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면서 축산 농가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더위에 지친 가축 폐사가 늘면서 농가 재산 피해는 물론 다음 달로 다가 온 추석 물가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국제신문 취재진이 지난 7일 만난 경남 창원시 의창구 북면 한우 농장주는 축사에 있는 소를 향해 고무 호스로 연신 물을 뿌리며 축사 온도를 낮추는 데 여념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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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7일 경남 창원시의 한 축사에서 농장주가 소를 향해 물을 뿌리고 있다. 국제신문DB |
가축은 26도 이상 고온이 지속되면 혈류, 호흡수 증가 등으로 열 발산을 높이려는 생리기능이 촉진돼 ‘고온 스트레스’를 받는다. 이로 인해 사료 섭취량 산유량 등이 줄고 심하면 집단 폐사한다. 온도를 낮추려면 바람이 잘 통하게 축사 지붕을 높이거나 스프링클러 등 최신 설비를 갖춰 수시로 축사에 물을 뿌려야 한다. 하지만 지자체 지원에도 자부담이 커 소규모 농가에서는 선풍기를 트는 게 유일한 대책이라고 한다. 선풍기를 여러 대 틀다 보면 전기료가 많이 나와 농가 부담이 크다. 더위에 입맛을 잃은 소의 사료 섭취가 줄면 살이 빠지게 된다. 이런 소는 제값을 받지 못한다. 축산농가는 최근 사룟값까지 올라 인건비도 안 나온다며 걱정이 태산이다. 정부와 지자체가 축사 환경 개선 사업을 확대하고 여름철 소에 게 주는 영양제와 사룟값 지원을 늘릴 필요가 있다.
대형 가축인 소와 달리 땀샘이 없는 돼지와 가금류 농가는 직접적인 피해가 잇따른다. 8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6월 11일부터 전날까지 돼지 3만1000마리와 가금류 39만3000마리 등 42만여 마리가, 양식장에서는 넙치 등 수산물 43만여 마리가 폐사했다. 상황이 이런 데다 다음 달 추석까지 앞둬 계란과 축산물 등의 가격 폭등이 우려된다. 지난달 기준 일 평균 계란 생산량은 4742만 개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8% 늘어났다. 반면 최근에는 폭염 여파로 산란율이 낮아져 공급 부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박범수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이 지난 2일 포천축협 계란유통센터를 찾아 산란계 관리 현황을 파악한 것도 이런 이유다.
폭염으로 닭·돼지 등 가축뿐만 아니라 오이·애호박 등 채소 작황도 나빠져 가격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올여름 배추 생산량이 33만9545t으로 전년과 평년 대비 각각 7.2%, 9.1%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폭염 여파로 병해충 발생률이 높아지고, 가을 태풍 발생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농축산물 가격 오름세가 커질 것이다. 실제로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 조사에서 농축수산물 가격이 1년 전보다 5.5% 상승했다. 특히 사과(39.6%) 배(154.6%) 등 과일값 상승세도 여전하다. 단기간 먹거리 수요가 급증하는 추석은 물가 상승을 압박할 수 있다. 정부는 채소와 과일, 육류 등 농축산식품 물가가 안정되도록 성수품 확보 계획을 제대로 수립하고 실행해야 할 것이다. 일부 요주의 품목의 가격 안정화를 위해 정부 가용물량을 시장에 공급하는 등 선제적 대응을 고려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