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과학에세이] 공의 경험이 알려준 것들

김광석 부산대 광메카트로닉스공학과 교수·‘감성물리’ 저자

  • 김광석 부산대 광메카트로닉스공학과 교수·‘감성물리’ 저자
  •  |   입력 : 2024-09-09 18:31:01
  •  |   본지 22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돌이켜보면 다양한 공놀이를 하면서 나이를 먹은 것 같다. 초등학생 때는 축구와 야구를, 중학생 때는 배드민턴과 탁구를 즐겨하다 키가 훌쩍 자란 고등학생 때는 농구나 배구도 했다. 그러다 대학에 들어간 후엔 당구와 테니스를 배웠고 중년 나이부터는 가끔 골프도 한다. 평생 다양한 공을 가지고 놀면서 나는 어떤 삶의 지혜를 배웠을까? 오랜 세월 공놀이의 경험이 쌓여 지금의 구기 스포츠가 만들어졌다면 그 속에도 인간 고유의 본능과 욕망이 숨겨져 있지는 않을까?

구기 스포츠는 종목에 따라 각기 다른 풍경을 보여주지만 서로 비슷한 측면을 지닌 종목도 있다. 일단 축구 야구 배드민턴 탁구 농구 배구 테니스 골프 공들 모두 중력에 반해 허공 속으로 날아올라 궤적을 남긴다. 흔히 비스듬히 던진 공의 궤적을 포물선으로 알고 있지만 공기 저항 탓에 실제 모습은 포물선과 다르다. 현실의 공은 처음엔 비탈진 직선에 가깝게 곧장 날아오르다 속력이 점차 느려지며 봉우리 같은 곡선의 모습을 드러낸다. 최고 높이에 도달한 후에는 생각보다 가파른 모습으로 떨어진다. 포물선 궤적이 최고점을 기준으로 상승과 하강 곡선이 대칭적인 모습인 것에 비해 현실의 공 궤적은 곡선 느낌을 지닌 비대칭 삼각형에 더 가깝다. 똑같은 초기 속력으로도 공이 가장 먼 곳에 도달할 수 있는 ‘최적각’ 역시 포물선 모형은 45°로 예측하지만, 실제는 그 값보다 작아야 한다. 홈런을 치려면 38°, 골프 비거리를 늘리려면 36°가 최적이다.

공기 저항은 공의 크기에 따라서도 달라지고, 공의 속력과 공기 점성의 비율에 따라서도 급변할 수 있어서 현실의 공 궤적 계산은 결코 쉬운 문제가 아니지만 최근 프랑스 물리학자들은 공기 저항 효과를 고려한 후 다양한 구기 스포츠의 ‘최장거리’를 계산했다. 종목별 공의 최대 초기 속력은 기네스북에 등재된 기록을 활용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구기 종목별 경기장의 크기가 공의 ‘최장거리’와 유사하다는 것을 알아냈다. 그러니까 경기장의 크기는 인간의 힘으로 한 번에 공을 보낼 수 있는 가장 먼 거리를 기반으로 정해진 셈이다. 즉, 농구 축구 야구 골프 순으로 공이 가장 멀리 갈 수 있는 거리가 증가하면서 경기장은 커진다.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면 축구 농구 골프의 경우에는 공의 ‘최장거리’에 비해 경기장이 조금 더 크다. 그래서 축구와 농구는 패스가 필요하고 골프는 홀 근처에서 섬세한 접근이 필요하다.

반면, 테니스 배구 탁구는 공의 ‘최장거리’에 비해 경기장의 크기가 작다. 그래서 장애물 같은 네트가 필요하며 공이 경기장 밖으로 나가지 않게 하기 위한 ‘정밀성’ 높은 제어가 요구된다. 또한 공이 ‘최장거리’를 날아가는 시간이 인간의 몸이 반응하는 평균 시간보다 짧아져 긴박한 상황에 대한 ‘반응성’도 좋아야 한다. 따라서 테니스 배구 탁구는 ‘정밀성’과 ‘반응성’ 모두를 필요로 한다. 독특하게도 배드민턴은 경기장 크기가 공의 ‘최장거리’와 거의 비슷해서 ‘반응성’이 더욱 중요한 요소가 되며 상대적으로 공의 속력이 느린 당구는 ‘정밀성’만을 요구한다.

