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인문학 칼럼] 한민족 디아스포라와 국내 외국인 노동자

외인 주민 급격히 증가…다문화사회 전환 코앞

격변의 전환기적 현상, 포용적 정책 준비해야

홍순권 동아대 명예교수

  • 홍순권 동아대 명예교수
  •  |   입력 : 2024-07-31 18:10:18
  •  |   본지 19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약 한 달 전쯤의 일이다. 경기도 화성 리튬전지 제조공장 화재 사고로 많은 노동자들이 목숨을 잃은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 그런데 이 화재 사고를 접하면서 사망자 23명 가운데 20명이 중국 국적 등 외국인 노동자라는 소식에 새삼스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국내에서 일어난 대형 화재 사고 가운데 이렇게 많은 외국인 노동자가 희생된 것은 전례 없는 일로 알고 있다. 이번 화재 사고는 우리 사회 산업 현장의 안전 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웠을 뿐만 아니라 외국인 노동자가 우리 곁의 아주 가까운 이웃임을 일깨워 주는 계기이기도 했다. 이제 국내 거주 외국인 노동자의 산재 소식은 결코 반갑지 않은 일이지만 그리 드문 소식이 아니다.

일시적으로 취업을 위해서 국내로 들어오는 외국인 노동자의 증가와 함께 국내 거주 외국인 주민도 해마다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법무부 통계 자료에 의하면, 2023년 말 기준 국내 거주 외국인 주민은 약 251만 명으로 우리나라 총인구의 약 4.9%에 달한다고 한다. 국제적으로 한 나라의 총인구 중 외국인 거주 비율이 5%를 넘으면 다문화사회로 인정한다고 하니 이제 우리 사회는 다문화사회로의 전환을 코앞에 두고 있는 셈이다. 위 통계 작성 이후 늘어난 외국인 주민 수까지 고려하면 우리 사회는 이미 다문화사회로 전환했다고 해야 옳을지도 모른다.

외국인 주민의 증가 현상은 부산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2022년 말 부산시 외국인 주민은 7만5687명으로 부산시 총인구의 약 2%를 차지한다고 한다. 이 외국인 주민 수에일시적으로 부산에서 체류하는 노동자들은 제외됐다. 어쨌든 부산 거주 외국인 주민의 인구 비중은 10년 전에 비해 1.5배 넘게 증가한 것으로 코로나19 엔데믹으로 잠시 주춤했던 외국인 주민이 2021년 이후 다시 크게 늘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금세기 들어서 노동자를 비롯한 외국인의 국내 유입 현상은 지난 세기 이 땅에서 일어났던 국내 인구의 해외 유출과 매우 대조적이다. 일제의 침략으로 시작된 20세기는 그야말로 한민족의 디아스포라 시대로 기록할 만한 시기였다. 일제의 강점으로 나라와 삶의 터전을 잃은 수많은 사람이 만주와 연해주로, 미주로, 그리고 일본으로 유랑했다. 특히 조선인 노동자들이 임금 수준이 높은 일본으로 일자리를 찾아 끊임없이 바다를 건넜는데, 당시에는 이를 두고 ‘내지도항’ 또는 ‘일본도항’이라 일컬었다. 초기에 조선인의 값싼 노동력을 환영하던 일제는 조선인 노동자들의 과잉 유입으로 본국 내 실업 문제가 발생하자 유입을 제한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바꿨다. 그러나 일제의 식민지 수탈 정책으로 먹고 살길이 막힌 사람들은 그래도 조선보다 사정이 나은 일본에서 일자리를 찾기 위해서 끊임없이 부산으로 몰려들었다. 그리고 일제의 도항 저지로 부관연락선을 타지 못한 노동자들과 밀항했다가 발각되거나 불법 도항을 이유로 일본으로부터 강제 송환된 노동자들이 부산에 체류하면서 이로 인한 실업자의 증가가 부산의 큰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그러자 일제의 민족 차별 정책을 규탄하면서 조선인의 자유도항을 요구하는 조선인들의 시민대회가 부산에서 열렸다.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인 1924년 5월에 일어난 일이다. 이 부산시민대회는 부산청년회와 유지들이 합세해 5월 17일 당시 ‘부산청년회관’에서 개최됐다. 이 대회가 열리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 인물이 바로 독립운동가인 백산 안희제 선생이었다. 이 사건은 전국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켜 조선노농총동맹과 조선청년총동맹 등 여러 시민사회단체가 호응했고, 식민지 당국은 일부 요구를 받아들여 조선인 노동자들에 대한 일본으로의 도항 제한을 일시적으로 완화했다. 물론 이후 조선인 노동자들의 일본 도항이 다시 급증하자 일제는 결국 도항저지 정책으로 환원했지만 말이다.

