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박상현의 끼니] 가마보코에 매료된 조선인

박상현 맛칼럼니스트

  • 박상현 맛칼럼니스트
  •  |   입력 : 2024-07-14 19:53:54
  •  |   본지 21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앞으로 조선이 독립되면 일본말뿐만 아니라 옷이든 음식이든 일본 것은 모조리 못쓰게 된다는 소문이 있었다.
어묵은 일제 강점기부터 조선인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
“아니, 앞으로는 일본 음식을 못 먹게 한다는데 그게 정말인지 알아봤으면 쓰겠어.” 오 여사는 아는 사람을 보면 다짜고짜로 이런 것을 물었다.

“그럴 리가 있을라고?” 하면 “아니 정말이여. 신문에까지 났다는데, 저 가마보코(어묵)는 일본 음식이 아니겠지? 조선 사람들도 잘만 먹으닝께” 하면, “그렇지 않을 것이여! 아니, 우리는 가마보코가 없으면 밥을 먹는 같잖는듸. 한 숟가락을 떠먹더라도 가마보코를 쪼끔 입에 넣어봐야 입이 깨끔하고 먹은 것 같지. 그게 그럴 리가 없을 것이랑께….”

김동리의 장편소설 ‘해방’의 한 대목이다. 조국이 식민지로 전락한 것이 백성의 의지가 아니었듯 광복 또한 백성의 의지와 상관없이 느닷없이 찾아왔다. 꿈에도 그리던 광복이지만 식민지 백성은 이미 익숙해진 생활방식이 갑작스레 바뀌는 걸 두려워했다. 가마보코의 맛에 익숙해진 ‘오 여사’는 갑자기 찾아온 광복으로 가마보코를 더 이상 먹지 못하게 될까봐 걱정이다. 그리고 이 걱정 어린 대화 속에서 식민지 백성이 가마보코를 왜 그토록 거부감 없이 받아들였는지에 대한 단서가 드러난다. 지금의 어묵처럼 가마보코는 밥 반찬으로 더할 나위 없었기 때문이다. 가마보코는 이미 조선인의 밥상에 빠져서는 안 될 존재가 되어 있었다.

가마보코처럼 생선 살을 갈아서 가공한 어육가공품은 조선인에게도 낯선 음식이 아니었다. 생선 완자를 빚어 국물에 넣어서 끓인 완자탕은 이미 조선시대부터 굉장히 익숙한 음식이었다. 가마보코는 한자로는 부들 ‘포’자에 칼끝 ‘모’자를 쓴다. 이는 저수지 하천 연못 등 물가에서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 부들의 꽃이삭이다. 생선 살을 갈아 대나무 꼬챙이에 뭉쳐서 구우니 영락없이 부들의 꽃이삭을 닮아서 붙은 명칭이다.

밥을 주식으로 하는 일본과 한국은 외래음식을 수용할 때 묘한 공통점이 하나 있다. 그것이 밥과 어울리는지, 혹은 밥 반찬이 되는지를 우선 살핀다. 그리고 밥과 어울리면 기꺼이, 적극적으로 수용한다. 밥이 주식인 나라에서 밥과 어울리는 것은 무조건 옳은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식민지의 것이 건, 수탈자의 것이 건 상관하지 않았다. 조선의 명란젓을 일본이 기꺼이 받아들였듯, 조선 역시 일본의 가마보코를 기꺼이 받아들였다. 밥과 어울리는데, 이제는 그게 있어야 밥을 먹은 것 같다는데 더 이상 무슨 설명이 필요하겠는가. 가마보코는 그렇게 한국인의 생활 속에 자리 잡았다.