상대와 상호작용을 하며 목표를 향한다는 측면에서 구기 스포츠는 어딘가 협상이나 연애와도 닮은 점이 있다. ‘썸을 타는’ 단계에선 배드민턴 같은 즉각적 ‘반응성’이 중요하며, 주도권 선점을 위한 밀당 단계에선 네트를 넘어온 테니스 배구 탁구 공들을 대하듯 빈틈을 파고든 위기 상황에 대한 민첩한 ‘반응성’과 ‘정밀성’ 높은 묘안이 모두 필요하다. 만약 극도로 예민해진 상황이라면 당구 같은 ‘정밀성’에도 주력해야 한다. 최종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선 홈런처럼 한 번에 상대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최적 조건을 생각해야 하고, 간혹 축구나 농구처럼 친구의 도움도 필요하다. 닿을 수 없을 만큼 먼 곳에 있는 골프 홀 같은 상대에게는 우선은 드라이브샷처럼 과감하게 다가서야 하지만 그린 영역에 들어서면 아주 조심스러워야 한다. 미세하게 기울어진 지면과 매 순간 변하는 바람조차 간과해서는 안 된다. 어쩌면 지난 세월 공의 경험이 알려준 것들은 삶의 욕망과 열정이 현실과 마주하는 방법에 대한 지혜가 아니었을까?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지광, 국감 출석 거부…“해결의지 있다면서 책임 회피”(종합)
  2. 2간부 줄이고 예산 반납 미루고…사하구 힘겨운 적자 경영
  3. 3김태형 결국 롯데 떠난다…구단 늑장대처 도마
  4. 4부산 동물원(옛 삼정더파크) 정비 착수…안전 등 꼼꼼히 챙겨 2029년 개장
  5. 55월 3.84대 1 이었는데…부산 청약경쟁률 사상 첫 미달
  6. 6가덕 내달초 착공 여부, 이번주가 최대 분수령
  7. 7김해 국제선 지난해 대비 석달 빠른 1000만…외신도 부산 조명(종합)
  8. 8‘YS 영원한 오른팔’ 최형우 전 장관 별세…향년 91세(종합)
  9. 9시내버스·우유팩·유튜브로…양보·배려운전 동참 호소
  10. 102심 무죄 오세훈, 장동혁·한동훈과 보수 재편 주도권 경쟁(종합)
  1. 1지광, 국감 출석 거부…“해결의지 있다면서 책임 회피”(종합)
  2. 2‘YS 영원한 오른팔’ 최형우 전 장관 별세…향년 91세(종합)
  3. 32심 무죄 오세훈, 장동혁·한동훈과 보수 재편 주도권 경쟁(종합)
  4. 4주진우 "김혜경, 유명 프로골퍼와 황제골프" 민주 "황당무계 소설" (종합)
  5. 5막판까지 조희대·김현지 정국…쇼츠 경쟁 오명도
  6. 6[속보] 이 대통령 지지율 다시 하락해 35.3%…민주 36.0%·국힘 42.6%
  7. 7전재수 "지광 스님에게 국제신문 정상화 촉구 서한문 보낼 것"
  8. 8부산시의회 회의일수 연장 추진…김태효 “충분한 심의 시간 필요”
  9. 9與, 국감 이후 ‘조작기소 특검법’ 본격화
  10. 10北도 유엔 안보리 의장에게 서한…“지뢰 폭발 사건은 한국 자작극”
  1. 15월 3.84대 1 이었는데…부산 청약경쟁률 사상 첫 미달
  2. 2가덕 내달초 착공 여부, 이번주가 최대 분수령
  3. 3“SMR 제작·운영·인재양성 부산허브 구축 속도를”
  4. 4해상풍력 육성, 정부·동남권 공조가 ‘키’
  5. 5청년 55% “조건 맞으면 지역 중소기업 갈 것”
  6. 6스마트링부터 부산 새 패션 브랜드까지…백화점 신수요 공략
  7. 7FOMC에 반도체 실적까지…널뛰기 장세에 이벤트 촉각
  8. 8도로정보 실시간 공유, 운전석 없는 車…교통올림픽 달군 국내기술
  9. 9김창수 위스키 마리골드 52.2도, 롯데마트 268병 한정 단독 판매
  10. 10견과류 한 봉지에 980원
  1. 1간부 줄이고 예산 반납 미루고…사하구 힘겨운 적자 경영