일제강점기에 전개된 우리 민족의 디아스포라는 해방 이후에도 이민과 해외 인력 파견 형태로 지속됐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21세기 들어서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한류와 함께 발생하고 있는 다문화사회 현상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겪은 적 없는 전혀 새로운 사회적 격변을 나타내는 전환기적 역사 현상으로 인식된다.

얼마 전 국회에 제출된 고용노동부 통계 자료에 의하면 외국인 노동자들의 인명 피해 사고는 해마다 늘고 있는데 주로 50인 미만의 소규모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즉 2024년 1월부터 5월까지 외국인 노동자의 산재 승인 건수 3910건 가운데 66.9%가 50인 미만의 소규모 사업장에서 발생했다는 것이다. 다문화사회로의 대전환을 맞고 있는 이 시점에서 일본 사회의 자이니치에 대한 차별과 혐한 문제의 근원을 돌이켜보며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 ‘포용적 다문화사회’로의 전환을 위해 제대로 된 준비를 해야 할 때라는 생각이 문득 떠오른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다 쓰지도 못하는데…어르신 품위유지비 늘린 중구
  2. 2기장군수실 1층 이전 놓고 직원 반대 우세
  3. 3양산 구불구불 새미기고개 대체길 뚫리나
  4. 4“정체성 부재” 비판 많은 ‘부산이즈굿(Busan is Good)’ 손본다
  5. 5부산 아파트 매매 침체일로…해운대·수영·동래만 웃었다
  6. 66일 부산국제영화제 팡파르…사상 첫 화요일 개막
  7. 7연일 노무현 때리는 한동훈, 박정희 띄우는 주진우…檢 출신들 속내는
  8. 8가을은 놓쳤지만…거인 ‘레·황(레이예스·황성빈)’ 도전은 계속된다
  9. 9“내가 국회의원 당선시켜” 사하구체육회장 정치개입 정조준
  10. 10“감독님이 먹으라고” 정수진, 내막 폭로…유도회 “선수관리·운영체계 점검” 사과
  1. 1연일 노무현 때리는 한동훈, 박정희 띄우는 주진우…檢 출신들 속내는
  2. 2‘맹탕 청문’ 의식 부산시의회, 교통·시설公 송곳검증 벼른다
  3. 3부울경 펀드인데 절반가량은 수도권 투자…제도취지 무색
  4. 4軍 “北 지뢰 터져 장병 부상” 결론…군사분계선 이남 제거작전 돌입(종합)
  5. 5장동혁, 육영수 생가 방문…‘암살자(들)’로 진보 맹공
  6. 6부산·울산 국감 쟁점 된 전재수·김상욱…野 파상공세 태세
  7. 7부산시의회 찾은 4선 김도읍, 생곡 소각장 반대 논리 읍소
  8. 8[속보] 李 대통령 지지율 37.4%.. 민주 42.5%, 국힘 38.4%
  9. 9[속보] ‘실탄 없이 경계 근무’ 사례 추가 확인, 국방부 기관 경고 방침
  10. 10‘盧 수사’ 與-한동훈 논쟁 확전…“석고대죄하라”-“성역화 말라”
  1. 1부산 아파트 매매 침체일로…해운대·수영·동래만 웃었다
  2. 2해킹 피해 신한은행 2만5727건 vs 우리·농협 0건…금융기관 ‘보안 체력’이 갈랐다
  3. 3지역상품 우선구매 ‘부산이 삽니다’ 민간 확산 드라이브
  4. 4누리호 7일 발사 앞두고 6일 기립(종합)
  5. 5증권·산업계도 AI 해킹 포비아…휴일 반납 하고 긴급 점검
  6. 6기업 보유 토지 공시지가 공시 의무화…‘땅부자’ 상장사 수면 위로
  7. 7[한 손 뉴스] 양양 송이 ㎏당 171만 원…생산량 줄어 역대 최고가
  8. 8SNS레시피가 제품으로…농심 스낵 ‘너구링’ 선봬
  9. 9“북항 더 핫하게” 시민과 명소화 모색
