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기시다 후미오 총리 방한 하루 전날인 지난 5일 우키시마호 승선자 명부 일부를 우리 정부에 제공했다. 그동안 자료 존재 자체를 부인하던 일본 측이 기시다 총리 방한을 앞두고 성의를 표시한 것에 불과해 우리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 외교부는 “그간 일본 정부와 교섭을 거친 결과 일측으로부터 승선자 명부 일부를 제공받았다”고 밝혔다. 일본은 확보한 75건의 자료 중에서 내부 조사를 마친 19건을 우선 주일한국대사관을 통해 제공했다. 일본이 강제동원 군인 군속 관련 자료를 2007년 제공한 이후 17년 만에 강제동원 희생자 문서를 전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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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대통령이 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한일 확대 정상회담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
우키시마호는 1945년 광복 직후 귀국하려는 재일 한국인을 태우고 부산으로 향한 일본의 해군 수송선이다. 그해 8월 22일 아오모리현 오미나토항을 출발해 이틀 뒤인 24일 교토 마이즈루항에 기항하려다 선체 밑부분에서 폭발이 일어나 침몰했다. 탑승자 대부분은 강제로 징발돼 혹사당한 징용 피해자들이다. 우키시마호 사건의 전말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일본은 우키시마호가 해저 기뢰를 건드려 폭침했다고 발표했으나 유족들은 일본이 고의로 배를 폭파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피해 규모도 일본은 승선자 3700여 명이고 이 중 524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유족 측은 승선자 7500~8000명이며 이 중 3000명 이상이 사망했다고 보고 있다. 이런 의혹은 사고 후 수년간 선체를 인양하거나 유해를 수습하지 않은 일본이 초래한 측면이 크다.
앞서 생존자와 유족들은 일본 정부에 자료 공개와 피해보상을 요구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승선자 명부가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지난 5월 일본 언론인의 정보공개 요청을 받고 문서 3건을 공개하면서 문서 존재가 알려졌다. 또 같은 달 미야자키 마사히사 후생노동성 부대신(차관)이 국회에 출석해 “승선자 등의 ‘명부’라고 이름 붙은 자료가 70개 정도 있다”고 밝혔다. 승선자 명부가 있는데도 79년간 없다고 거짓말을 한 것이다. 일본 정부가 피해 규모와 사건 경위 등을 둘러싼 진상 규명을 의도적으로 외면했다는 의혹이 이는 이유다. 이후 우리 정부가 피해자 명단을 요청했고 일본 정부는 이달 말 퇴임하는 기시다 총리 방한 직전 이를 공개했다. 그것도 일본이 확보한 75건 중 일부만 전달했다. 나머지 자료는 명확한 시기를 정하지 않은 채 내부 조사가 완료되는 대로 제공한다고만 밝혔다. 특히 일본 정부가 명부를 은폐하다 뒤늦게 자료를 건내며 피해자와 유족에게 사과하지 않은 점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이런 소극적인 자세 탓에 한일 관계가 진척되지 못하고 있음을 일본 정부는 명심해야 한다.
명부 입수는 사건 진상을 규명하는 첫 단추에 불과하다. 유골조사와 발굴, 봉환 등 남은 과제가 많다. 지난 6, 7일 열린 한일정상회담이 양국의 미래 지향적인 관계를 만드는 주춧돌이 되려면 한일 정부가 우키시마호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해 함께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