대중은 외래음식을 선택적으로 수용한다. 일단 선택된 음식에 대해서는 국적과 이념을 따지지 않는다. 소설 속 ‘오 여사’의 걱정과 달리 조선이 독립된 후에도 가마보코는 사라지지 않았다. 일본인은 떠나도 공장은 남았기 때문이다. 전국에 있던 가마보코 공장 대부분이 일본인 소유였지만 생산 인력은 조선인이었다. 적산으로 분류된 공장과 설비는 고스란히 조선인의 소유가 되었고 조선인 기능공들에 의해 가마보코는 전과 다름없이, 아니 오히려 전보다 더 활발하게 생산되었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전재수 “생곡 무산 땐 에코델타에 소각장 불가피”
  2. 2한달간 부산은 축제도시…‘페스티벌 시월’ 시작
  3. 3“부캉이 왜 쫓아내나”vs“먹이활동 안 해 폐사 우려”
  4. 4센텀2 분수령 풍산 부지보상 본격화…1조 관측
  5. 5‘부산검찰청’ 떼고 ‘공소청’ 간판
  6. 6HJ중공업 7900TEU급 ‘가닛’ 명명식…중대형 컨선 14척 인도
  7. 7센텀2 배후지 ‘트리븐 센텀’ 뜬다
  8. 8김해공항과 ‘50년 동행’ 부산은행…영업점 단독 응찰
  9. 9[근교산&그너머] <1480> 창원 무학산 둘레길 2코스
  10. 10부산예술대학교 내년 2월 폐교…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재정난 원인
  1. 1전재수 “생곡 무산 땐 에코델타에 소각장 불가피”
  2. 2軍·유엔사 “군사분계선 이남 지뢰매설, 北 정전협정 위반”(종합)
  3. 3국정원 “우크라가 北포로 송환 비공개 먼저 요청”(종합)
  4. 4‘김종서함’ 울산 진수식 찾은 이재명 대통령 “자주국방이 주권”
  5. 5靑 정책실장에 하준경 수석, 지방시대위원장에 박정현
  6. 6이 대통령 "전작권 환수로 자주국방 마침표"
  7. 7李대통령 지지율 직전과 같은 43%…민주 35%·국힘 25%
  8. 8[속보] 이 대통령 “정치검찰 시대 막 내려…이제 경찰개혁이 주요 과제”
  9. 9[속보]119센터가 이송병원 지정…‘응급실 뺑뺑이 방지법’ 국회 통과
  10. 10[속보] 민주, "전두환 내란 아니다" 국힘 김태규 제명 촉구 결의안 제출
  1. 1한달간 부산은 축제도시…‘페스티벌 시월’ 시작
  2. 2“부캉이 왜 쫓아내나”vs“먹이활동 안 해 폐사 우려”
  3. 3센텀2 분수령 풍산 부지보상 본격화…1조 관측
  4. 4HJ중공업 7900TEU급 ‘가닛’ 명명식…중대형 컨선 14척 인도
  5. 5센텀2 배후지 ‘트리븐 센텀’ 뜬다
  6. 6김해공항과 ‘50년 동행’ 부산은행…영업점 단독 응찰
  7. 7“부캉이 테마공원 만들자”…동구는 조형물 설치 검토
  8. 8“부산테크노파크 원장에 심재운 후보자 적격”
  9. 9부산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중 25% 첫 돌파…2050년엔 43%
  10. 10해운 대기업 부산 이전 효과 내려면…“산업 생태계 구축돼야”
  1. 1‘부산검찰청’ 떼고 ‘공소청’ 간판
  2. 2부산예술대학교 내년 2월 폐교…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재정난 원인
  3. 3전재수 전 보좌진 4명 ‘증거인멸’ 유죄(종합)
  4. 4"부캉이 덕분" 이디야커피 북항친수공원점 대표, 부산 동구에 고향사랑기부금 전달
  5. 5朴시정 선거악재 우려 ‘생곡 용역’ 중단…백지화 소문 키워
  6. 6‘부캉이’ 내일 다시 바다로…길이 50m 그물로 외해 유도
  7. 7“110억 투입 부산 의료버스, 플랫폼업체에 예산 1/3 지급”
  8. 8[한 손 뉴스] 푸바오의 쌍둥이 동생들, 올 연말 중국으로 떠난다(종합)
  9. 9바리케이드 걷힌 소녀상…2년여 만에 시민 품으로(종합)
  10. 10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1일
  1. 1돌아온 금빛 주역들, 프로야구 막판 순위·타이틀 경쟁
  2. 2HJ중공업, 8∼11일 KLPGA 챔피언십 대회 주최…부산서 처음 열려
  3. 3해볼 만하다…女축구, 8년 만의 AG 메달 도전
  4. 4중원 황인범·투톱 변화…승리 축포 쏠까
  5. 5아시안게임 사격 남자 속사권총 우승…한국 25번째 金
  6. 6독립운동가 후손 재일교포 허미미, AG 여자 유도 57㎏급 금메달
  7. 7윤규성, 태권도 품새 금메달…한국 남자 개인전 3연패
  8. 8역시 안세영…AG 2번째 ‘금빛포효’(종합)
  9. 99회 4실점 진땀…롯데, 키움에 가까스로 승리
  10. 10아시안게임 남자축구, 중국에 역전승 거두고 결승 진출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인공지능 정렬’ 골든타임 놓치지 말라
자동화의 세상에서 지능화의 세계로
국제칼럼 [전체보기]
개헌 말하려면 헌법 준수부터
나림 이병주, 더 일찍 법(法)으로 통(通)했다
기고 [전체보기]
전문대학을 소개합니다
상어가 떠난 뒤, 북항에 남겨야 할 것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영산회상, 불교음악에서 풍류음악으로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솔직할 수 있는 용기, 당신에게도 닿기를
히말라야의 경고
도청도설 [전체보기]
민원인(들)
AI 패권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공동선(Common Good)’으로서 간병 복지
직업병에 대한 자세, 무지와 고의 사이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지독한 집념이 세운 로컬 자산, 대한도기
사설 [전체보기]
생곡소각장 정치적 셈법보다 원칙대로 추진해야
알래스카 LNG, 협력하되 국익이 최우선이다
세상읽기 [전체보기]
청년기본법, 청년친화도시
인공지능(AI)과 인류 멸종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아트부산, 숫자 이후의 질문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행위별수가제와 인두제, 오해와 진실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한국이 가진 자산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금가락지가 땅에 떨어진 형국, 곡전재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오스트리아 와인,빈의 시간을 마시다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무(武)
의료 전문성이 병원 밖 나가는 길 열어야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