 있어야 남에게 도움을 부탁할 수있다.

여전히 원하는 만큼의 도움을 주지 못하는 사람이긴 하지만 어제보다는 더 손을 내밀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좋은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해 본적은 없지만 적어도 누군가에게 피해가 되는 사람이 되어서는 안 되니까 조심하는 마음이라도 가져야겠다.

최영지 독자여론팀장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 울산 경남 흐리고 밤부터 가끔 비
  2. 2[속보] 이 대통령, 유시민 겨냥 "국가보안법 폐지 주장하다 독소조항 삭제 못해"
  3. 3우크라 “북한군 포로 한국행, 韓과 직접 대화…비밀이송은 이상했을 것”
  4. 4[속보] 靑, DMZ 지뢰 사고 조사 “철저히 규명할 것”
  5. 5[속보] 이 대통령, 임기 관련 "2030년 6월 2일 넘기는 일 절대 없어"
  6. 6집세 받는 미성년 집주인?…올해 20세 미만이 산 주택 115건
  7. 7귀성·귀경 행렬로 고속도로 정체…서울→부산 8시간 40분
  8. 8[속보] 靑 “우크라, ‘북한 포로 송환’ 발표 전 한국에 알렸다”
  9. 9조국 "조희대, 이 대통령 인정 안해" 장동혁 "조희대 탄핵하면 李 탄핵"
  10. 10세금 안 낸 '억대 유튜버' 작년만 총 17명…당국, 239억원 추징
  1. 1[속보] 이 대통령, 유시민 겨냥 "국가보안법 폐지 주장하다 독소조항 삭제 못해"
  2. 2우크라 “북한군 포로 한국행, 韓과 직접 대화…비밀이송은 이상했을 것”
  3. 3[속보] 靑, DMZ 지뢰 사고 조사 “철저히 규명할 것”
  4. 4[속보] 이 대통령, 임기 관련 "2030년 6월 2일 넘기는 일 절대 없어"
  5. 5조국 "조희대, 이 대통령 인정 안해" 장동혁 "조희대 탄핵하면 李 탄핵"
  6. 6장동혁 “한동훈 ‘당원게시판’ 사건 수사 중…복당 언급 부적절”
  7. 7합참의장, DMZ 지뢰 폭발 부대 방문해 현장조사 준비 점검
  8. 8靑 "우크라 '北포로 송환' 발표 전 한국에 알려와" (종합)
  9. 9국힘, 지뢰 사고 조사 지연 비판... "보고 체계 공개" 촉구
  10. 10청와대 ‘검찰개혁 국민 속였다’ 유시민에 법적 대응 검토
  1. 1집세 받는 미성년 집주인?…올해 20세 미만이 산 주택 115건
  2. 2세금 안 낸 '억대 유튜버' 작년만 총 17명…당국, 239억원 추징
  3. 3[차호중의 재테크 칼럼] 통화량과 물가
  4. 4다대소각장 개발 다시 원점…부산시, 부지매각 해지 결정
  5. 5HJ重 올해 8척 ‘릴레이 수주’…대형선 경쟁력 입증
  6. 6북항 핫플만든 인싸 상어 '부캉이', "인기 덕 좀 봅시다" 마케팅 열풍
  7. 7가덕신공항 부지공사 기본설계 정부심의 통과
  8. 8[한 손 뉴스] 국산 전투기로 영공 수호…KF-21 공군 1호기 배치
  9. 9바리스타 심사위원이 만든 스페셜티
  10. 10홍지선호 국토부 출범 “公기관 2차이전 속도”(종합)
  1. 1부산 울산 경남 흐리고 밤부터 가끔 비
  2. 2귀성·귀경 행렬로 고속도로 정체…서울→부산 8시간 40분
  3. 3귀성·귀경길 정체 지속…부산→서울 8시간10분
  4. 4민형배 전남광주시장 “제주항공 유족 위해 특별팀 다시 꾸릴 것”
  5. 5호주 시드니 총격 사건 세 번째 용의자 체포…한국계 20대 남성
  6. 6추석 저녁 귀성길 정체 해소, 귀경길은 다소 혼잡
  7. 7'부캉이' 북항 놀러 왔다가 덜컥 정착?…부산 명예홍보대사 도전
  8. 8대구도 ‘돔 유치’ 참전…부산 부지·재원 서둘러야 국비 선점
  9. 9장기체류 ‘부캉이’ 연휴 뒤 외해로 유도할 듯(종합)
  10. 10수해 상처 여전한 거제, 전국서 ‘한가위 온정’
  1. 1[속보] ‘평균대 유망주’ 황서현, 아시안게임 기계체조 금메달
  2. 2한국 여자 축구, 우즈벡에 6-3 승리로 준결승행
  3. 3[속보] 한국 3대3 남자 농구, 아시안게임 사상 첫 금메달
  4. 4류지현호, 일본에 0-5 영봉패
  5. 5이민성호, 베트남 4-0 완파하고 준결승 진출
  6. 63경기 1실점 철벽 마운드 韓, 조1위 슈퍼라운드행
  7. 7父 여홍철과 어깨 나란히…여서정, 8년 만에 도마 금메달
  8. 8여서정·안세영·우상혁…‘금빛낭보’ 기대
  9. 92전 전승 한국축구, 조 선두로 8강 진출
  10. 10송세라, 항저우 한 풀었다…AG 첫 ‘금빛찌르기’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자동화의 세상에서 지능화의 세계로
인간만의 영역 ‘관광과 과학’의 결합
국제칼럼 [전체보기]
추석 밥상에 오를 이재명 정부의 성적표
그때 부끄러움을 알았더라면
기고 [전체보기]
존엄 보장하는 부산형 청년보장제 되기를
복합재난에 강한 도시의 조건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영산회상, 불교음악에서 풍류음악으로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솔직할 수 있는 용기, 당신에게도 닿기를
히말라야의 경고
도청도설 [전체보기]
작자 미상
범숙학교의 기적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직업병에 대한 자세, 무지와 고의 사이
아이의 근시, 안경만 쓰면 끝?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지독한 집념이 세운 로컬 자산, 대한도기
사설 [전체보기]
부산대·부산교대 통합, 구체적 로드맵부터 마련하라
동남권 건강지표 ‘빨간불’…촘촘한 의료 안전망 구축해야
세상읽기 [전체보기]
‘지방시대위’ 부산 이전, 다시 뛰는 대한민국
니트 세대와 한국 노동시장의 불편한 현실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아트부산, 숫자 이후의 질문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행위별수가제와 인두제, 오해와 진실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한국이 가진 자산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6·3 부산시장 선거, 부동산 정책의 길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금가락지가 땅에 떨어진 형국, 곡전재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오스트리아 와인,빈의 시간을 마시다
공정함이 만드는 브랜드 가치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의료 전문성이 병원 밖 나가는 길 열어야
청년·노인 예산은 경쟁 관계가 아니다
  • 2026 국제환경에너지산업전
  • 국제골프아카데미
  • 부산국제마라톤
  • 어린이청소년경제아카데미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