  10. 10어선원 직불금, 60일 승선하면 받는다
  1. 1다 쓰지도 못하는데…어르신 품위유지비 늘린 중구
  2. 2기장군수실 1층 이전 놓고 직원 반대 우세
  3. 3양산 구불구불 새미기고개 대체길 뚫리나
  4. 4“정체성 부재” 비판 많은 ‘부산이즈굿(Busan is Good)’ 손본다
  5. 5“내가 국회의원 당선시켜” 사하구체육회장 정치개입 정조준
  6. 6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6일
  7. 7김해시의원 활동비는 1만 원 깎였다
  8. 83년 표류 창원 제2국가산단…LH 사업비 낮추나
  9. 9출소 한 달 만에 또…유치장 난동 40대 징역형
  10. 10“디지털농업·특화브랜드로 청년농부 유입 이끌 것”
  1. 1가을은 놓쳤지만…거인 ‘레·황(레이예스·황성빈)’ 도전은 계속된다
  2. 2“감독님이 먹으라고” 정수진, 내막 폭로…유도회 “선수관리·운영체계 점검” 사과
  3. 3불안한 모레노호 우즈벡전 반등할까
  4. 4아시안게임 폐막…한국 金 39개, 44년 만에 최소
  5. 5공은 웃었고 활은 울었다…경기운영·숙소는 빵점 대회
  6. 6작은 체격·부상 딛고 金 “LA올림픽서 그랜드슬램 이룰 것”
  7. 7“의도한 거라면 안 좋다” 축구 금메달 시상식서 제때 오르지 못한 태극기
  8. 8AG 4연패 위업 축구 대표팀, 병역 관련 언행 논란
  9. 9스포츠클라이밍 서채현, 한국 선수단 폐회식 기수
  10. 10‘단체전 대역전극’ 펜싱 2관왕 오상욱, 한국선수단 MVP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원자력 청출어람, 스승을 가르치다
‘인공지능 정렬’ 골든타임 놓치지 말라
국제칼럼 [전체보기]
누구도 법 앞에 국민보다 ‘더 평등’할 수 없다
배지의 실력행사
기고 [전체보기]
전문대학을 소개합니다
상어가 떠난 뒤, 북항에 남겨야 할 것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솔직할 수 있는 용기, 당신에게도 닿기를
히말라야의 경고
도청도설 [전체보기]
논란의 AG
상표권 알박기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B형 간염 ‘바이러스 수치’에 ‘급여’ 맞춰야
‘공동선(Common Good)’으로서 간병 복지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지독한 집념이 세운 로컬 자산, 대한도기
사설 [전체보기]
중수청·공소청 혼란 땐 수정 보완 주저 말아야
북 미사일 위협 속 ‘빈총 경계’ 안보 불안 키워선 안 된다
세상읽기 [전체보기]
드골 대통령과 군복
청년기본법, 청년친화도시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아트부산, 숫자 이후의 질문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행위별수가제와 인두제, 오해와 진실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한국이 가진 자산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금가락지가 땅에 떨어진 형국, 곡전재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오스트리아 와인,빈의 시간을 마시다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무(武)
의료 전문성이 병원 밖 나가는 길 열어야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