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TV에서는 세상사를 멀리한 채 산속에서 느긋하게 사는 이들의 모습을 담은 방송물이 자주 방영된다. 그들은 이런저런 일에 얽매이지 않고 하고 싶은 일을 즐긴다. 물론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상황은 좀 다르다. 저마다 산속으로 들어오게 된 피치 못할 이유가 있다. 전기와 수도 등이 없는 산에서의 생활도 생각만큼 만만한 게 아니다. 겉으로 드러난 자연인의 모습만을 무작정 동경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다.
그래도 시청률 조사를 하면 자연인의 삶을 다룬 방송물에 대한 선호도가 40, 50대에서 특히 높다는 통계에는 고개가 끄덕거려지게 된다. 단언할 수는 없지만 도시인 가운데 한 번쯤 전원생활을 꿈꾸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기 때문일 터다. 한창 바쁘게 사회생활을 해야 하는 계층에는 이 같은 욕구가 더 절실하다. 내 집 마련이나 자녀 교육을 비롯한 여러 과제로 안팎으로 이리저리 치이다 보면 탈출구를 찾고 싶은 마음이 더 커지게 된다.
문제는 마음은 있어도 경제적·시간적 제약 등 때문에 자연 속으로 가는 게 쉽지 않다는 점이다. 대안으로 거론되는 것이 시골에 지을 수 있는 가건물 형태의 ‘농막’이다. 주말에 머물면서 심신을 다스릴 수 있어 최근 수요가 늘어난다. 그러나 농막은 원칙적으로 농기구 등을 보관하는 곳이다. 법적으로 숙박을 할 수 없다. 그러다 보니 주거 시설을 불법으로 설치하는 행위가 끊이지 않아 사회 문제로 떠 오르고 있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는 12월부터 본인 소유의 농지에 건축허가나 농지전용허가 없이도 숙박할 수 있는 임시 시설 설치를 허용하기로 했다. 농막과는 성격이 달라 ‘농촌 체류형 쉼터’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주차장, 나무 난간(덱), 정화조 등 부속시설을 제외한 연면적 33㎡ 이내로 만들 수 있다. 정부는 앞으로 지자체가 농촌 체류형 쉼터 단지를 조성해 개인에게 임대하는 방식 도입도 검토할 예정이다. 또 기존 농막도 기준을 맞추면 농촌 체류형 쉼터로 전환해 준다.
도시인이 농촌에서 기력을 충전할 공간 설치를 활성화하겠다는 정부 방침은 바람직하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주말·체험 영농 등의 용도로만 활용하도록 한 이 시설이 상시 거주 형태로 악용되는 사례가 있을 것으로 우려한다. 또 개인이 임대 등 목적으로 이용할 가능성도 높다. 농식품부는 시작 단계에서부터 위법 행위에 강력하게 대응해야 한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한 번 빈틈이 생기면 이를 메우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게 된다.
염창현 세종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