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 등 3자가 의정 갈등 해결을 위한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에 합의했다.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교섭단체 연설을 통해 제안하고 국민의힘도 같은 의견을 제시하면서다. 이들 3자는 협의체에서 2026학년도 의대 정원을 원점에서 재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앞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2026학년도 증원 유예안에 대통령실과 정부는 부정적이었으나, 추석 연휴를 앞두고 병원 응급실 공백이 한계 상황에 직면하자 달라진 것이다. 여·야·정은 추석 연휴 전 협의체 구성을 완료한다는 목표여서 지난 2월 이후 7개월 넘게 이어지는 의정 갈등에 변곡점이 생길 지 주목된다. 이제 마지막 남은 건 의사들의 선택이다.
 |
| 전공의 집단 이탈로 의료 공백이 장기화 하는 가운데 부산 서구 토성동 부산대병원의 이비인후과 접수처 앞에 업무 제한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국제신문 DB |
정부가 그동안 의사들의 마음을 돌리려고 여러 강온 처방을 내놓았지만 백약이 무효였다. 의료 공백의 키를 쥐고 있는 전공의들의 복귀를 위해 초기엔 행정 처분과 사법 처리 경고로 압박하다 모두 백지화한 게 대표적이다. 수업 거부라는 형식으로 전공의 못지 않게 강력 저항하고 있는 의대생들의 유급을 막는 덴 개학일 연기, 1학기 종료 시점 연기, 성적 처리 기간 연장 등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나 대학 측의 이런 회유책이 전혀 효과가 없었다. 병원으로 돌아온 전공의도, 수업에 복귀한 의대생도 극히 적기 때문이다. 5년간 매년 2000명씩 1만 명 의사를 추가 배출하겠다던 정부가 결국 2026학년도 정원을 원점에서 논의하겠다는 선까지 밀려난 셈이다.
정부와 여야 정치권의 협의체 구성 제안에 의료계는 2026학년도는 당연하고 9일부터 수시모집이 시작되는 2025학년도 정원부터 재논의하자는 태도다. 그러나 2025학년도 정원 재검토는 원칙적으로도 현실적으로도 가능성이 전혀 없는 주장이다. 전공의 없는 병원이 아무리 큰 어려움에 봉착해도, 집단 유급으로 인한 의대생 교육 환경이 아무리 걱정스러워도 ‘의사 정원 확대’라는 대의까지 포기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국민은 많지 않다. 이달 초 여론조사에서 2025학년도 의대 정원 증원에 찬성은 48%, 반대는 36%였다. 추석 연휴 의료 공백 위기감이 엄습하는데도 의대 증원 찬성 여론이 월등하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의사들은 곱씹어야 한다. 끝까지 2025학년도 정원 조정을 요구한다면 이는 협상을 거부하기 위한 구실로 비치게 된다.
의료 정상화의 공은 의사들에게 넘어갔다. 전공의 의대교수 전문의 의대생 등 서로 의견이 다른 의료계 집단이 통일된 안부터 만들고, 그것을 협의체 테이블에 올려 정부 및 정치권과 건설적으로 토론해야 한다. 의사단체는 협의체 참여 여부와는 별개로 대통령의 사과, 보건복지부 장·차관 경질 등을 촉구 중이다. 의정 갈등 해결의 전제가 될 수만 있다면 대통령실이나 정부가 응하지 못할 조건은 아니다. 먼 길을 돌아 이만큼 왔으니 의정이 서로 조금씩만 더 양보해 국민 건강에 필요한 최적안을 고민하는 게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