  2. 2부산 동물원(옛 삼정더파크) 정비 착수…안전 등 꼼꼼히 챙겨 2029년 개장
  3. 3김해 국제선 지난해 대비 석달 빠른 1000만…외신도 부산 조명(종합)
  4. 4시내버스·우유팩·유튜브로…양보·배려운전 동참 호소
  5. 5[속보]마트 출입구 안까지 차량 돌진한 50대 “영업하는지 확인하려고”
  6. 6‘부캉이’ 넓은 바다 적응 중…“조만간 떠날 듯”
  7. 7해양·양자 미래산업 닻 올린 부산…청년 인재 끌어당긴다
  8. 8“한국에 묻히고 싶다” 프랑스 6·25 참전용사 유해 부산에 안장키로
  9. 9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26일
  10. 10부산도시철 현장안전인력 산정 TF 구성 잠정합의(종합)
  1. 1김태형 결국 롯데 떠난다…구단 늑장대처 도마
  2. 2롯데자이언츠 새 사령탑 ‘NC 우승 감독’ 이동욱…단장에는 이택근 선임
  3. 3불가능을 가능케…亞패러게임 5위
  4. 4‘올림픽 3연패 주역·AG 金6’ 펜싱 구본길 칼 내려놓다
  5. 5은퇴 앞둔 최민정, 시작부터 금빛질주
  6. 6태풍 ‘참피’영향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1차전 취소
  7. 7안세영, 시즌 10번째 우승…프랑스오픈 3연패
  8. 8종합 6위 부산, 고른 활약에도 아쉬움
  9. 9만년 꼴찌 삼성 선두 ‘파란’…前 챔프 KCC 최하위 ‘수모’
  10. 10쇼트트랙 전설 최민정의 마지막 질주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진짜 질문의 시작
AI 시대, 부산 R&D의 대전환
국제칼럼 [전체보기]
부산 관광, 마냥 좋기만 할까
원칙이 흔들린 대가
기고 [전체보기]
‘2028 세계디자인수도 부산’의 과제
배의 피부를 지키는 기술은 도장이다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AX·반도체 전시회 5개 동시에 열렸는데…
북극항로, 첫 배보다 중요한 것은 다음 배다
도청도설 [전체보기]
AI가 찾은 보안 구멍
if, 손아섭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개정 응급의료법이 ‘미수용 방지법’?
25년을 간직한 리플렛 세 장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산업은행 부산 이전 혼선 키운 정부, 명확히 답하라
공공 건설현장 안전불감증 여전…관리감독 강화해야
세상읽기 [전체보기]
AI 시대, 평가의 진정성을 묻다
‘이불 킥’의 순간에 도움 될 심리학 지식 한 스푼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두 미술관, 각자의 역할을 묻다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복지의 ‘필요 원칙’과 포퓰리즘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대규모 대미 투자, 기회인가 위협인가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사람은 갔어도 명당은 남아 있다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은 어떻게 마음에 남는가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청년 떠나는 지방, 수도권 인구 분산해야
거울 속의 외계인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